불면·기억장애·불안 증세 이어져
광주 경찰관 심리상담 3년간 7천회
조직 특성상 자발상담 비율 극히 낮아
“단기 대응 넘어 추적 관리해야”

광주 남구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당시 피의자를 제압하다 크게 다친 50대 경찰관이 끝내 숨을 거뒀다.
지난 2024년 사건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불면, 기억장애 등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력 사건 현장에 반복 노출되는 현장 경찰관들에 대한 장기적 정신 치료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광주 서부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A 경감은 전날 광주 한 병원에서 숨졌다. A 경감은 2024년 4월19일 사건 당시 광주 남부경찰서 효덕지구대 소속으로 동료 경찰관 2명과 함께 광주 남구 송하동에서 행인을 폭행하고 흉기를 휘두르던 50대 난동범을 제압하다 길이 25㎝가량의 톱에 머리와 팔 등을 다쳐 약 두 달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유족들에 따르면 사건 당시 A 경감은 단기 기억 상실 판단을 받았으며 최근까지도 당시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불면과 불안 증세가 이어지던 중 지난해 10월 남구 한 대학교 사건 현장에 출동한 이후 트라우마가 재발해 열흘 가까이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
A 경감은 올해 2월24일 남부경찰서 효덕지구대에서 서부경찰서 소속 지구대로 발령받았지만 정상적인 업무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령 이후 몇 차례 연가를 사용했고 4월부터는 병가와 연가를 반복해 업무에 복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들은 상태가 악화되자 지난 13일부터 A 경감을 입원 치료하도록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경감의 부인 양모(50)씨는 “남편이 사건 이후 매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기억력도 점점 흐려지고 판단도 어려워했다. 일상 생활 중에서 혹시라도 자기가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았을까 봐 차량 블랙박스를 하루 종일 반복해서 돌려보기도 했다”며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다는 죄책감이 굉장히 심했다. 2월 인사 발령 이후 제대로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스스로 더 힘들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경찰관들이 사건 이후 정신적으로 무너져도 장기적으로 관리받거나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는 부족한 것 같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공무상 트라우마 치료 체계를 제대로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실제 현장 경찰관들의 정신건강 악화 문제는 전국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23년 8월 전남 여수의 한 파출소 소속 50대 경찰관이 바다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2024년 충남 아산에서는 현직 경찰관이 자신이 근무하던 파출소 직원휴게실에서 권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경찰청은 경찰관들의 PTSD와 직무 스트레스 등을 관리하기 위해 전국에 ‘마음동행센터’를 운영 중이다. 광주 마음동행센터는 지난 2014년 문을 열어 현재 상담사 2명이 근무하고 있다.
경찰관 상담은 ▲지정상담 ▲자발상담 ▲긴급상담 등으로 나뉘는데 긴급상담은 강력 사건이나 충격 사건을 경험한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의무 상담이다. A 경감은 2024년 흉기 피습 사건 이후 4차례 긴급상담을 받았고 이후 자발적으로 1차례 추가 상담을 진행해 총 5차례 상담을 받았다.
다만 이후 추가 상담은 본인 의지에 따라 진행되는 구조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광주경찰청 마음동행센터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편이다. 조직 특성상 스스로 상담을 요청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광주 마음동행센터는 2023년 993명, 2024년 725명, 2025년 705명을 상담했다. 최근 3년간 상담 인원은 총 2천423명, 상담 횟수는 7천235회에 달하지만 이중 60% 이상은 본청이 특정 직무나 연령대를 지정해 실시하는 지정상담이였다.
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상담을 받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분위기가 여전히 존재한다. 동료들에게 근무 부담을 준다는 죄책감 때문에 치료가 필요해도 스스로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현재 경찰 마음동행센터 프로그램은 충격 사건 직후 단기 상담이나 이벤트성 대응에 머무르는 측면이 있다. PTSD는 시간이 지난 뒤 불면과 불안, 죄책감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장기 추적 관리 체계와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광주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A 경감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경찰은 A 경감의 공무상 재해와 순직 인정 여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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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만난 ‘영웅’···안중근으로 되새긴 ‘현충일’
현충일인 6일 광주 동구 금남로 차 없는 거리에서 열린 보훈 뮤지컬 갈라쇼 ‘영웅, 그날을 기억하며’ 공연을 시민들이 관람하고 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교과서에서 글로만 읽던 것을 공연과 노래로 들으니 더욱 가슴에 와닿네요.”현충일인 지난 6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금남로 차 없는 거리에서 열린 보훈 뮤지컬 갈라쇼 ‘영웅, 그날을 기억하며’는 순국선열들의 희생과 나라사랑 정신을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을 선사했다.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광주지방보훈청과 함께 마련된 이날 공연은 대한민국 대표 보훈문화콘텐츠 전문예술단체인 극단 더 브리즈가 선보였다. 시민들은 공연에 앞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묵념에 참여하며 현충일의 의미를 되새겼다.현충일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전몰장병의 희생을 기리는 날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헌신부터 한국전쟁 참전용사, 국가 수호를 위해 희생한 이들까지 그 정신을 기억하는 국가 추모일이다.이날 차 없는 거리에서 가장 많은 시민들의 눈길을 이끌어낸 것은 뮤지컬 ‘영웅’이었다. ‘영웅’은 1909년 하얼빈 의거를 감행한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삶과 독립운동가들의 헌신을 그린 작품이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안 의사의 신념과 동지들의 희생을 음악과 연기로 담아내며 국내 대표 창작 뮤지컬로 평가받고 있다.현충일인 6일 광주 동구 금남로 차 없는 거리에서 극단 ‘브리즈’가 보훈 뮤지컬 갈라쇼 ‘영웅, 그날을 기억하며’를 공연하고 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작품 ‘영웅’은 안중근 의사를 단순한 영웅이 아닌 조국과 가족 사이에서 고뇌했던 인간적인 인물로 조명하며, 독립을 향한 절박한 열망과 희생정신을 깊이 있게 담아낸다. 이날 갈라쇼 역시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정신을 중심으로 구성돼 시민들에게 큰 울림을 안겼다.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시민들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을 다룬 노래와 장면에 집중하며 박수를 보냈다. 무대 마지막 태극기가 펼쳐지자 객석에서는 더욱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20여분 간의 짧은 갈라쇼였지만 마치 길거리가 아닌 대형 뮤지컬 공연장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뮤지컬 ‘영웅’ 갈라쇼는 단순한 문화공연을 넘어 현충일의 의미를 되새기는 상징적인 무대가 됐다. 안중근 의사와 독립운동가들이 꿈꿨던 나라, 그리고 수많은 호국영령들이 지켜낸 대한민국이 있었기에 오늘의 자유와 평화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시민들이 고스란히 느끼기 충분한 공연이었다.이날 공연을 관람한 시민들은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추모하고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겼다.김모(52)씨는 “현충일이라 가족과 함께 나왔는데 뮤지컬을 통해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우리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의 헌신 위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박모(34)씨는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노래와 공연으로 접하니 역사책에서 읽을 때보다 훨씬 가슴에 와닿았다”면서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현충일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전했다.한편 금남로 차 없는 거리는 광주 동구가 운영하는 대표 거리문화 행사로 매월 첫째 주 토요일 금남로 일원에서 열린다. 시민 참여형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 거리공연 등이 마련돼 도심 속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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