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 파손·회원탈퇴 인증 확산
정용진 사과에도 비판 여론 계속

“우리나라 아픈 현대사를 이렇게 악용하다니요. 이제 스타벅스 안 가려고요.”
19일 오후 광주 동구 한 스타벅스 매장. 음료 제조대에서는 얼음 갈리는 소리만 간간이 울렸고, 창가 좌석 대부분은 비어 있었다. 노트북을 펼쳐놓은 손님 두세명이 조용히 자리를 지킬 뿐, 평소처럼 주문을 기다리는 줄이나 북적이는 대화 소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매장 입구를 지나던 시민들 중 일부는 스타벅스 로고를 힐끗 바라본 뒤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친구와 함께 매장을 지나던 대학생 이지은(24)씨는 “원래 과제하느라 스타벅스 자주 갔는데 오늘은 들어가기 싫더라”며 “5·18 관련 표현을 그런 식으로 썼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광주 사람들한테는 단순 해프닝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이른바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이 불매 움직임으로 번지면서 광주 지역 매장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비판 여론은 오프라인 소비 중단으로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논란은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46주년 기념일인 지난 18일 진행한 텀블러 프로모션에서 비롯됐다.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의 표현이 사용되자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탱크 진압과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은폐 발언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국적인 불매운동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스타벅스 머그컵과 텀블러를 망치로 부수거나 쓰레기통에 버리는 인증 사진과 영상이 잇따라 올라왔고, “스타벅스 카드 잔액 모두 환불했다”, “신세계 계열사까지 불매하겠다”는 게시글도 이어졌다. 스타벅스를 아예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의 ‘탈벅’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광주는 특히 스타벅스 매장이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스타벅스코리아 지역별 매장 현황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통계에 따르면 광주는 인구 1만9천529명당 매장 1곳으로, 서울 다음으로 인구 대비 스타벅스 매장 밀집도가 높다. 지역 소비자층이 두터운 만큼 이번 논란이 지역 상권과 소비 흐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월단체의 반발도 거셌다. 이날 스타벅스코리아 측이 5월 단체에 사과하기 위해 방문했지만 거절당하며 무산됐다. 5·18 공법 3단체와 5·18기념재단은 “기업 차원의 공식 사과와 정확한 경위 설명이 먼저”라며 면담을 거부했다. 현장을 찾은 김수완 이마트그룹 총괄부사장은 재단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외부에서 고개를 숙였다.
광주시교육청도 이날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이사 측에 공식 항의문을 전달했다. 시교육청은 항의문에서 “진정성 있는 조치가 없을 경우 교육청 공식 협력 사업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이날 직접 사과문을 내고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이었다”며 “그룹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전격 경질하고 전 계열사 마케팅 검수 체계를 재점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AFP·로이터·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도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과거 ‘멸공’ 논란 등을 언급하며 이번 사태가 단순 실수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이어지고 있다. 오월단체는 향후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공동 대응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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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만난 ‘영웅’···안중근으로 되새긴 ‘현충일’
현충일인 6일 광주 동구 금남로 차 없는 거리에서 열린 보훈 뮤지컬 갈라쇼 ‘영웅, 그날을 기억하며’ 공연을 시민들이 관람하고 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교과서에서 글로만 읽던 것을 공연과 노래로 들으니 더욱 가슴에 와닿네요.”현충일인 지난 6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금남로 차 없는 거리에서 열린 보훈 뮤지컬 갈라쇼 ‘영웅, 그날을 기억하며’는 순국선열들의 희생과 나라사랑 정신을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을 선사했다.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광주지방보훈청과 함께 마련된 이날 공연은 대한민국 대표 보훈문화콘텐츠 전문예술단체인 극단 더 브리즈가 선보였다. 시민들은 공연에 앞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묵념에 참여하며 현충일의 의미를 되새겼다.현충일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전몰장병의 희생을 기리는 날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헌신부터 한국전쟁 참전용사, 국가 수호를 위해 희생한 이들까지 그 정신을 기억하는 국가 추모일이다.이날 차 없는 거리에서 가장 많은 시민들의 눈길을 이끌어낸 것은 뮤지컬 ‘영웅’이었다. ‘영웅’은 1909년 하얼빈 의거를 감행한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삶과 독립운동가들의 헌신을 그린 작품이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안 의사의 신념과 동지들의 희생을 음악과 연기로 담아내며 국내 대표 창작 뮤지컬로 평가받고 있다.현충일인 6일 광주 동구 금남로 차 없는 거리에서 극단 ‘브리즈’가 보훈 뮤지컬 갈라쇼 ‘영웅, 그날을 기억하며’를 공연하고 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작품 ‘영웅’은 안중근 의사를 단순한 영웅이 아닌 조국과 가족 사이에서 고뇌했던 인간적인 인물로 조명하며, 독립을 향한 절박한 열망과 희생정신을 깊이 있게 담아낸다. 이날 갈라쇼 역시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정신을 중심으로 구성돼 시민들에게 큰 울림을 안겼다.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시민들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을 다룬 노래와 장면에 집중하며 박수를 보냈다. 무대 마지막 태극기가 펼쳐지자 객석에서는 더욱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20여분 간의 짧은 갈라쇼였지만 마치 길거리가 아닌 대형 뮤지컬 공연장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뮤지컬 ‘영웅’ 갈라쇼는 단순한 문화공연을 넘어 현충일의 의미를 되새기는 상징적인 무대가 됐다. 안중근 의사와 독립운동가들이 꿈꿨던 나라, 그리고 수많은 호국영령들이 지켜낸 대한민국이 있었기에 오늘의 자유와 평화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시민들이 고스란히 느끼기 충분한 공연이었다.이날 공연을 관람한 시민들은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추모하고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겼다.김모(52)씨는 “현충일이라 가족과 함께 나왔는데 뮤지컬을 통해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우리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의 헌신 위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박모(34)씨는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노래와 공연으로 접하니 역사책에서 읽을 때보다 훨씬 가슴에 와닿았다”면서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현충일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전했다.한편 금남로 차 없는 거리는 광주 동구가 운영하는 대표 거리문화 행사로 매월 첫째 주 토요일 금남로 일원에서 열린다. 시민 참여형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 거리공연 등이 마련돼 도심 속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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