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두 번 죽이는 행위" 오월단체, 스타벅스 사과 거부

입력 2026.05.19. 11:11 강주비 기자
탱크데이 논란 방문 사과 요청
오월단체·재단 "진정성 부족"
"대국민 사과·경위 설명 먼저"
김수환 부사장 재단 진입도 못해
"고의성 없어…승인 과정 확인 중"
19일 오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예정됐던 스타벅스코리아 측 사과 면담이 오월단체 반발로 불발된 가운데, 김수완 이마트그룹 총괄부사장이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관련 이벤트 논란에 대한 사과 방문이 오월단체 반발 속에 결국 무산됐다. 오월단체는 “5·18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며 면담을 거부했고, 현장을 찾은 이마트그룹 임원은 재단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한 채 외부에서 고개를 숙였다.

19일 5·18기념재단과 5·18 공법3단체(유족회·공로자회·부상자회)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예정됐던 스타벅스코리아 측 사과 면담은 오월단체의 거부로 불발됐다.

김태찬 5·18부상자회 부회장은 취재진들에게 “스타벅스와 만나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 차원의 공식 대국민 사과와 정확한 경위 설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정용진 회장이 사과했지만 이는 기업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며 “경위 설명도 전혀 없고 앞뒤 맥락도 없는 상황에서 사과 방문부터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날짜와 특정 시간, 특정 용어 등을 사용한 점을 볼 때 단순 실수라기보다 노이즈 마케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과거 정용진 회장의 행보에 비춰보면 충분히 그렇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젊은 직원의 실수라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5·18단체 회원들은 모두 분노하고 있다. 기업이 이익을 위해 5·18 영령을 모욕하고 돈벌이 수단으로 삼은 것이라면 5·18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부회장은 “오늘 이 자리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은 유족회와 공로자회, 부상자회 등 세 단체의 공식 입장”이라며 “향후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대응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5·18기념재단 역시 면담 거부 입장을 공식화했다.

19일 오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예정됐던 스타벅스코리아 측 사과 면담이 오월단체 반발로 불발됐다. 사진은 김태찬 5·18부상자회 부회장이 발언하는 모습. 강주비 기자

재단 관계자는 “이마트 측에서 사과 자리를 요청한 것은 사실이지만, 3단체와 재단을 포함한 4개 단체는 아직 사과를 받을 입장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며 “논의 끝에 오늘 자리는 진행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젯밤부터 급하게 연락이 왔던 상황”이라며 “광주 시민들과 오월단체의 분노가 상당히 큰 상황인 만큼 스타벅스코리아 측이 보다 진정성 있는 조치를 내놓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예정 시간에 맞춰 현장을 찾은 김수완 이마트그룹 총괄부사장은 5·18단체 관계자들의 항의를 받으며 재단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김 부사장은 결국 5·18기념문화센터 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과와 해명에 나섰다.

김 부사장은 “이번 사안은 부적절한 마케팅이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5·18 영령들에게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행사는 스타벅스코리아 차원에서 진행된 온라인 프로모션이었다”며 “현재 회사가 프로모션 진행 과정과 승인 절차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 표현 사용 의도를 묻는 질문에 “텀블러 공식 명칭이 ‘탱크 텀블러’였고 날짜별로 3개 품목 행사가 진행된 것”이라면서도 “해당 과정과 경위에 대해서는 다시 확인해 설명드리겠다”고 답했다.

또 ‘젊은 직원의 실수’라는 해명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지적에는 “현재 결재와 승인 과정 전체를 확인 중”이라며 “최종 승인 책임자는 스타벅스 대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프로모션은 어떤 고의성이나 특정 의도를 갖고 진행된 것이 아니다”며 “노이즈 마케팅 의혹 역시 사실이 아니다. 다만 경위를 정확히 파악한 뒤 다시 설명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모든 내용이 확인되면 다시 광주를 찾아 사과드릴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며 “오늘 광주 방문 역시 정용진 회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5·18민주화운동 영령과 유가족, 광주 시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드렸다”며 “그룹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이라며 “그룹 전체의 역사 인식과 감수성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5·18 46주년 당일인 지난 18일 텀블러 프로모션 과정에서 ‘탱크 데이’, ‘책상에 탁’ 등의 표현을 사용해 5·18과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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