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만 있고 시민군은 없다”···옛 전남도청 미완의 복원 논란

입력 2026.05.18. 17:38 강주비 기자
임시 개방 후 의견 수렴, 일부 전시·안내 보완 불구
식당·유치장 흔적도 없어 “당시 기억과 큰 괴리”
시민군 “당시 삶과 죽음 사이의 처절함 사라져”
18일 오후 2시부터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일반 관람이 시작됐다. 강주비 기자

21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온 옛 전남도청이 정식 개방 첫날부터 미흡하다는 평가다. 특히 임시개방 당시 지적됐던 일부 전시는 보완됐지만, 1980년 5월 최후 항쟁을 직접 겪은 시민군들은 “최후 항쟁지의 의미가 퇴색됐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18일 오후 2시부터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일반 관람이 시작됐다. 개방 구역은 도청 본관과 옛 전남도경찰국 본관, 민원실, 회의실, 상무관, 별관 방문자센터 등이다.

복원추진단은 정식 개방에 앞서 임시개방 때 제기된 지적 사항 일부를 반영해 전시를 보완했다. 기존 한국어로만 제공됐던 안내 팸플릿은 영어·중국어·일본어를 포함한 다국어 안내로 확대됐다. 야외에 전시된 지프차 앞 류동운·이강수·박성용 열사 이름 동판도 “눈에 띄지 않아 밟을 우려가 크다”는 의견에 따라 당초 바닥 삽입 형태에서 돌 받침대를 세운 추모 표지석 형태로 바뀌었다.

도청 본관 1층 방송실에서 재생되는 최후 방송 영상 역시 기존 대역 배우 재연 영상 대신 실제 마지막 방송 당사자인 박영순씨가 직접 출연한 영상으로 교체됐다.

18일 오후 2시부터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일반 관람이 시작됐다. 강주비 기자

복원추진단 관계자는 “기동타격대 전시에서 ‘체계적인 전투 조직’ 등 논란 소지가 있는 표현을 수정했고, 체험형 전시에는 안내 문구를 추가했다”며 “사망자 수처럼 중복되거나 오해를 살 수 있는 표현들도 함께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기념식 직후 도청을 찾은 5·18광주민중항쟁 최후의시민군동지회 회원들은 도청 회의실 2층을 둘러본 뒤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곳은 5·18 당시 식사 및 휴식 공간으로 사용됐던 곳이지만, 어디에서도 관련 흔적을 찾아볼 수 없어서다.

당시 학생 시민군이었던 최치수 최후의시민군동지회 상임이사는 “우리는 이곳에서 최후까지 남아 계엄군에게게 체포됐던 만큼 당시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그런데 지금 복원된 공간은 우리의 기억과 너무 다르다”고 말했다.

최 상임이사는 “지하 절반은 취사 공간, 절반은 무기 보관 장소였다. 여기서 만든 밥을 1층 외곽 경계 인원과 2층에 머물던 시민군이 함께 먹었다”며 “조금 더 뒤편은 시신을 염하던 공간이었는데 그런 흔적도 없다. 도경찰국 지하 유치장 역시 사라졌는데 최소한 표시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18일 오후 2시부터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일반 관람이 시작된 가운데 최치수 5·18광주민중항쟁 최후의시민군동지회 상임이사가 당시 기억을 설명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최 상임이사는 또 “윤상원 열사 동판 앞에 국화꽃 한 송이라도 놓고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동신여고 2학년으로 취사반 활동을 했던 김경임 최후의시민군동지회 부회장도 “식당이었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며 “나는 이곳에서 닷새 동안 머물며 밥을 했는데 너무 기가 막힌다”고 토로했다.

김 부회장은 “당시에는 야외로 연결된 계단이 있었고, 매일 아침 그 길을 따라 상무관으로 가면 시신들이 놓여 있었다”며 “처절한 기억의 공간이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살아 있으니 이렇게 증언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지, 시간이 지나면 누가 이곳이 식당이었다는 걸 알겠느냐”며 “최후까지 도청을 지켰던 시민군의 기억과 증언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물만 있고 우리는 없다. 기록은 5·18기록관에도 남아 있지 않느냐”며 “옛 전남도청의 의미는 최후 항쟁 공간이라는 데 있는데, 당시 사람들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버텼던 치열함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18일 오후 2시부터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일반 관람이 시작된 가운데 김경임 5·18광주민중항쟁 최후의시민군동지회 부회장이 당시 기억을 설명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한편 옛 전남도청의 향후 운영 체계를 둘러싼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시설 관리와 운영을 맡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은 한시 조직으로 활동 기한이 올해 말까지다.

이에 따라 정식 개관 이후 운영 주체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맡을지, 별도 운영기구를 구성할지를 두고 오월단체와 관계기관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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