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스로 가치 입증한 국가” 주장
주체적 자세로 전환기 헤쳐나갈 것 제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지나치게 연연하기보다, 이러한 대전환기 속에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와 ‘세계는 어디로 흘러가는가’를 먼저 성찰해야 합니다.”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글로벌 전환기 속에서 외부 환경의 변화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대한민국 스스로가 쌓아온 특별함을 바탕으로 주체적인 국익 수호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6일 오후 7시 광주 서구 홀리데이인 광주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15기 무등 CEO아카데미’ 4강 강연자로 나선 김봉중 전남대 명예교수는 ‘전환기 세계사의 흐름과 우리의 자세’를 주제로 열강을 펼쳤다. ‘미국인에게 미국사를 가르쳤던 교수’로 잘 알려진 김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역사학자의 통찰을 통해 급변하는 세계 정세를 분석하고 한국의 생존 전략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강연 서두에서 현재의 미국 정세와 관련해 냉철한 시각을 주문했다.
그는 “미국사의 흐름이 곧 세계사의 흐름이 된 오늘날, 미국이라는 국가가 세계의 중요한 지표가 됐음을 인정하고 그 뿌리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며 “미국의 역사를 좁게 보지 않고 긴 호흡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우리가 취해야 할 올바른 자세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한국이 이미 여러 방면에서 선진국 반열에 올랐음을 역설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치안이나 생활 수준 등 특정 부분에서 이미 미국을 앞서고 있다”며 “총기 사고를 걱정해야 하는 미국 상황과 비교해 볼 때, 실제 미국에서 온 동료들이나 교수들도 한국의 우수성을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진 본 강연에서 김 교수는 핵심 키워드로 한국의 특별함을 꼽았다.
그는 과거 냉정한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의 위치를 짚으며 “본래 미국의 주요 관심사는 동아시아의 핵심 우방인 일본과 견제의 대상인 중국이었다”고 설명한 뒤 “과거 한국은 미국에게 그리 대접받지 못했던 나라였지만, 오늘날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통해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룩하며 세계 속에서 스스로 특별한 나라가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김 교수는 한국이 이룬 성취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 민주주의 역사를 보면 짧은 기간 내에 민주주의를 안착시킨 사례는 많지 않다”며 “미국이 과거 수많은 나라를 지원했지만 대부분 실패한 반면 한국은 경제와 문화 모든 면에서 탁월한 성장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세계 5위 수준의 군사력과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등은 한국이 스스로 가치를 입증해낸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변화하는 국제 관계의 대응 방향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오랜 시간 쌓아온 양국 간 가치와 신뢰에 변화가 생기며 때로는 낯설고 불편한 감정이 교차하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이러한 때일수록 우리가 미국에게 왜 특별한 존재인지를 다시금 되새기고, 동맹이 본연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변함없는 협력을 보내는 동시에 우리의 특별함을 굳게 붙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한 나라의 운명은 결국 자국민과 지도자들이 어떤 원칙과 합의를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어떤 지렛대를 만들어 국익을 지켜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순간은 짧아도 전통은 영원하다. 이례적인 시기에도 긴 역사의 무게를 새기며 굳건히 앞으로 나아갈 것”을 주문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한편, 강연을 맡은 김봉중 교수는 ‘미국을 안다는 착각’, ‘위험한 미국사’,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집필했으며, tvN ‘벌거벗은 세계사’를 비롯한 다양한 방송과 유튜브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깊이 있는 역사적 통찰을 전달하고 있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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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난동 막은 경찰관 끝내 숨져...트라우마에 무너진 ‘치안 최전선’
19일 광주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서구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A 경감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광주 남구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당시 피의자를 제압하다 크게 다친 50대 경찰관이 끝내 숨을 거뒀다.지난 2024년 사건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불면, 기억장애 등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력 사건 현장에 반복 노출되는 현장 경찰관들에 대한 장기적 정신 치료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19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광주 서부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A 경감은 전날 광주 한 병원에서 숨졌다. A 경감은 2024년 4월19일 사건 당시 광주 남부경찰서 효덕지구대 소속으로 동료 경찰관 2명과 함께 광주 남구 송하동에서 행인을 폭행하고 흉기를 휘두르던 50대 난동범을 제압하다 길이 25㎝가량의 톱에 머리와 팔 등을 다쳐 약 두 달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유족들에 따르면 사건 당시 A 경감은 단기 기억 상실 판단을 받았으며 최근까지도 당시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불면과 불안 증세가 이어지던 중 지난해 10월 남구 한 대학교 사건 현장에 출동한 이후 트라우마가 재발해 열흘 가까이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A 경감은 올해 2월24일 남부경찰서 효덕지구대에서 서부경찰서 소속 지구대로 발령받았지만 정상적인 업무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령 이후 몇 차례 연가를 사용했고 4월부터는 병가와 연가를 반복해 업무에 복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가족들은 상태가 악화되자 지난 13일부터 A 경감을 입원 치료하도록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19일 광주 한 장례식장에서 흉기 피습 트라우마로 지난 18일 사망한 광주 서부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A 경감 유가족들이 일선 경찰관들의 트라우마 치료 체계를 제대로 마련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A 경감의 부인 양모(50)씨는 “남편이 사건 이후 매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기억력도 점점 흐려지고 판단도 어려워했다. 일상 생활 중에서 혹시라도 자기가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았을까 봐 차량 블랙박스를 하루 종일 반복해서 돌려보기도 했다”며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다는 죄책감이 굉장히 심했다. 2월 인사 발령 이후 제대로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스스로 더 힘들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이어 “현장 경찰관들이 사건 이후 정신적으로 무너져도 장기적으로 관리받거나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는 부족한 것 같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공무상 트라우마 치료 체계를 제대로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실제 현장 경찰관들의 정신건강 악화 문제는 전국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23년 8월 전남 여수의 한 파출소 소속 50대 경찰관이 바다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2024년 충남 아산에서는 현직 경찰관이 자신이 근무하던 파출소 직원휴게실에서 권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경찰청은 경찰관들의 PTSD와 직무 스트레스 등을 관리하기 위해 전국에 ‘마음동행센터’를 운영 중이다. 광주 마음동행센터는 지난 2014년 문을 열어 현재 상담사 2명이 근무하고 있다.경찰관 상담은 ▲지정상담 ▲자발상담 ▲긴급상담 등으로 나뉘는데 긴급상담은 강력 사건이나 충격 사건을 경험한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의무 상담이다. A 경감은 2024년 흉기 피습 사건 이후 4차례 긴급상담을 받았고 이후 자발적으로 1차례 추가 상담을 진행해 총 5차례 상담을 받았다.다만 이후 추가 상담은 본인 의지에 따라 진행되는 구조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광주경찰청 마음동행센터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편이다. 조직 특성상 스스로 상담을 요청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실제로 광주 마음동행센터는 2023년 993명, 2024년 725명, 2025년 705명을 상담했다. 최근 3년간 상담 인원은 총 2천423명, 상담 횟수는 7천235회에 달하지만 이중 60% 이상은 본청이 특정 직무나 연령대를 지정해 실시하는 지정상담이였다.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상담을 받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분위기가 여전히 존재한다. 동료들에게 근무 부담을 준다는 죄책감 때문에 치료가 필요해도 스스로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현재 경찰 마음동행센터 프로그램은 충격 사건 직후 단기 상담이나 이벤트성 대응에 머무르는 측면이 있다. PTSD는 시간이 지난 뒤 불면과 불안, 죄책감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장기 추적 관리 체계와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광주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A 경감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경찰은 A 경감의 공무상 재해와 순직 인정 여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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