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문턱 낮춰 독점 깨고 타 시도 참여 확대
원가 지원·강력 제재 등 실천적 대책 총망라
실용 교복 전환·인식 개선으로 가격 거품 제거

해마다 되풀이되는 교복 입찰 담합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전남도교육청 교복 구매제도 개선 TF가 머리를 맞댄 결과, 경쟁 업체 다양화와 입찰 구조의 체질 개선, 실효적인 가격 안정화를 위한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24일 전남도교육청 9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공정하고 합리적인 교복 구매제도 개선 TF 3차 협의회에서는 수사권 부재라는 행정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입찰 설계 단계부터 담합의 토양을 원천 봉쇄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대안들이 심도 있게 검토됐다.
이날 회의에는 위원장인 김기도 목포영화중 교장을 비롯해 고재성 무안행복중 교무부장, 김지혜 목포공업고 주무관, 장지혜 강진중앙초 주무관, 서미연 전남도교육청 학령인구정책과 주무관 등이 위원으로 참석해 지역 교복 시장의 고질적인 병폐를 진단하고 구체적인 제도 개선책을 논의했다.
가장 먼저 검토된 해결책은 경쟁의 판을 키워 특정 업체의 독점을 깨는 것이다. TF는 기존 정장식 교복에 국한됐던 구매 범위를 체육복과 생활복까지 확대하는 방안의 실효성을 따져봤다. 이는 브랜드 업체뿐만 아니라 체육복 전문사나 지역 협동조합 등 다양한 주체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 자연스러운 경쟁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특히 타 시도 업체들도 전남 지역 입찰에 원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안이 논의됐는데, 이는 지역 내 고착화된 담합 구조를 외부 경쟁을 통해 균열 내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교복 가격의 실질적인 하락을 유도하기 위한 품목 최적화와 인식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높았다. TF는 품목을 줄이자는 원칙 아래 생산 원가를 절감하고, 학교별로 제각각인 디자인을 일부 표준화해 단가를 낮추는 방법이 실현 가능한지 검토했다. 바지 등 기본 복장만이라도 규격을 맞춘다면 대량 생산을 통한 비용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도교육청은 교육부에 고가의 정장형 대신 후드티 등 편의성이 높은 생활형 교복으로의 전환을 제안해왔으나, 생산 수량 확보 등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실현되지 못했던 과거 사례를 공유하며 실무적인 보완책을 모색했다.
행정적 지원과 사후 관리 체계도 한층 세밀하게 점검됐다. 개별 학교가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원가 분석 업무를 돕기 위해 도교육청 주관으로 전문 기관에 원가 계산을 의뢰하고 공신력 있는 단가 가이드를 안내하는 방안, 담합 가담 업체에 대한 강력한 제재안을 마련해 시장 퇴출까지 고려하는 엄정한 기준 정립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더불어 졸업생의 교복 반납 시 혜택을 주는 지원 체계와 교복 지원 예산의 학교 기본운영비 전환을 통한 집행 유연성 확보 등 현장에서 즉각 적용 가능한 대책들이 테이블에 올랐다.
결국 제도 개선만큼 중요한 것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인식 변화라는 점에도 위원들의 뜻이 모였다. 교복은 반드시 값비싼 정장 형태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의복 문화를 수용하는 태도가 선행돼야 가격 안정화라는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남도교육청은 이번 협의 내용을 바탕으로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전남만의 실례적이고 특색 있는 개선안을 6월말까지 TF 협의회를 통해 확정할 방침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낸 이번 대안들이 교복 시장의 고질적인 악습을 끊어내는 실질적인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위원장은 “교복은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직결되는 필수품이지만 매년 가격 부담과 품질 문제 등으로 학부모들의 민원이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합리적 가격, 우수한 품질, 공정한 절차, 학생 만족도를 함께 고려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가격 중심의 입찰방식 한계 개선, 학생 선택권 확대, 교복 나눔 및 중고고교 활성화 등의 개선 방안을 통해 학생의 편의성과 학부모의 부담 완화를 최우선에 두고, 현장 체감도가 높은 방향으로 교복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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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난동 막은 경찰관 끝내 숨져...트라우마에 무너진 ‘치안 최전선’
19일 광주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서구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A 경감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광주 남구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당시 피의자를 제압하다 크게 다친 50대 경찰관이 끝내 숨을 거뒀다.지난 2024년 사건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불면, 기억장애 등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력 사건 현장에 반복 노출되는 현장 경찰관들에 대한 장기적 정신 치료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19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광주 서부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A 경감은 전날 광주 한 병원에서 숨졌다. A 경감은 2024년 4월19일 사건 당시 광주 남부경찰서 효덕지구대 소속으로 동료 경찰관 2명과 함께 광주 남구 송하동에서 행인을 폭행하고 흉기를 휘두르던 50대 난동범을 제압하다 길이 25㎝가량의 톱에 머리와 팔 등을 다쳐 약 두 달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유족들에 따르면 사건 당시 A 경감은 단기 기억 상실 판단을 받았으며 최근까지도 당시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불면과 불안 증세가 이어지던 중 지난해 10월 남구 한 대학교 사건 현장에 출동한 이후 트라우마가 재발해 열흘 가까이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A 경감은 올해 2월24일 남부경찰서 효덕지구대에서 서부경찰서 소속 지구대로 발령받았지만 정상적인 업무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령 이후 몇 차례 연가를 사용했고 4월부터는 병가와 연가를 반복해 업무에 복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가족들은 상태가 악화되자 지난 13일부터 A 경감을 입원 치료하도록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19일 광주 한 장례식장에서 흉기 피습 트라우마로 지난 18일 사망한 광주 서부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A 경감 유가족들이 일선 경찰관들의 트라우마 치료 체계를 제대로 마련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A 경감의 부인 양모(50)씨는 “남편이 사건 이후 매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기억력도 점점 흐려지고 판단도 어려워했다. 일상 생활 중에서 혹시라도 자기가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았을까 봐 차량 블랙박스를 하루 종일 반복해서 돌려보기도 했다”며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다는 죄책감이 굉장히 심했다. 2월 인사 발령 이후 제대로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스스로 더 힘들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이어 “현장 경찰관들이 사건 이후 정신적으로 무너져도 장기적으로 관리받거나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는 부족한 것 같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공무상 트라우마 치료 체계를 제대로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실제 현장 경찰관들의 정신건강 악화 문제는 전국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23년 8월 전남 여수의 한 파출소 소속 50대 경찰관이 바다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2024년 충남 아산에서는 현직 경찰관이 자신이 근무하던 파출소 직원휴게실에서 권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경찰청은 경찰관들의 PTSD와 직무 스트레스 등을 관리하기 위해 전국에 ‘마음동행센터’를 운영 중이다. 광주 마음동행센터는 지난 2014년 문을 열어 현재 상담사 2명이 근무하고 있다.경찰관 상담은 ▲지정상담 ▲자발상담 ▲긴급상담 등으로 나뉘는데 긴급상담은 강력 사건이나 충격 사건을 경험한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의무 상담이다. A 경감은 2024년 흉기 피습 사건 이후 4차례 긴급상담을 받았고 이후 자발적으로 1차례 추가 상담을 진행해 총 5차례 상담을 받았다.다만 이후 추가 상담은 본인 의지에 따라 진행되는 구조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광주경찰청 마음동행센터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편이다. 조직 특성상 스스로 상담을 요청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실제로 광주 마음동행센터는 2023년 993명, 2024년 725명, 2025년 705명을 상담했다. 최근 3년간 상담 인원은 총 2천423명, 상담 횟수는 7천235회에 달하지만 이중 60% 이상은 본청이 특정 직무나 연령대를 지정해 실시하는 지정상담이였다.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상담을 받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분위기가 여전히 존재한다. 동료들에게 근무 부담을 준다는 죄책감 때문에 치료가 필요해도 스스로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현재 경찰 마음동행센터 프로그램은 충격 사건 직후 단기 상담이나 이벤트성 대응에 머무르는 측면이 있다. PTSD는 시간이 지난 뒤 불면과 불안, 죄책감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장기 추적 관리 체계와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광주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A 경감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경찰은 A 경감의 공무상 재해와 순직 인정 여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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