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길’에 동호가 없다”···5·18 스마트투어 콘텐츠 부실 논란

입력 2026.04.17. 16:41 김종찬 기자
■ 광주시 5·18 스마트투어 해보니
코스별 차이도 없어…선택 의미 퇴색
AR 적용 ‘들쭉날쭉’…전면 개선 요구
市 “4년 전 그대로… 개선 계획 없어”
광주시가 지난 2022년 개발, 배포한 ‘5·18민주화운동 스마트투어’ 앱 ‘소년의 길’ 테마 중 전남도청에서는 항쟁 마지막 날 방송을 하는 모습이 AR로 나오지만 그 어디에서도 소설 속 주인공 ‘동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소설 ‘소년이 온다’를 모티브로 한 투어에서 ‘소년’의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어요. 또 어느 유적지는 증강현실(AR)이 되고 어느 유적지는 해설만 나오는데 원래 다 제각각인가요?”

광주시가 5·18민주화운동을 알리기 위해 제작한 스마트투어 앱이 실제 활용성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앱은 테마별 코스를 구성해 이용자들이 역사 현장을 따라 걸으며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정작 지난해 제작한 소년이 온다’를 모티브로 한‘소년의 길’ 테마에서 조차 동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등 코스 별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아 이용 목적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이를 운영·관리하는 광주시는 이용자가 적다는 이유로 개선 의지마저 없어 ‘민주주의 도시’ 광주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지적이다.

광주시가 지난 2022년 개발, 배포한 ‘5·18민주화운동 스마트투어’ 앱 ‘소년의 길’ 테마 중 소설 속 주인공인 ‘동호’의 주 활동 무대인 상무관에서는 AR이나 소설 속 관련 설명 없이 짧고 딱딱한 해설만 나오고 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16일 무등일보 취재진이 5·18민주화운동 46주년 한 달여 앞두고 체험해 본 광주시의 ‘5·18민주화운동 스마트투어 앱’은 동선의 복잡함은 물론이고 각 코스별 차이점도 없어 실망스러웠다.

해당 앱은 ㈜위치스가 지난 2022년 국비 2억8천여만원을 들여 개발한 앱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해 5·18민주화운동 주요 사적지를 직접 찾아다니며 AR 기술을 통해 당시의 긴박했던 역사적 순간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횃불·희생·광장·열정·영혼 등 5가지 테마 코스와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배경을 따라 걷는 6개의 5·18탐방코스로 구성돼 있어 이용자가 하나의 코스를 골라 걸어볼 수 있다. 취재진은 ‘소년의 길’ 코스 4~9번까지 걸어봤다.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상무대 옛터까지 총 12곳으로 구성된 ‘소년의길’ 코스 4~9번은 5·18민주화운동기록관부터 상무관, 옛 전남도청, 분수대, 전남대병원, 광주YMCA로, 금남로와 충장로 일대에 모여있어 30여분이면 코스를 모두 둘러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소년의 길을 비롯한 각 코스는 명칭만 다를 뿐 모든 콘텐츠가 유적지에 대한 짧은 해설 위주로 유사하게 구성돼 있어 코스를 나눌 필요성이 없어보였다. 무엇보다 노벨상에 빛나는 ‘소년이 온다’에 대한 설명이나 언급이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AR 기능 적용 여부가 유적지마다 제각각인 점도 이용자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일부 지점에서만 AR 체험이 가능하고, 대부분의 주요 사적지에서는 1분 내외의 짧고 단순한 음성 해설만 제공돼 이용 경험의 일관성이 크게 떨어졌다.

동선 설계 역시 현실성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체 코스를 기준으로 도보 이동 시 장시간이 소요되는 구조임에도, 구간별 안내나 선택형 동선 설계가 부족해 이용자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실제 소년의 길의 경우 네이버 길찾기 기준 코스 12개를 전부 보기 위해 이동할 경우 도보로는 최소 6시간 30분, 차로도 최소 1시간 30분 이상의 이동시간이 필요하다. 코스 전체를 도저히 걸어서는 불가능해 보였다. 이 중 AR이 되는 코스는 4번 금남로, 6번 옛 전남도청, 12번 상무대 옛터 등 3곳 뿐이며, 11번 505보안부대 옛터와 12번 상무대 옛터는 복원 영상을 볼 수 있지만 나머지 코스는 해설만이 주를 이루고 있다.

결국 테마별 코스를 구성했음에도 각 코스의 차별성 없을 뿐 아니라 콘텐츠 완성도가 부족하고, 기능 또한 통일되지 않아 앱의 활용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투어 코스 동선 재구성과 콘텐츠 보강, 기능 통일 등 전반적인 개선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앱을 이용해 본 김모(42)씨는 “소년이 온다의 동호의 발길을 걸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아들과 함께 걸어보고자 했는데 동선이 너무 복잡하고, 도저히 걸어갈만한 거리가 아니었다. 비교적 짧은 코스도 없었다”며 “소설 속 동호의 이야기는 단 한 마디도 없이 1분 내외의 유적지에 대한 짧고 딱딱한 해설만 되는 곳도 많아 소설 소년이 온다를 모티브로 한 코스를 별도로 만든 이유가 의문이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민 고모(23·여)씨도 “각 코스의 특별한 차이점이 없고, 각 코스가 왜 다른지 설명이 부족하다”면서 “또 전일빌딩245가 나오지 않는 소년의 길 코스인데 전일빌딩 해설을 들으라는 알람이 울렸다. 코스와 무관하게 유적지를 모두 확인하려면 굳이 이용객이 코스를 선택해야할 이유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광주시가 지난 2022년 개발, 배포한 ‘5·18민주화운동 스마트투어’ 앱 ‘소년의 길’ 테마 코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이에 광주시 5·18민주과 관계자는 “지난 2022년 앱을 개발한 뒤 업데이트를 하지 않고 유지 보수만 해오고 있다. AR의 경우도 4년 전 관련 회의를 거쳐 되는 곳과 안되는 곳을 정했다”며 “다만 지난해 만든 ‘소년의 길’ 테마를 보면 각 장소마다 간단한 책 페이지 등을 소개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앱의 경우 이용률이 저조해 시비를 투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스마트투어 앱의 경우 각 5·18 관련 유적지를 지도상으로 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앱 업데이트 등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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