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편지에 장내 울음 터져
동료들 거수경례로 마지막 배웅
대전현충원 소방관묘역 안장


“나는 아직 보내줄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아빠는 나의 영웅이었어.”
앳된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지자, 끝내 참아왔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눈물로 얼룩진 가족과 동료들의 배웅 속에서 두 소방관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14일 오전 완도군농어민문화체육센터에서 고(故) 박승원 소방경과 고 노태영 소방교의 영결식이 거행됐다. 식장 안팎에는 제복을 갖춰 입은 소방공무원들이 빼곡히 자리했다. 유족들이 입장하자 이들은 일제히 몸을 바로 세워 거수경례를 올렸고, 상복 차림의 유족들은 눈물을 참지 못한 채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고인에 대한 경례와 묵념이 이어지는 동안 장내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무겁게 가라앉았다. 동료들은 눈을 감은 채 입술을 깨물거나 조용히 눈가를 훔쳤다.


약력 보고에서는 두 소방관의 삶이 차례로 소개됐다. 2007년 임용된 박 소방경은 구조대와 현장대응단을 거치며 20년 가까이 현장을 지켜온 베테랑이었다. 각종 화재와 재난 현장에서 누구보다 앞장섰고, 동료들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기억됐다. 2022년 임용된 노 소방교는 3년 남짓한 재직 기간 동안 400여회 출동하며 묵묵히 소임을 다해온 젊은 대원이었다.
“출동 벨이 울리면 누구보다 먼저 장비를 챙겨 가장 앞에서 상황을 마주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소방공무원 대표로 나선 임동현 완도소방서 소방장은 박 소방경을 이렇게 기억했다. 그는 “위험한 현장에서도 늘 침착했고, 동료들을 먼저 살피던 사람이었다”며 “그날도 두려움에 멈출 수밖에 없는 순간에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노 소방교를 “형님”이라 부른 임준혁 해남소방서 소방사의 추도사에서는 함께 임용돼 낯선 지역에서 의지하며 지냈던 시간, 쉬는 날에도 만나 운동하고 고민을 나누던 기억들이 이어졌다. “결혼을 앞두고 행복한 미래를 이야기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는 말에 여기저기서 흐느낌이 번졌다.

유족 대표로 박 소방경의 첫째 아들이 고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자 유족과 동료들은 끝내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아빠는 나의 영웅이었고, 정말 멋진 사람이었어. 앞으로 더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앳된 목소리는 점점 떨렸고, 마지막 문장을 채 마치기도 전에 울음이 터졌다. 장내는 순식간에 울음바다로 변했다.
한 유족은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오열했고, 가슴을 내려치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연신 고개를 저었다. 옆에 앉아 있던 가족들도 하나둘 눈물을 터뜨렸다.
헌화와 분향이 이어지는 동안 한 유족은 영정 앞에 선 채 국화꽃을 내려치듯 올려놓고는 끝내 주저앉았다.
영결식에서는 열악한 지역 소방관 처우와 안전 문제에 대한 개선 약속도 이뤄졌다. 노 소방교는 주로 구급차 운전을 맡았지만, 인력 부족으로 화재 진압 보조까지 함께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황기연 전남지사 권한대행은 영결사를 통해 “모두가 위험을 피해 나올 때 가장 먼저 위험을 향해 들어가는 이들이 소방관이다. 두 분의 희생을 개인의 용기에만 맡겨두지 않겠다”며 “소방관의 안전을 지키는 데 도정의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인력과 장비,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영결식이 끝나자 운구 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태극기로 덮인 관이 동료들의 손에 들려 천천히 식장을 빠져나갔다. 양옆에 도열한 소방공무원들은 다시 한번 거수경례를 올렸다. 한 동료 소방관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유족과 동료들의 흐느낌이 뒤섞인 채 두 소방관에 대한 마지막 배웅이 이어졌다.
박 소방경과 노 소방교는 이날 오후 대전현충원 소방관 묘역에 안장됐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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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년 전 아픔 딛고 일어서”···13회 ‘기역이 니은이 문화제’ 열려
5·18민주화운동 제46주기를 이틀 앞둔 16일 오전 광주 동구 소태동 주남마을에서 열린 제13회 ‘기역이 니은이 인권문화제’에 참석한 이들이 임을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주남마을 주민들은 스스로 기억하고 나누고자 축제를 이어왔다. 이제는 국가와 행정이 함께 지켜야 할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로 승격돼야 할 시기입니다.”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대표적인 학살·암매장 장소로 지목되는 광주 동구 주남마을에서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주민 주도의 문화제가 열렸다.‘기역이 니은이 축제’ 추진위원회는 16일 오전 광주 동구 주남마을 일대에서 제13회 ‘기역이 니은이 인권문화제’를 개최했다.행사에는 안도걸 국회의원과 신동하 동구 부구청장 권한대행, 박용수 광주시 민주인권평화국장을 비롯해 주민과 자원봉사자, 강원대 강릉캠퍼스 민중가요 노래패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이날 행사는 살풀이 공연을 시작으로 개회선언, 헌화, 인사말, 한시 낭송 등 순으로 진행됐다.주민들은 1980년 광주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마을 차원의 축제를 이어오고 있다. 주남마을 인권문화제는 현재 새로운 미래 구상도 함께 추진 중이다.5·18민주화운동 제46주기를 이틀 앞둔 16일 오전 광주 동구 소태동 주남마을에서 열린 제13회 ‘기역이 니은이 인권문화제’에 참석한 이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우선 개인 사유지에 설치된 위령비 부지를 매입하고 주변을 정비해 추모와 행사가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위령비 옆 과거 공수부대 주둔지를 상시 운영 가능한 무대와 광장으로 꾸며 축제 공간이자 주민 쉼터로 활용할 예정이다. 주둔지 인근 폐축사 건물은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일부를 리모델링해 민주·인권·평화 역사관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추진된다.이철성 축제추진위원장은 “그동안 주남마을 주민들은 오랜 시간 스스로 기억하고 나누며 축제를 이어왔다”며 “이제는 국가와 행정이 함께 지켜야 할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로 확장돼야 할 시점이다. 각계각층에서 5·18의 아픔과 역사를 지키는 일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안도걸 의원은 “‘기역이 니은이 인권문화제’는 아픔을 치유와 연대로 바꾸고 공동체의 힘으로 승화시켜 온 매우 의미 있는 실천”이라며 “기억은 곧 책임이고 인권은 행동이다. 이 소중한 역사가 왜곡되거나 잊히지 않도록 지키고 인권 공동체의 가치가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5·18민주화운동 제46주기를 이틀 앞둔 16일 오전 광주 동구 소태동 주남마을에서 열린 제13회 기역이 니은이 축제 개회식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한편 1980년 5월 23일 밤부터 24일 새벽 사이 당시 화순군 동복면 주남마을 일대에서는 광주에서 빠져나오던 시민들을 향한 계엄군의 집단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시민들이 군의 사격을 받아 다수가 숨지거나 다쳤으며, 이후 일부 희생자들이 주남저수지와 인근 야산 등에 암매장됐다는 증언이 이어지면서 ‘주남마을 학살·암매장 사건’으로 불리고 있다. 이 사건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민간인 학살과 시신 은폐 의혹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며, 현재까지도 정확한 희생 규모와 암매장 실태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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