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거면 재수색은 왜 하나···막무가내 재수색, 시작 2시간 만에 중단

입력 2026.04.14. 09:19 박소영 기자
잇단 유해 발굴에 1년4개월만에 사고현장 재수색
젖은 흙 그대로 거르고 유해조각 놓칠 큰 체망 사용
전문가들 “수색 방식 잘못돼” 지적…유가족 중단 요구
13일 오전 무안국제공항에서 국무조정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민·관·군·경이 합동으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유해 재수색 작업을 진행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각 기관이 수색을 한다는데 기준도 하나도 없고...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수색이 허술했다는 것이 판명되면서 1년4개월 만에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등에서 유해 재수색이 시작됐지만, 이 역시 무성의했다. 전문가의 조언없이 무작정 시작했다가 첫 삽을 뜨자마자 중단됐다.

정부, 경찰, 군, 소방 등 여러 기관이 투입됐지만 통일된 매뉴얼 없이 중구난방으로 진행된데다 중장비까지 동원되면서 현장의 유가족들은 “무엇을 위한 재주색이냐”는 울분이 터져 나왔다.

13일 무안국제공항. 이날 오전 9시30분 수색 설명회를 시작으로 경찰, 군, 소방, 국무조정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국조실 사조위) 등 민·관·군·경 합동 수색이 시작됐다. 하루 약 250명이 투입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수색을 진행하고 당일 오후마다 유가족에게 설명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수색은 이날을 시작으로 5월29일까지 이어질 계획이며 필요 시 연장 여부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수색 범위는 공항 내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둔덕 주변을 중심으로 활주로 일대와 공항 외곽까지 포함한 총 6개 구역으로 나눠 각 구역마다 경찰·군·소방 등이 담당 구역을 수색하는 형식이다. 둔덕 주변과 추가 유해 발견 지역, 갈대숲, 진입등 설치 구역, 배수구 집수정, 나대지 등이 포함된다.

이날 첫 재수색은 경찰 담당 구역인 둔덕 주변에서 진행됐다. 경찰 과학수사대는 호미 등을 이용해 지표면을 약 10~15㎝ 깊이로 파낸 뒤, 필요 시 30㎝까지 굴착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파낸 흙은 양동이에 담아 옮긴 뒤 8㎜ 간격의 체에 부어 걸러내고, 남은 이물질을 육안으로 재확인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13일 오전 무안국제공항에서 국무조정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민·관·군·경이 합동으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유해 재수색 작업을 진행된 가운데 경찰 과학수사대원들이 흙을 파내고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이날 수색이 진행되지 않은 구역에서는 유가족들이 직접 살폈다. 나뭇가지로 잡초를 제치고 흙을 긁으며 구역을 오가고, 경찰이 파낸 지점을 다시 들여다보는 모습이 이어졌다. 일부 유가족은 기체 부품이나 유해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해 경찰에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수색이 시작하자마자 ‘발굴 방식이 내가 아는 것과 너무 다르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나오면서 곧바로 중단됐다.

경찰들의 발굴 과정을 살피던 한 전문가는 “파낸 흙이 젖어 있는데, 곧바로 체에 거르고 있다. 이러면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발굴자도 급격히 피로해진다. 이럴 경우 보통 흙을 파낸 후 일정 시간 말린 뒤 체에 거른다”며 “노상에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비가 예보된 상황에서 파낸 흙이 다시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 흙을 보관하고 재확인할지에 대한 기준도 없다다”고 지적했다.

체를 통한 선별 방식 자체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민간 전문가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는 “1년4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 발견될 수 있는 유해는 대체적으로 치아 등 작은 뼛조각일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흙을 체에 거르는 과정이 매우 중요한데 현재 사용한 8㎜ 체는 너무 커 치아 조각이나 작은 뼈는 걸러지지 못한다”며 “유해 발굴은 작은 뼛조각 하나까지 확인하는 작업인 만큼 체질 과정에서 정밀성이 확보돼야 한다. 이 체로는 선별 과정에서 유해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중장비 투입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보안 울타리 설치 과정에서 포크레인이 현장을 오간 점을 두고 “수색 지점을 훼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으며, “이 상태에서 제대로 된 유해 수습이 가능하겠느냐”는 항의도 이어졌다.

이날 유가족협의회는 수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지적하며 긴급 대책 회의를 요청했고, 이에 따라 오후 수색은 중단됐다.

김유진 유가족 대표는 “각 기관이 따로 움직일 것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과 조직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수색 계획과 기준을 문서로 제시하고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13일 진행된 민·관·군·경이 합동으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유해 재수색 과정에서 한 유가족이 유해 추정 물체를 발견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유해 발굴은 첫째 현장 설계 단계에서 유해 비산 범위와 동선을 분석하고, 둘째 발굴 단계에서 그리드 기반 수색을 진행하며, 셋째 감식 단계에서 현장에서 즉시 유해를 분류·기록하고, 넷째 보관 단계에서 모든 유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4단계 프로토콜에 따라야 한다”며 “관계기관은 해당 프로토콜을 따르고 유가족들도 프로토콜에 대한 번위에서 요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수색은 긴급 중단 이후 추가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작업은 일시 중단된 상태로 수색 방법과 범위에 대해 유가족과 관계기관 간 조율이 진행 중이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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