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가지마···" 완도 순직 소방관들 애끓는 추모

입력 2026.04.13. 18:22 강주비 기자
완도 냉동창고 화재 소방관 2명 순직
빈소 울음·탄식…분향소 추모 행렬
지방 현장 열악한 인력 실태 드러나
13일 완도 냉동창고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박승원 소방경, 노태영 소방교의 합동분향소가 완도문화예술의전당에 마련된 가운데, 박 소방경의 자녀의 친구들인 완도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헌화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어떡해…. 우리 아들 어떡해….”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절규가 빈소를 가득 메우자 조문객들은 고개를 떨궜다. 생전 든든한 아빠이자 아들, 친구 같은 동료였던 두 소방관의 마지막 길에는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았다.

13일 오전 완도군 한 장례식장에는 전날 냉동창고 화재로 순직한 박승원 소방경과 노태영 소방교를 추모하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장례식장 앞에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근조 화환이 길게 늘어섰고, 동료 소방관들은 허망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애써 눈물을 삼키는 모습이었지만 굳게 다문 입술과 떨리는 눈빛에는 깊은 슬픔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빈소 안쪽에서는 하나뿐인 아들과 남편을 잃은 유족들의 울음이 간헐적으로 터져 나왔다. 가슴을 내리치며 “우리 아들 어떡하냐”고 오열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문틈 너머로 흘러나오자, 조문객들은 눈을 감거나 고개를 푹 숙였다.

13일 완도 냉동창고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박승원 소방경의 빈소 모습. 강주비 기자

박 소방경의 가족 A씨는 “어제 저도 기사를 통해 사고를 알게 됐다. 아직 경황이 없어 자세한 상황도 듣지 못했다”며 “어머니께서 많이 놀라신 상태라 곁을 지키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인의 생전 모습에 대해서는 “착했다. 정말 착했다”는 말을 울먹이며 반복하다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박 소방경을 ‘꽃동생’이라 부르던 동네 선배 오승철(46)씨는 “고향이 약산인데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가장 가까운 동생”이라며 “소식을 듣고 어제 바로 왔다가 잠시 집에 들른 뒤 다시 빈소를 찾았다”고 전했다. 오씨는 박 소방경에 대해 “책임감이 강하고 멋진 사람이었다. 그야말로 남자다운 남자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13일 완도 냉동창고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노태영 소방교의 빈소 모습. 강주비 기자

노태영 소방교의 동기인 강진소방서 소속 성원주 소방관도 “함께 훈련받던 밝고 착한 동기였다”며 “자주 연락하지는 못했지만 좋은 모습만 기억에 남아 있는데, 너무 안타깝고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침울했다. 갑작스러운 비보가 믿기지 않는 듯 “이게 무슨 일이냐”, “아이고…”라는 탄식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조문을 마친 뒤 돌아서는 발걸음도 쉽게 떨어지지 않아 몇 차례나 빈소를 뒤돌아보기도 했다.

완도문화예술의전당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도 추모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박 소방경 자녀의 친구들인 완도고등학교 1학년 학생 100여명이 단체로 찾아 애도했다.

13일 완도 냉동창고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박승원 소방경, 노태영 소방교의 합동분향소가 완도문화예술의전당에 마련된 가운데, 박 소방경의 자녀의 친구들인 완도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헌화 후 묵념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학생들은 안내에 따라 일렬로 서서 영정 앞에 국화를 내려놓았다. 애써 감정을 눌러보려 했지만, 영정 사진을 마주하자 결국 얼굴을 감싸 쥔 채 울음을 터뜨렸다. 묵념을 마치고 돌아서는 학생들의 눈가는 하나같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한 학생은 한참을 울다가 “친구 아버지인데… 믿기지 않는다”고 힘겹게 말했다.

시민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완도읍에 사는 이옥동(66)씨는 “순직한 소방관 중 한 분은 자녀가 셋이고, 다른 한 분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고 들었다”며 “위험한 현장인 줄 알면서도 임무를 다하다가 변을 당한 것 같아 더 안타깝다. 유족들의 심정을 어떻게 헤아리겠느냐”고 슬퍼했다.

13일 완도 냉동창고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박승원 소방경, 노태영 소방교의 빈소에 근조 화환이 늘어서 있다. 강주비 기자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역 소방 현장의 구조적 한계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노 소방교의 주 업무는 구급차 운전이었지만, 인력 부족으로 화재 진압 보조까지 함께 투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적으로 1개 지역대에는 펌프차 3명, 구급차 3명 등 총 6명이 근무해야 하지만, 노 소방교가 근무하던 해남소방서 북평지역대는 당시 4명이 근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인력 부족 속에 직무 구분 없이 화재 현장까지 투입되는 구조가 이어지면서, 군 단위 소규모 지역의 소방 인력과 운영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향소에서 만난 군민 60대 김모씨는 “민간인을 구조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었다고 들었는데 두 명이나 순직했다는 점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지인인 소방관이 지휘 시스템이 현장에 맞게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시스템상 미흡한 점이 없었는지 사고 원인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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