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혼선·충돌 없이 운영
출근 앞당기고 도보 출근
"버스 없는 지역은 어쩌나"
"공영주차장 앱 안내 미비"

“평소 이용하지 않던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려니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중동발 에너지 위기 대응으로 공공기관 차량 2부제와 공영주차장 5부제가 동시에 시행된 첫날, 광주 도심 출근길 풍경이 크게 달라졌다. 주차난은 완화됐지만 대중교통 여건과 생활 패턴 차이에 따른 불편도 동시에 드러났다. 5부제 시행 공영주차장 안내 등 현장의 혼선을 줄이기 위한 세밀한 보완책 마련이 과제로 남았다.

8일 광주 광산구청 주차장. 평소 출근 차량이 길게 줄을 이루던 시간대였지만 이날은 차량 흐름이 드문드문 이어질 뿐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입구에는 청원경찰 3명이 배치돼 차량 번호를 거듭 확인하며 “직원인가요, 민원인이신가요”라고 묻기를 반복했다. 홀짝제와 5부제가 동시에 적용되면서 출입 기준이 달라진 탓에 현장에서는 차량 구분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민원인 차량 일부는 주차장 앞 안내 표지판을 확인한 뒤 급히 방향을 틀기도 했다. 다만 기존에도 5부제를 경험했던 직원들 사이에서는 비교적 큰 혼선 없이 제도가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광산구 청원경찰은 “현재까지 마찰이나 혼선은 없었다”며 “첫날인 만큼 민원인을 위해 오후 6시까지 현장 안내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주시청 일대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청사 출입구 주변에는 ‘5부제 동참’을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설치됐고, 직원들은 캠페인을 벌이며 제도 홍보에 나섰다. 차량 대신 도보로 이동하는 직원들이 늘었고, 자전거 거치대에는 평소보다 많은 자전거가 빼곡히 들어섰다.
이곳 역시 전반적으로 원활히 제도가 운영됐지만, 시행 첫날인 만큼 혼선도 일부 나타났다. 끝자리 제한 요일을 착각해 차단기 앞에서 후진하거나, 직원 안내를 받은 뒤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차량이 드물게 포착됐다.

주차장 안내를 하던 직원은 “날짜를 착각해 되돌아간 직원 차량은 1대뿐이었다”며 “민원인은 5부제 시행을 모르고 오는 사례가 10여대 정도 있었다. 서류 제출 등 짧은 시간 안에 끝낼 수 있는 민원의 경우 갓길에 잠시 정차한 뒤 업무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광주 서구 화정동 공영주차장에서도 5부제를 시행했다. 이날 현장을 점검하던 구청 직원들은 주차장을 돌며 단속 대상 차량 여부를 확인하고 관리 직원들에게 세부 지침을 전달했다. 전날부터 주차돼 있던 차량에는 안내문을 부착해 혼선을 줄이려는 모습도 보였다.
서구 관계자는 “전날부터 주차해 놓은 미출차 차량은 단속 대상이 아님을 알리는 안내문을 꽂아 혼선이 없도록 하고 있다”며 “공영주차장은 물론 시행 대상이 아닌 주차장들도 혼잡 여부를 점검하며 5부제가 잘 시행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중교통 이용이 불가피해진 공무원들은 이동 시간 증가와 업무 효율 저하를 우려했다. 동일한 홀짝 번호 차량을 보유한 가구를 중심으로 차량 2부제에 맞추기 위한 번호판 변경 문의가 각 자치구에 잇따르기도 했다.
북구에서 서구청으로 출근하는 A씨는 “환승 대기 시간이 길어 결국 정류장에서 청사까지 걸어왔다. 오전부터 5천보 넘게 걸어 힘들다”며 “현장 업무를 나갈 때도 차량 배차를 먼저 고민해야 해 불편이 크다”고 토로했다.
광산구청 직원 B씨는 “외곽 지역은 버스 노선 자체가 부족해 카풀이나 차량 공유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근무지에 따라 체감되는 불편 정도가 크게 다르다”고 했다. 특히 육아를 병행하는 직원들의 경우 대중교통 이용으로 출근 시간이 앞당겨지면서 생활 전반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제도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직장인 양소라(34)씨는 “2부제까지 시행되니 상황의 심각성은 체감된다”면서도 “수도권과 달리 대중교통이 충분하지 않은 지방에 대해 차등을 두지 않고 그냥 불편을 감수하라는 방식은 아쉽다”고 말했다.
공영주차장 이용 정보 부족도 문제로 지목됐다.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카카오맵과 네이버지도 등에서는 5부제 시행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외근이 잦다는 윤모(38)씨는 “업무 특성상 공영주차장을 자주 이용하는데, 지도 앱에는 5부제 여부가 표시되지 않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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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난동 막은 경찰관 끝내 숨져...트라우마에 무너진 ‘치안 최전선’
19일 광주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서구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A 경감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광주 남구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당시 피의자를 제압하다 크게 다친 50대 경찰관이 끝내 숨을 거뒀다.지난 2024년 사건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불면, 기억장애 등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력 사건 현장에 반복 노출되는 현장 경찰관들에 대한 장기적 정신 치료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19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광주 서부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A 경감은 전날 광주 한 병원에서 숨졌다. A 경감은 2024년 4월19일 사건 당시 광주 남부경찰서 효덕지구대 소속으로 동료 경찰관 2명과 함께 광주 남구 송하동에서 행인을 폭행하고 흉기를 휘두르던 50대 난동범을 제압하다 길이 25㎝가량의 톱에 머리와 팔 등을 다쳐 약 두 달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유족들에 따르면 사건 당시 A 경감은 단기 기억 상실 판단을 받았으며 최근까지도 당시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불면과 불안 증세가 이어지던 중 지난해 10월 남구 한 대학교 사건 현장에 출동한 이후 트라우마가 재발해 열흘 가까이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A 경감은 올해 2월24일 남부경찰서 효덕지구대에서 서부경찰서 소속 지구대로 발령받았지만 정상적인 업무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령 이후 몇 차례 연가를 사용했고 4월부터는 병가와 연가를 반복해 업무에 복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가족들은 상태가 악화되자 지난 13일부터 A 경감을 입원 치료하도록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19일 광주 한 장례식장에서 흉기 피습 트라우마로 지난 18일 사망한 광주 서부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A 경감 유가족들이 일선 경찰관들의 트라우마 치료 체계를 제대로 마련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A 경감의 부인 양모(50)씨는 “남편이 사건 이후 매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기억력도 점점 흐려지고 판단도 어려워했다. 일상 생활 중에서 혹시라도 자기가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았을까 봐 차량 블랙박스를 하루 종일 반복해서 돌려보기도 했다”며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다는 죄책감이 굉장히 심했다. 2월 인사 발령 이후 제대로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스스로 더 힘들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이어 “현장 경찰관들이 사건 이후 정신적으로 무너져도 장기적으로 관리받거나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는 부족한 것 같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공무상 트라우마 치료 체계를 제대로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실제 현장 경찰관들의 정신건강 악화 문제는 전국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23년 8월 전남 여수의 한 파출소 소속 50대 경찰관이 바다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2024년 충남 아산에서는 현직 경찰관이 자신이 근무하던 파출소 직원휴게실에서 권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경찰청은 경찰관들의 PTSD와 직무 스트레스 등을 관리하기 위해 전국에 ‘마음동행센터’를 운영 중이다. 광주 마음동행센터는 지난 2014년 문을 열어 현재 상담사 2명이 근무하고 있다.경찰관 상담은 ▲지정상담 ▲자발상담 ▲긴급상담 등으로 나뉘는데 긴급상담은 강력 사건이나 충격 사건을 경험한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의무 상담이다. A 경감은 2024년 흉기 피습 사건 이후 4차례 긴급상담을 받았고 이후 자발적으로 1차례 추가 상담을 진행해 총 5차례 상담을 받았다.다만 이후 추가 상담은 본인 의지에 따라 진행되는 구조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광주경찰청 마음동행센터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편이다. 조직 특성상 스스로 상담을 요청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실제로 광주 마음동행센터는 2023년 993명, 2024년 725명, 2025년 705명을 상담했다. 최근 3년간 상담 인원은 총 2천423명, 상담 횟수는 7천235회에 달하지만 이중 60% 이상은 본청이 특정 직무나 연령대를 지정해 실시하는 지정상담이였다.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상담을 받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분위기가 여전히 존재한다. 동료들에게 근무 부담을 준다는 죄책감 때문에 치료가 필요해도 스스로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현재 경찰 마음동행센터 프로그램은 충격 사건 직후 단기 상담이나 이벤트성 대응에 머무르는 측면이 있다. PTSD는 시간이 지난 뒤 불면과 불안, 죄책감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장기 추적 관리 체계와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광주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A 경감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경찰은 A 경감의 공무상 재해와 순직 인정 여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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