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담합 고리 끊자] 과징금 처분까지 3년···고지서 받기 전 문닫는 업체들

입력 2026.04.07. 19:50 한경국 기자
3. 뒷북 처분에 불공정 반복
법정처리 시한 13개월 초과
광주 41곳 중 14곳은 폐업
이름만 바꿔 재영업 꼼수도
교육 현장 제재 한계도 한몫
5일 광주 북구 우산동 상설교복나눔장터에서 올해 첫 운영을 시작한 가운데 학부모들이 신학기를 맞아 교복을 살펴보고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광주의 한 교복 대리점 거리. 불과 몇 년 전 담합 의혹으로 지역사회를 달궜던 매장들이 하나둘 간판을 내렸다. 3년 전 담합의 주역으로 의심받던 업체 중 상당수는 이미 시장을 떠나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책임을 묻는 과징금 고지서가 도착하기도 전에, 지지부진한 조사 기간이 이들에게 합법적인 탈출구를 열어준 셈이다.

지난해 불거진 광주지역 교복 담합 사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지난 3월이다. 조사 착수부터 처분까지 무려 3년이 걸렸다. 부당 공동행위 사건 처리 시한인 13개월은 이미 옛일이 된 지 오래였다.

문제는 3년이라는 긴 공백이 누군가에게는 본의 아니게 완벽한 퇴로가 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당시 공정위가 전수조사한 광주지역 41개 교복 업체 중 최종적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곳은 27개 업체에 그쳤다. 나머지 14개 업체는 공정위의 최종 의결서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폐업 신고를 마치면서 수사가 종결됐다. 조사 대상 3곳 중 1곳 꼴로 법적 책임의 사정권 밖으로 유유히 빠져나간 것이다.

특히 사라진 14개 업체 중에는 사업자명만 교묘하게 바꿔 같은 장소에서 영업을 이어가는 꼼수 개업 업체도 1곳 포함돼 있었다. 나머지 13개 업체는 아예 교복 시장을 완전히 떠났다.

광주지방공정거래사무소는 이러한 조사 지연의 배경으로 인력 구조와 절차적 한계를 들었다. 정원 19명 중 실제 근무 인원이 17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한 명의 조사관이 수많은 사건을 병행 처리하다 보니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사건을 담당한 공정위 조사관은 “심사보고서 작성 이후에도 의견서 제출 등 방어권 보장 절차가 이어지고, 절차상 문제로 재수사 결정이 나기도 한다”며 “한 명의 조사관이 모든 업체를 대면 조사해야 하는 구조와 사건 수를 감안하면 시간 소요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결국 행정력이 한계에 부딪혀 머뭇거리는 동안 시장에서 도태되거나 영리하게 흔적을 지운 업체들에게 본의 아니게 시간적 면죄부를 쥐여준 결과가 됐다.

조사 당국의 시계가 멈춰 선 가운데 교육 현장에서는 담합의 틈새를 메우기 위한 행정 조치들이 분주하게 추진됐다. 하지만 이내 견고한 법리적 벽에 가로막혔다. 교육청이 의심 정황을 포착해 제도 개선에 힘을 쏟아도 정작 담합 여부를 최종 판단하고 징계할 칼자루는 공정위나 수사기관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광주시교육청은 입찰 과정의 의심 징후를 추적하며 감시망을 보강해왔고, 전남도교육청은 업체가 전무한 도서 지역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기존의 단일 계약 방식을 허무는 다변화 전략으로 감시의 공백을 메우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장의 분투도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사례가 발견될 때마다 명확한 처벌 잣대를 만들어달라고 공정위와 교육부 등에 요청해왔다”면서 “하지만 업체별 원가가 다르고 학교별 사정이 제각각이라, 특정 수치만으로 담합을 단정하는 일률적 기준 마련은 어렵다는 취지의 회신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명백한 의혹을 포착하더라도 이를 단죄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사실상 부재한 셈이다.

매년 반복되는 교복 입찰 담합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배경에는 지방사무소의 사건 인지 구조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인력 부족에 따른 업무 과중으로 직권조사가 쉽지 않아 조달청 등 관계기관의 신고나 제보를 통해서만 조사가 시작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 투찰률이나 낙찰가 차이만으로는 담합 여부를 단정하기 어려워 사업자 간 합의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점도 조사 기간을 늘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주인 잃은 고지서와 멈춰버린 시계. 행정의 사각지대가 방치되는 사이, 담합 주체는 사라지고 학부모의 부담과 무너진 공정만이 교복 시장에 남겨졌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박소영기자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1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