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하루 전 계약 종료 사례도
광주 600명·전남 200명 수준
"정부 지침 마련되면 따를 것"

대통령이 퇴직금 지급 기준인 1년을 피하기 위한 공공기관의 ‘쪼개기 계약’ 관행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광주·전남 공공기관에서는 여전히 10개월 안팎 단기 계약과 1년 직전 계약 종료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는 중앙정부 지침이 마련되면 채용 구조 개선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9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시 산하 공공기관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9개월 또는 11개월 등 단기 계약 형태로 채용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올해 채용 공고를 보면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 광주연구원, 광주비엔날레 등 여러 기관에서 대부분 2월 또는 3월부터 12월까지 근무하는 계약 기간 10개월 안팎의 기간제 채용이 진행됐다.

특히 일부 채용 공고에서는 퇴직금 지급 기준인 ‘1년’을 채우기 직전 계약을 종료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의 일반행정 사무원 채용은 2026년 3월3일부터 2027년 2월28일까지로 계약 기간이 정해졌다. 광주여성가족재단 경영 분야 기간제 근로자는 2026년 2월23일부터 2027년 2월19일까지 근무하도록 돼 있다.
광주신용보증재단 금융복지지원센터 기간제 직원 역시 2026년 2월19일부터 2027년 2월18일까지로, 퇴직금 지급 기준을 하루 앞둔 시점에 계약이 종료되도록 설정됐다.
전남도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남도 채용공고에서 ‘기간제’를 검색해 확인한 결과 올해 게시된 공고 가운데 상당수가 9~11개월 단위 계약이었다. 전남 산림연구원과 농업기술원, 해양수산과학원 등에서는 기간제 근로자를 10개월 안팎으로 채용하는 공고가 게시됐고, 전남도 동부청사 환경미화 기간제 근로자는 3개월짜리 초단기 계약도 확인됐다.
일부 공고에는 사업 특성을 이유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안내 문구가 포함되기도 했다.
현행 근로기준법과 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1년 이상 계속 근로한 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계약 기간을 1년 미만으로 설정하거나 일정 기간 공백을 둔 뒤 다시 채용하는 방식이 전국 공공기관에서 반복돼 왔다.
이 같은 행태를 두고 현행 노동법 규정의 경계값을 악용한 ‘편법’이자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말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러한 관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퇴직금은 1년이 지나야 주는데 왜 11개월 15일 된 사람은 안 주느냐”며 “정부도 2년이 지나면 정규직이 된다고 1년 11개월 만에 해고하고 퇴직금 안 주겠다고 11개월씩 계약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그러면 되느냐. 정부가 부도덕하다”며 “정상적으로 계속 일할 자리는 정규직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지적 이후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각 지자체 등을 대상으로 기간제 근로자의 현황과 임금, 재직 기준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지만 아직 명확한 지침은 내려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전남에는 200여 명의 기간제 근로자가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는 정확한 인원을 집계하기 어렵지만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약 600명의 기간제 근로자가 채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각종 사업이 본격화되는 3월 이후에는 기간제 채용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간제 근로자가 연간 수백 명에 이르는 만큼 상시·지속 업무를 단기 계약으로 운영하는 관행이 이어질 경우 노동자의 고용 불안뿐 아니라 공공 서비스의 안정성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자체는 중앙정부 지침에 따라 제도 개선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기간제 인력 확대 문제와 관련해 내부적으로도 논의는 하고 있다”며 “기관 운영은 정규 인력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을 고려하면서도 재정 여건과 사업 특성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예산이 연 단위로 편성되다 보니 1년을 기준으로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고 사업 성격에 따라 3~4개월처럼 짧은 계약도 있다. 기간제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퇴직금 지급 방식에 대한 문의나 민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예산 문제나 기존 계약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있어 자체적으로 기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앙부처에서 명확한 지침이 마련될 경우 제도 개선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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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안전 최전선’ 경찰관의 죽음...트라우마 관리 ‘경고등’
19일 광주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서구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A 경감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광주 남구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당시 피의자를 제압하다 크게 다친 50대 경찰관이 끝내 숨을 거뒀다.지난 2024년 사건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불면, 기억장애 등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력 사건 현장에 반복 노출되는 현장 경찰관들에 대한 장기적 정신 치료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19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광주 서부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A 경감은 전날 광주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A 경감은 2024년 4월19일 사건 당시 광주 남부경찰서 효덕지구대 소속으로 동료 경찰관 2명과 함께 광주 남구 송하동에서 행인을 폭행하고 흉기를 휘두르던 50대 난동범을 제압하다 길이 25㎝가량의 톱에 머리와 팔 등을 다쳐 약 두 달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유족들에 따르면 사건 당시 이 경감은 단기 기억 상실 판단을 받았으며 최근까지도 당시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불면과 불안 증세가 이어지던 중 지난해 10월 남구의 한 대학교 사건 현장에 출동한 이후 트라우마가 재발해 열흘 가까이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이 경감은 올해 2월24일 남부경찰서 효덕지구대에서 서부경찰서 소속 지구대로 발령받았지만 정상적인 업무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령 이후 몇 차례 연가를 사용했고 4월부터는 병가와 연가를 반복해 업무에 복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가족들은 상태가 악화되자 지난 16일부터 A 경감을 입원 치료하도록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19일 광주 한 장례식장에서 흉기 피습 트라우마로 지난 18일 사망한 광주 서부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A 경감 유가족들이 일선 경찰관들의 트라우마 치료 체계를 제대로 마련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A 경감의 부인 양모(50)씨는 “남편이 사건 이후 매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기억력도 점점 흐려지고 판단도 어려워했다. 일상 생활 중에서 혹시라도 자기가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았을까 봐 차량 블랙박스를 하루 종일 반복해서 돌려보기도 했다”며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다는 죄책감이 굉장히 심했다. 2월 인사 발령 이후 제대로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스스로 더 힘들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이어 “현장 경찰관들이 사건 이후 정신적으로 무너져도 장기적으로 관리받거나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는 부족한 것 같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공무상 트라우마 치료 체계를 제대로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실제 현장 경찰관들의 정신건강 악화 문제는 전국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23년 8월 충남 아산에서는 현직 경찰관이 자신이 근무하던 파출소 직원휴게실에서 권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지난해에는 전남 여수의 한 파출소 소속 50대 경찰관이 바다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경찰청은 경찰관들의 PTSD와 직무 스트레스 등을 관리하기 위해 전국에 ‘마음동행센터’를 운영 중이다. 광주 마음동행센터는 지난 2014년 7월 문을 열어 현재 상담사 2명이 근무하고 있다.경찰관 상담은 ▲지정상담 ▲자발상담 ▲긴급상담 등으로 나뉘는데 긴급상담은 강력 사건이나 충격 사건을 경험한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의무 상담이다. A 경감은 2024년 흉기 피습 사건 이후 4차례 긴급상담을 받았고 이후 자발적으로 1차례 추가 상담을 진행해 총 5차례 상담을 받았다.다만 이후 추가 상담은 본인 의지에 따라 진행되는 구조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광주경찰청 마음동행센터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편이다. 조직 특성상 스스로 상담을 요청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실제로 광주 마음동행센터는 2023년 993명, 2024년 725명, 2025년 705명을 상담했다. 최근 3년간 상담 인원은 총 2천423명, 상담 횟수는 7천235회에 달하지만 이중 60% 이상은 본청이 특정 직무나 연령대를 지정해 실시하는 지정상담이였다.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상담을 받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분위기가 여전히 존재한다. 동료들에게 근무 부담을 준다는 죄책감 때문에 치료가 필요해도 스스로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현재 경찰 마음동행센터 프로그램은 충격 사건 직후 단기 상담이나 이벤트성 대응에 머무르는 측면이 있다. PTSD는 시간이 지난 뒤 불면과 불안, 죄책감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장기 추적 관리 체계와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광주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A 경감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경찰은 A 경감의 공무상 재해와 순직 인정 여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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