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m 앞 내 집, 838m 돌아가라?··· 10년째 뺑뺑이 귀가에 분노

입력 2026.03.05. 09:32 박소영 기자
광주예술의전당 인근 골목 ‘진입 금지’ 주민들만 골탕
우회 도로 교통량 많아 혼잡… 역주행 부추기는 구도
“거주민은 다닐 수 있는 방안 마련 나서야” 민원 제기
광주 북구 운암2동 예술의전당 후문 진입로 60여m 도로가 예술의전당에서 나오는 일반통행만 가능해 도로에 속한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택배 차량 등 역주행 차량을 쉽게 볼 수 있다.

광주 북구 광주예술의전당 인근 주택가 골목이 진입금지로 묶이면서 주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불과 60여m 남짓한 골목을 두고도 인근 주민들은 매번 예술의전당을 가로질러 귀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3일 오후 2시께 찾은 광주 북구 운암2동 광주예술의전당 후문부터 시작되는 금호로108번길 일부 구간. 인근 어린이집을 기준으로 예술의전당 후문으로 향하는 위쪽 도로는 ‘진입금지’가 표시된 일방통행 구간이다. 해당 도로의 길이는 약 62m에 불과하지만 차량 진입이 차단돼 이곳에 있는 빌라 2곳과 꽃집, 일반주택 1곳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큰 도로로 다시 나와 예술의전당으로 들어간 뒤 후문으로 빠져나오는 우회로를 택해야 한다.

광주 북구 운암2동 예술의전당 후문 진입로 60여m 도로가 예술의전당에서 나오는 일반통행만 가능하다. 사진은 한 차량이 진입금지 표기를 무시한 채 역주행하는 모습

그렇다보니 내려오는 차량이 뜸한 틈을 이용해 역주행을 선택하는 모습이 자주 확인됐다. 주민들이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역주행하거나 도로가 차량 방향을 바꾸기 위한 운전자들의 회차 공간처럼 활용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도 예술의전당을 통과해 후문으로 빠져나오는 차량의 흐름은 끊이지 않았다.

산책하며 이 일대를 자주 지나다닌다는 최모(64)씨는 “배달 차량들은 시간이 생명이다 보니 역주행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이 골목에도 빌라와 주택이 있어 물건을 내려놓기 위해 진입금지를 무시하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며 “도로가 워낙 짧다 보니 그런 선택을 하는 것 같은데, 예술의전당에서 나오는 차량도 적지 않아 사고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해당 구간 빌라에 거주하는 김모(59)씨는 “집에 들어갈 때마다 예술의전당을 한 바퀴 돌아야 한다. 이 골목 안쪽에 사는 주민들은 차가 없을 때 대부분 역주행해 집으로 들어간다.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10초도 채 안걸리는 짧은 거리인데 바로 보이는 집을 두고 예술의전당을 가로질러 돌아가야 하는 게 가장 답답하다. 오후 5시부터 시작되는 퇴근 시간에는 짧게는 20분부터 2시간까지 차들로 집 앞 도로가 꽉 막혀 옴짝달싹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무등일보 취재진이 광주 북구 제봉로 무등일보를 출발지로 두고 광주예술의전당 후문 진입로 인근 빌라를 목적지로 지정했을 때 차량 네비게이션이 광주예술의전당을 통과하는 경로를 안내해 주고 있다.

실제로 네비게이션앱에서 해당 구간에 있는 꽃집을 출발지로, 이곳 도로로 올라 오는 우회전 분기점인 카페를 목적지로 지정할 시 거리는 약 156m인 반면 출발지와 목적지를 바꿀 경우 이동거리가 약 838m까지 늘어난다. 62m 아주 짧은 진입금지 도로로 거리가 5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다 예술의전당으로 들어 가는 우회 경로는 반드시 북문대로를 거쳐야 하는데 이곳은 수완, 첨단지구 등으로 향하는 간선도로 진입 방향이자 운암사거리 인근으로 교통량이 많아 혼잡도가 높은 구간이다.

주민들은 불편의 원인이 일방통행 자체가 아니라 골목으로 들어갈 수 있는 선택지가 아예 차단돼 있다는 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짧은 구간이라도 진입이나 방향 전환이 가능했다면 불편이 크게 줄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10월 북구 누리집 고충민원 접수창구에 통행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 민원이 접수됐다. 광주 북구 누리집 갈무리

이 같은 불편은 민원으로도 제기됐다. 운암2동 예술의전당 후문 진입로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북구 누리집 고충민원 접수창구에는 통행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민원에서 주민은 “진입금지 이후 빌라 2곳, 일반주택 1곳, 꽃집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귀가 시 복잡한 운암동을 지나야 하고, 예술의전당 차단기가 내려져 있을 경우에는 진입금지를 무시하고 집에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진입금지 라인을 거주민이 다닐 수 있도록 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4일 광주 북구 운암동 예술의전당 후문방면 내려오는 구간 60m 남짓한 골목길 일방통행길에서 차량이 역주행하며 오르막 길을 올라오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북부경찰서는 “해당 구간이 일방통행로가 된 지 10여년이 넘어서 자료보존 기간이 지나 심의 자료를 찾을 수 없어 정확히 어떤 이유로 언제 지정이 된지 확인할 수 없다”며 “경찰이나 안전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민원은 거의 없는 편이다. 도로가 짧고 거주 주민이 많지 않아 신고로 이어지지 않은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설정된 점 등을 고려해 현재의 통행 방식이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며 “다만 민원이 누적되고 교통량과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심의를 거쳐 노면 표시 변경 등 조정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1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