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굴양식장 노동착취 의혹
이주노동자 산재·체불 반복
“제도 개선 없인 비극 계속”

전남 산업현장을 떠받치고 있는 이주노동자를 둘러싼 사망 사고와 노동 착취 의혹이 잇따르면서 산업 안전과 노동 인권 문제에 경고등이 동시에 켜졌다. 지역 시민사회는 최근 사건들이 개별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위험한 작업 구조와 제도적 허점이 맞물린 결과라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4일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최근 영암 대불국가산업단지에서는 불과 며칠 사이 이주노동자 두 명이 잇따라 숨졌다.
지난달 28일 영암 대불산단 대한조선 제1공장에서 캄보디아 국적 30대 노동자가 작업 중 선박 블록에 깔려 숨졌다.
앞서 같은 달 24일에도 산단 내 선박부품 제조업체에서 베트남 국적 노동자가 금속 절단 작업 중 아르곤 가스에 노출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동단체는 올해 들어 전남에서 발생한 이주노동자 사망 사고가 이미 6건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 속에서 위험한 작업이 하청 구조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고흥에서는 계절노동자를 둘러싼 노동 착취 의혹이 제기됐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고흥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업 계절노동자 인권 침해 실태를 폭로했다.
단체에 따르면 필리핀 국적 여성 A(28)씨는 지난해 11월 계절노동 비자로 입국해 고흥의 한 굴 양식장에서 일했지만 근로계약서와 다른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받았다.
계약서상 월급은 209만원이었지만 실제로는 굴 1㎏당 3천원을 받는 수당제가 적용됐고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에도 첫 달 급여로 23만5천671원만 지급됐다는 것이다.
또 계약서에 없는 유자 농장 노동에 동원되고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면 필리핀으로 돌려보내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거 환경 역시 열악했다. 여성 노동자 15명이 방 3개짜리 주택에서 생활했고 숙박비 명목으로 1인당 31만원씩 총 450만원이 급여에서 공제됐다. 숙소 내부에는 CCTV가 설치되고 외출이 제한되는 등 사실상 감금에 가까운 생활이 이어졌다고 단체는 주장했다.
또 직업안정법상 권한이 없는 불법 브로커들이 노동자 이동을 통제하고 노동량을 관리하는 등 노동 착취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전남노동권익센터의 ‘2024년 전남 이주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160여명 가운데 23.4%가 임금체불을 겪었고, 부당대우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38.1%에 달했다. 하루 8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노동자도 전체의 80%에 달했다.
제도적 한계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강원 양구군 농장에서 일한 뒤 임금 2억여 원을 받지 못한 필리핀 계절노동자들이 법적 대응을 위해 재입국을 요청했지만 거부된 사례가 확인됐다. 현행 제도상 인신매매 피해 인정은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에게만 가능해 해외 체류 노동자는 구제 절차 자체가 막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민사회는 이주노동자 문제를 단순한 외국인 노동 정책이 아니라 산업 안전과 노동 인권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소아 공익변호사와함께하는동행 변호사는 “가해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며 “계절노동자 제도와 산업 현장 관리 체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단체는 이주노동자 인권보호 민관협력 실무협의회 활성화와 산업재해 신고·상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전담 신고센터 설치 등을 제안하고 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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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홀짝·5부제 첫날···"외곽 출퇴근은 어쩌죠"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 첫날인 8일 오전 광주 광산구청 주차장에 한 차량이 들어서고 있다. 강주비 기자
“평소 이용하지 않던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려니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중동발 에너지 위기 대응으로 공공기관 차량 2부제와 공영주차장 5부제가 동시에 시행된 첫날, 광주 도심 출근길 풍경이 크게 달라졌다. 주차난은 완화됐지만 대중교통 여건과 생활 패턴 차이에 따른 불편도 동시에 드러났다. 5부제 시행 공영주차장 안내 등 현장의 혼선을 줄이기 위한 세밀한 보완책 마련이 과제로 남았다.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 첫날인 8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청 자전거 주차장에 자전거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강주비 기자8일 광주 광산구청 주차장. 평소 출근 차량이 길게 줄을 이루던 시간대였지만 이날은 차량 흐름이 드문드문 이어질 뿐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입구에는 청원경찰 3명이 배치돼 차량 번호를 거듭 확인하며 “직원인가요, 민원인이신가요”라고 묻기를 반복했다. 홀짝제와 5부제가 동시에 적용되면서 출입 기준이 달라진 탓에 현장에서는 차량 구분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민원인 차량 일부는 주차장 앞 안내 표지판을 확인한 뒤 급히 방향을 틀기도 했다. 다만 기존에도 5부제를 경험했던 직원들 사이에서는 비교적 큰 혼선 없이 제도가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광산구 청원경찰은 “현재까지 마찰이나 혼선은 없었다”며 “첫날인 만큼 민원인을 위해 오후 6시까지 현장 안내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광주시청 일대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청사 출입구 주변에는 ‘5부제 동참’을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설치됐고, 직원들은 캠페인을 벌이며 제도 홍보에 나섰다. 차량 대신 도보로 이동하는 직원들이 늘었고, 자전거 거치대에는 평소보다 많은 자전거가 빼곡히 들어섰다.이곳 역시 전반적으로 원활히 제도가 운영됐지만, 시행 첫날인 만큼 혼선도 일부 나타났다. 끝자리 제한 요일을 착각해 차단기 앞에서 후진하거나, 직원 안내를 받은 뒤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차량이 드물게 포착됐다.공영주차장 차량 5부제 시행 첫날인 8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공영주차장에서 서구청 직원이 주차장 관리 직원에게 세부 지침을 안내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주차장 안내를 하던 직원은 “날짜를 착각해 되돌아간 직원 차량은 1대뿐이었다”며 “민원인은 5부제 시행을 모르고 오는 사례가 10여대 정도 있었다. 서류 제출 등 짧은 시간 안에 끝낼 수 있는 민원의 경우 갓길에 잠시 정차한 뒤 업무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광주 서구 화정동 공영주차장에서도 5부제를 시행했다. 이날 현장을 점검하던 구청 직원들은 주차장을 돌며 단속 대상 차량 여부를 확인하고 관리 직원들에게 세부 지침을 전달했다. 전날부터 주차돼 있던 차량에는 안내문을 부착해 혼선을 줄이려는 모습도 보였다.서구 관계자는 “전날부터 주차해 놓은 미출차 차량은 단속 대상이 아님을 알리는 안내문을 꽂아 혼선이 없도록 하고 있다”며 “공영주차장은 물론 시행 대상이 아닌 주차장들도 혼잡 여부를 점검하며 5부제가 잘 시행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다만 대중교통 이용이 불가피해진 공무원들은 이동 시간 증가와 업무 효율 저하를 우려했다. 동일한 홀짝 번호 차량을 보유한 가구를 중심으로 차량 2부제에 맞추기 위한 번호판 변경 문의가 각 자치구에 잇따르기도 했다.북구에서 서구청으로 출근하는 A씨는 “환승 대기 시간이 길어 결국 정류장에서 청사까지 걸어왔다. 오전부터 5천보 넘게 걸어 힘들다”며 “현장 업무를 나갈 때도 차량 배차를 먼저 고민해야 해 불편이 크다”고 토로했다.광산구청 직원 B씨는 “외곽 지역은 버스 노선 자체가 부족해 카풀이나 차량 공유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근무지에 따라 체감되는 불편 정도가 크게 다르다”고 했다. 특히 육아를 병행하는 직원들의 경우 대중교통 이용으로 출근 시간이 앞당겨지면서 생활 전반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 첫날인 8일 오전 광주 광산구청 주차장이 한산하다. 강주비 기자시민들 사이에서도 제도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직장인 양소라(34)씨는 “2부제까지 시행되니 상황의 심각성은 체감된다”면서도 “수도권과 달리 대중교통이 충분하지 않은 지방에 대해 차등을 두지 않고 그냥 불편을 감수하라는 방식은 아쉽다”고 말했다.공영주차장 이용 정보 부족도 문제로 지목됐다.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카카오맵과 네이버지도 등에서는 5부제 시행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외근이 잦다는 윤모(38)씨는 “업무 특성상 공영주차장을 자주 이용하는데, 지도 앱에는 5부제 여부가 표시되지 않아 불편하다”고 말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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