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기약하는 손길에 '눈물'
KTX 에매 전쟁 실패 귀성객 '눈길'

“음식 다 쌌지? 조심히 가고 도착하면 연락해라.”, “이제 추석에나 보겠네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보내세요. 다음 명절에 봬요.”
설 연휴 마지막 날 광주송정역과 종합버스터미널은 이른 아침부터 긴 휴식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으로 한 가득이었다. 양손 가득 고향에서 싸온 음식들을 한 아름 안고 가족들과 인사하는 손가락 끝에서는 아쉬움과 슬픔이 교차했다.

18일 오전 9시께 광주 광산구 송정역은 역사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부터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대합실도 일상으로 향하는 귀경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들은 서로의 마지막 안부를 묻는 대화들을 이어갔다.
귀경객들은 의자에 앉아 커다란 캐리어를 쌓아둔 채 잠시 눈을 붙이거나 가족과 대화를 나누며 열차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매점 앞에서는 아침을 먹지 못한 귀경객들이 잠깐의 끼니를 떼우거나 기차 안에서 먹을 간단한 간식과 음료를 사기도 했다. 자리를 잡지 못한 승객들은 본인들의 캐리어를 의자삼아 앉았다. 귀경 인사를 위해 온 가족이 총 출동한 가족들은 행여나 서울로 가는 열차를 놓칠세라 연신 시간표를 확인하는 모습도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 용산행 열차가 도착할 시간이 되자 시민들은 승강장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승강장에 도착하자 양손 가득한 음식들과 캐리어를 기차에 올린 채 좌석에 앉는 대신 배웅하는 가족들과 마지막 안부를 묻기도 했다. 홀로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가족과 함께 온 승객들은잘 보이지 않는 창문 너머에 연신 손을 흔들었다. 손자들을 배웅하기 위해 길을 나선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기차가 떠나는 그 순간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고 사라져가는 기차의 뒷모습을 보며 아쉬움 가득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순례(79·여)씨는 “오랜만에 손주들을 봤는데 할아버지만 보면 울어대던 모습은 어디가고 어엿한 유치원생이 됐다”며 “집안 가득 뛰면서 웃어대던 아이들이 가고, 북적부적거렸던 집안도 한 동안은 조용하기만 할 것 같다. 당분간은 조용한 집이 적응 안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고주영(52·여)씨도 “용돈타가던 때가 엇그제 같은데 이제는 자기 손으로 돈을 벌겠다고 먼 서울에 홀로 갔다가 오랜만에 내려온 아들을 보니 딱하기도 하면서 자랑스럽다”면서 “오랜만에 아들 주려고 집 안에 기름내 가득하게 음식도 하고 이야기도 했다. 길 것 같던 명절이 끝나고 아들이 돌아간다고 하니 서운하지만 다음에 내려올 땐 어떤 소식을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선호(29)씨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새로운 일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기간이 이었는데 오랜만에 가족들과 만나니 오랜만에 눈물이 흘렀다.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니 응석도 부리고 싶고, 힘든 티를 내고 싶었던 것 같다”며 “종종 내려오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잘 지켜질지는 모르겠다. 앞으로 가족들을 생각하며 더욱 힘을 내야겠다”고 웃어보였다.

이날 오전 서구 광천동 광주종합터미널에서도 못내 아쉬움을 털어내는 가족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승용차로 버스터미널까지 이동한 가족들은 트렁크에서 양손 무겁게 짐을 서둘러 내리기도 했고, 각 승차홈에서는 버스 시간을 확인하는 귀경객들로 가득했다.
해남에 사는 김모(71)씨는 “3~4년 전부터 명절이면 자녀들이 있는 광주로 올라오고 있다. 각자 사는 곳도 다르고, 바쁘게 일 하는 자녀들에게 고향에 오라는 부담주기 싫어서 올라오고 있다”며 “잠깐이지만 아들도, 며느리도 봐서 행복한 명절이었다. 다음에 올라올 땐 손주 소식을 들려주면 좋겠다”고 웃음을 지어보였다.
KTX 예매에 실패해 고속버스로 간다는 귀경객도 눈에 띄었다.
이주영(33)씨는 “지난해 명절에는 일이 바빠 내려오지 못해 ‘예매 전쟁’이라는 느낌을 잊고 살았는지 올해 KTX 올라가는 표 에매를 깜박했다”면서도 “다행히 서울행 버스는 10분 마다 1대씩 있어서 겨우 자리를 잡았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와 즐겁기도 했지만 부모님이 점점 야위어 가고 주름도 많이 늘어가는 것 같아 슬픈 감정이 공존했다”며 “앞으로 자주 내려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기준 귀경길인 광주 요금소에서 서울 요금소까지는 4시간 30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목포 요금소에서 서서울 요금소까지는 4시간 40분이 예상됐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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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안 민심은 ‘정책’을 원한다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무안 지역사회에는 어김없이 ‘의혹’과 ‘진정서’라는 이름의 네거티브 공세가 등장한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익숙한 풍경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한 무안의 민심은 과거와는 분명히 다르다. 자극적인 폭로전보다 지역의 미래를 고민하는 정책 경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최근 지역사회에서 또다시 등장한 일부 의혹들 가운데는 과거 사법기관의 조사 과정에서 무혐의 또는 증거 부족으로 정리된 사안들도 포함돼 있다. 수년 전 이미 수사와 논란을 거쳤던 사안들이 선거를 앞두고 다시 등장하면서 군민들 사이에서는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수사를 거쳤던 일을 두고 선거 때마다 ‘진정’과 ‘고발’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을 보면 솔직히 피로하다”거나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이야기보다 무안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정책 경쟁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팽배하다.무안에서 이어지고 있는 군 공항 이전 문제 역시 단순한 찬반 구도를 넘어선 지역 생존권 문제라는 인식이 자리잡은지 오래다. 일부에서는 군 공항 이전 반대 활동을 두고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를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특히 충분한 소음 대책과 실질적인 보상, 지역 발전 전략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이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즉 무안 지역 여론의 공통된 흐름은 ‘대책 없는 이전은 안 된다’는 데에 있다.이 같은 흐름은 최근 지역사회에서 확인되는 유권자 의식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과거처럼 자극적인 폭로나 의혹 제기 하나가 선거 판세를 흔들던 시대와 달리, 유권자들은 사안의 사실관계와 정책의 실효성을 구분해 바라보려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결국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아니면 말고’식 의혹 제기는 더 이상 큰 힘을 갖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 비방 보다는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 폭로가 아니라 책임 있는 정책 경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지금 무안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진정서가 아니라 군민의 삶을 변화시킬 구체적인 정책과 미래 전략이다. 사법기관의 판단을 존중하고, 군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적인 문제-소음 피해와 지역 발전-대한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먼저다.무안의 민심은 이미 구태 정치보다 한 발 앞서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비방이 아니라 정책으로 경쟁하는, 성숙한 지역 정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무안=박민선기자 wlaud2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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