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똥에, 중요 장치 방치까지”...1년 넘게 버려둔 항공기 잔해에 유가족 ‘분통’

입력 2026.02.12. 16:46 박소영 기자
12일 제주항공 사고기 재조사 진행
사고 후 410일 노면 방치...보관 부실
기체 속도 조절 ‘플랩 컨트롤’ 발견
유가족 “사조위 부실 조사” 지적
12일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기 잔해 재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유가족들이 기체 파면을 살피고 있는 국립과학수사대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부품을 이렇게 방치해서 사고 원인을 미궁에 빠지게 만들 작정이었네요. 쥐똥도 나오고… 그 안에서 뭘 먹었겠어요.”

12일 오전 무안국제공항에서 진행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기 잔해 재조사에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데 중요한 ‘플랩 컨트롤’이 발견되면서 유가족들이 크게 반발했다.사고 발생 410여일 동안 노면에 방치됐던 잔해에서 기체 속도 조절과 관련된 장치가 확인되면서 초기 수거와 보관 관리 미비에 대한 지적과 항의가 빗발쳤다.

이날 무안국제공항 공항소방대 뒤편 보관구역. ‘진상규명’이라고 적힌 파란 모자를 눌러쓴 유가족 30여명이 잔해 주변을 둘러쌌다. 이번 재조사는 유가족 요구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 주관으로 진행됐으며 국립과학수사대 25명과 항공기 전문가 등이 투입됐다.

포대에 담겨 있던 잔해를 차례로 꺼내 확인하는 과정에서 속도를 조절하는 부품인 플랩 컨트롤이 확인되자, 현장이 술렁였다. 플랩은 이륙과 착륙 시 날개 뒤쪽에서 확장돼 양력을 증가시키고 항공기의 속도와 안정성을 조절하는 장치다. 재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해당 부품이 플랩을 작동시키는 장치로 보인다고 설명하자 유가족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이어졌다.

그간 착륙 당시 항공기 감속 과정이 쟁점이 돼온 상황에서 관련 장치로 보이는 부품이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김상철 유가족협의회 이사는 “랜딩기어가 왜 내려오지 않았는지와 함께 착륙 당시 감속 장치 작동 여부가 쟁점이 돼왔다”며 “속도와 양력을 조절하는 장치로 보이는 부품이 이제야 수거됐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초기 수거 과정에서 왜 확인되지 않았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항공기 전문가들 역시 플랩 컨트롤이 참사 진상규명에 중요한 부품이라고 설명한다.

12일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기 잔해에 대한 재조사 시작된 가운데 관계자가 파면들 속에 고여 있던 빗물을 퍼내고 있다.

심재동 세한대학교 항공정비학과 교수는 “플랩은 고양력발생장치라고 부르는데 지상에서 항공기 속도를 감속하는 역할을 한다. 사고 당시 활주로에서 플랩이 작동되지 않았는데 플랩 컨트롤이 발견됐다면 조종사가 시도 했으나 안 된 것인지, 조작 자체를 하지 않았던 것인지를 밝혀 낼 수 있을 것”이러고 밝혔다.

중요 부품이 1년이 넘어서야 발견되면서 잔해 보관 관리 미비에 대한 유가족 항의도 이어졌다. 재조사에서 모습을 드러낸 잔해들은 붉은 녹과 곰팡이가 쓸어 있었고 눈, 비로 인한 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잔해를 모아둔 노면에는 쥐 배설물까지 발견됐다. 처참한 형태가 나타날 때마다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흐느낌이 이어졌다.

유가족 이효은(53)씨는 “이렇게 젖고 썩은 데다 쥐까지 드나든 상황에서 뭐가 제대로 남아 있겠느냐 ”며 “지난해 여름 비가 올 때마다 여기 와서 발 동동 구르며 제대로 보관해 달라고 사조위에 요청했었다”고 분노했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1년 넘게 방치됐던 잔해를 이제서야 조사한다는 점에서 아쉽지만, 조사를 다시 시작한 만큼 작은 단서 하나라도 놓치지 말고 끝까지 확인해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가 분명하게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국립과학수사대 등은 오전 조사 과정에서 유류품 19점이 확인했으며 기체 잔해를 외장재·내장재·전자·전장품 등으로 분류해 컨테이너 4동으로 전부 옮길 때까지 매주 재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부피가 큰 기체 꼬리날개는 별도 가건물을 설치해 보관할 계획이다.

앞서 2024년 12월29일 오전 9시3분께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동체 비상착륙하던 중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졌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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