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4억 모금…누적 100억원 최초 달성 ‘눈 앞’
유기동물·광주극장·ET야구단 등 다양한 사업 발굴
“기부자 한 명이 소중…지역 활성화에 최선” 다짐도

“기부자들을 향한 진심은 1등입니다. 단순히 세액공제나 답례품을 받기 위한 일회성 기부를 넘어 동구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관계인구’를 늘리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광주 동구가 ‘기획력’ 하나로 고향사랑기부금 모금 100억원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까지 누적 97억원을 모금했다.
김희선 고향사랑팀장은 “전남의 경우 해남 밤고구마, 무안 양파, 완도 전복, 고흥 유자 등 전남은 각 시·군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특산품들이 있다. 하지만 동구는 내새울만한 특산품이 뚜렷하지 않아 답례품 선정이 어려워 홍보하는 데 애를 먹었다”며 “이에 직원들과 밤새 고민한 결과 다양한 지정기부 사업들을 기획, 기부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했고 그 성과가 조금씩 보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동구에 모인 기부금은 매년 급증했다. 2023년 9억2천만원을 모금한 것을 시작으로 2024년 23억9천600만원, 2025년 64억원 등 해마다 3배 가까이 모금액이 모였다. 기부자들의 거주 지역도 광주와 전남이 아닌 서울시민과 경기도민의 비중이 60%가 넘어 압도적이었다.
또 지난해 지정기부금액은 전체 기부금의 42%로, 26억9천여만원에 달했다. 이 중 가장 높은 기부금을 받은 사업은 8억7천90만원 상당이 모금된 유기동물보호사업의 일환인 ‘피스 멍멍’이다.
김 팀장은 “지난해 7월31일 동구 불로동에 개소한 유기동물 입양 기관인 ‘피스멍멍’은 매주 100여명 이상의 지역민이 방문하고 있으며, 6개월 만에 31마리가 입양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처음엔 유기동물 보호 및 입양 기관을 시내에 두는 것이 어렵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동안의 방문객과 입양된 수를 보니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 효과 등 성과가 보이는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이어 “피스 멍멍 외에도 광주극장 보존사업과 발달장애인 ‘E.T 야구단’ 지원 사업, 에너지 취약게층 지원 사업 등 총 4가지의 지정사업도 많은 기부자들의 사랑을 받았다”며 “지정기부 외에 지자체 기부금 일부는 관내 초등학교 5~6학년 1천100명을 대상으로 한 ‘통기타 음악교실’ 사업을 진행했다. 통기타를 각 학교에 대여해주고 따로 마련된 장소로 모이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어 아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 해당 사업은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동구는 기부자들의 마음을 더욱 공고히 하는 ‘관계인구 만들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동구는 관계인구를 늘리기 위해 ET야구단 경기에 초청하거나 광주극장 리모델링 후 첫 상영회에 기부자들을 초대하는 등 타 지자체 시민들이 동구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김 팀장은 “지난해 전국에 있는 동구를 모르는 국민들 6만3천여명이 동구에 기부를 해주셨다. 관내 정주인구 10만명의 60%에 달하는 수”라며 “수많은 기부자분들 덕분에 동구가 기초지자체 최초 누적 기부금 100억원 달성을 눈 앞에 두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구는 인구 감소 관심 지역이며 재정자립도 또한 낮다. 그래서 지자체와 관계를 맺고 있는 기부자 한 명, 한 명이 너무나 소중하다”면서 “기부 단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해 동구를 단 한 번이라도 더 찾아올 수 있도록, 그렇게 찾아온 동구에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지역을 활성화 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
조상 땅에서 맞는 설···음식·노래·웃음 가득한 고려인마을
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 동포들이 명절 음식을 나눠 먹고 있다. 강주비 기자
“설은 가족과 보내는 날이라고 배웠어요. 여기선 우리 모두가 한가족입니다.”설을 앞둔 광주 고려인마을은 고소한 음식 냄새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고향을 떠나 조상의 땅인 한국에 정착한 고려인 동포들은 둥근 상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노래를 부르며 그들만의 명절을 맞고 있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 동포들이 명절 음식을 나눠 먹고 있다. 강주비 기자12일 오전 10시30분께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 1층에 들어서자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곰탕 냄비와 분주히 오가는 손길이 눈에 들어왔다. 고려인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이곳에서 함께 식사를 하지만, 이날은 설을 앞두고 특별한 명절 상이 차려지고 있었다.상 위에는 전날부터 삶아둔 수육을 넣은 이날의 주메뉴 수육곰탕을 비롯해 미역·고사리나물을 비롯해 당근 김치, 러시아식 토마토 반찬, 만두, 과일, 빵 등 각종 후식까지 가득 올랐다. 준비한 음식은 100인분에 달했다. 모두 같은 고려인 동포들이 나흘 전부터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해 직접 만든 음식들이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지하 강당에서 진행된 노래교실에서 김마리따씨가 우리나라 전통 민요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강주비 기자찹쌀떡을 직접 빚어 고물을 묻히는 모습은, 음식만 다를 뿐 여느 한국 가정의 설 준비와 다르지 않았다.우즈베키스탄 국적 박실바(74)씨는 “집에서는 만들기 어려워 자주 못 먹는 음식들이 있다. 명절만큼은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원하는 음식을 이웃들에게 물어보며 메뉴를 골랐다”며 “무려 나흘 전부터 장을 보고, 음식 손질을 하며 준비했다. 힘들어도 다 같이 둘러앉아 웃으며 준비해 먹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웃어 보였다.같은 시각 센터 지하 강당에서는 또 다른 설맞이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50여명의 고려인들은 책상에 둘러앉아 ‘우리나라 전통공예 체험’에 참여했다. 검은색 손거울 위에 자개 스티커를 붙이며 나전칠기를 배우는 시간이었다.숨을 참으며 조심스럽게 스티커를 붙이던 이들은 이내 완성된 거울을 들여다보며 서로의 작품을 비교했다. “예쁘다”는 감탄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이들도 있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지하 강당에서 진행된 전통공예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려인들이 자개 스티커로 꾸민 손거울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주비 기자이어, 강당에 전통 민요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를 든 김마리따(70)씨는 가사를 보지 않고 능숙하게 노래를 이어갔다. 손뼉을 치며 호응하던 고려인들은 이내 후렴구를 함께 따라 불렀다. 이어진 ‘남행열차’ 무대에서는 어깨를 들썩이며 박자를 맞추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서툰 발음이었지만, 누구보다 흥겹고 열정 가득한 노랫소리가 강당을 가득 채웠다.김씨는 “우즈베키스탄에 있을 때 합창단 활동을 하며 아리랑과 남행열차를 배웠다”며 “한국에 설을 지내며 이 노래를 부르니 고향 생각도 나고 더 뜻깊다. 이렇게 동포들과 함께하니 외롭지 않다”고 전했다.프로그램이 끝나자, 고려인들은 일제히 1층으로 향했다. 빈틈이 없을 만큼 각종 음식으로 가득 채워진 상에 둘러앉아 서로의 그릇에 수육을 덜어주고 반찬을 권하는 따뜻한 풍경이 펼쳐졌다. 러시아어와 한국어가 섞인 대화 속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고향에서의 추억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고, 한국에서의 생활을 공유하기도 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 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들이 함께 먹을 음식들을 준비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이날 2월에 생일인 7명을 위한 작은 생일파티도 마련됐다. 러시아 생일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고, 케이크에 꽂힌 초를 함께 불었다. 생일자들은 쑥스러운 듯 웃었고, 주변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생일 선물로 마련된 칫솔·치약 세트와 마스크, 상비약 등 생필품 꾸러미도 전달됐다.매주 센터를 찾는다는 최벨라(71)씨는 “평소에도 이곳에 오면 늘 기분이 좋은데, 명절에 이렇게 모여 노래하고 음식을 나누니 더 행복하다”며 “남편과 딸, 손자와 함께 이 마을에서 10년째 살고 있다. 올해도 가족 모두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러시아에 있을 때는 설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한국에 와서 설 문화를 배웠고, 이제는 우리들도 매년 집이나 식당에서 잔칫상을 차리고 춤추고 노래하며 우리만의 설을 보낸다. 러시아에서는 명절에 물만두를 먹지만, 이제는 한국 문화를 따라 떡국도 함께 먹는다”며 “동포들이 이곳에 와서 맛있게 먹고 즐기며 웃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 · “쥐똥에, 중요 장치 방치까지”...1년 넘게 버려둔 항공기 잔해에 유가족 ‘분통’
- · “베트남 처녀 수입” 진도군수 망언 이후...세대 갈린 진도 민심
- · 광주 아파트서 고양이 토막 사체···잔혹해지는 동물학대
- · 광주역 열차 멈출까···신안철교 재가설에 ‘운행 중단’ 검토, 노조 '반발'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