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400곳 중 399곳 그쳐
장애인 콜택시 이용 반복
市 "단계적 개선해 나갈 것"

광주시가 휠체어 이용자 등 교통약자를 위한 버스정류장인 무장애정류소 시범 사업을 시작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광주지역 시내버스 정류장 2천400여 곳 가운데 무장애정류소는 399곳에 불과하다. 해마다 고작 40여곳을 개선한데 그친 것이다.
3일 무등일보 취재진이 찾은 광주 도심 버스정류장 상당수가 휠체어 이용자 등 교통약자가 사용하기에 불편한 구조였다.
광주시가 조성하는 무장애정류소는 휠체어 이용자의 승하차를 고려해 정류장 내부에 최소 1.5m 이상의 대기공간을 확보하고, 휠체어 회전을 방해하는 가로수·휴지통·안내판 등 시설물을 정류장 외곽으로 이격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또 보도와 차도의 단차를 완만하게 조정해 저상버스가 정차했을 때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과 안내체계 설치를 기본 요소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준이 적용되지 않은 일반 정류장에서는 교통약자 이용이 쉽지 않은 모습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정류장 안쪽으로 휠체어가 들어설 경우 방향을 바꾸기 힘들어 보였고, 저상버스 승하차에 중요한 연석(차도와 인도의 경계석) 높이도 정류장마다 들쑥날쑥했다. 정류장 주변 인도 폭이 협소해 이용객이 몰리면 휠체어 이용자와 일반 시민의 동선이 겹칠 수밖에 없는 구조도 적지 않았다. 지붕이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설치되지 않은 정류장도 눈에 띄었다.
전동휠체어 이용자 정연옥(50)씨는 “저상버스가 있어도 정류장에 접근하는 것부터가 어렵다. 가로수나 시설물 때문에 도로 쪽으로 내려가야 하거나, 정류장 안에서 휠체어를 돌릴 공간이 나오지 않는 곳도 많다”며 “시민들이 탑승을 위해 도로가로 내려오게 되면 버스가 바짝 붙여 정차하지 못해 승하차 시간이 길어지고, 그 과정에서 눈치를 보게 된다. 결국 일상적인 이동에서는 대중교통 대신 장애인 콜택시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현행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은 버스정류장 설치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시행규칙에는 연석 높이를 15~25㎝로 유지하고, 휠체어의 진출입과 회전이 가능하도록 구조를 갖추도록 명시돼 있다. 휠체어 사용자와 시각장애인의 동선을 분리하고 점자블록과 안내판을 설치하도록 한 조항도 포함돼 있다.

다만 휠체어 회전공간의 구체적인 크기나 배치 방식에 대한 수치는 제시돼 있지 않다. ‘회전이 가능해야 한다’는 원칙만 규정돼 있을 뿐, 이를 어떻게 설계에 반영할지에 대한 통합 표준설계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법적 기준은 존재하지만, 실제 현장 적용은 지자체 해석과 정류장 여건에 따라 제각각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자체 지침을 마련해 무장애정류소를 조성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기준은 법령이 아닌 행정 지침 성격으로, 강제성을 가진 규정은 아니다. 연간 정비 물량 역시 제한적이어서 광주시 전체 시내버스 정류소 2천400여 곳 가운데 무장애정류소는 현재 399곳, 전체의 16.6% 수준에 머물러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 내 상당수 정류소가 과거에 설치된 시설로, 현행 기준을 일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무장애정류소 사업을 통해 매년 대상 구역을 선정해 단계적으로 정류장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매년 약 10개 이상씩 개선해나가고 있으나 올해는 예산 한계로 5개로 줄었다”며 “앞으로는 각 자치구에서 자체적으로 정류소를 정비할 때 무장애정류소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안내를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의 ‘2025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에서도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수치로 확인된다. 전국 버스정류장 등 교통약자 이동편의시설 설치율은 38.5%에 그쳤고,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저상버스 도입률은 전국 평균 44.4% 수준이다. 광주는 41.8%, 전남은 30.1%로 모두 평균을 밑돌았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버스정류장은 이동의 출발점이지만, 최소한의 설계 기준조차 통일돼 있지 않아 접근성 수준이 지역마다 다르다”며 “정류장 조성 단계부터 장애인 관점이 반영되지 않으면 이동권 개선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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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 땅에서 맞는 설···음식·노래·웃음 가득한 고려인마을
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 동포들이 명절 음식을 나눠 먹고 있다. 강주비 기자
“설은 가족과 보내는 날이라고 배웠어요. 여기선 우리 모두가 한가족입니다.”설을 앞둔 광주 고려인마을은 고소한 음식 냄새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고향을 떠나 조상의 땅인 한국에 정착한 고려인 동포들은 둥근 상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노래를 부르며 그들만의 명절을 맞고 있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 동포들이 명절 음식을 나눠 먹고 있다. 강주비 기자12일 오전 10시30분께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 1층에 들어서자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곰탕 냄비와 분주히 오가는 손길이 눈에 들어왔다. 고려인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이곳에서 함께 식사를 하지만, 이날은 설을 앞두고 특별한 명절 상이 차려지고 있었다.상 위에는 전날부터 삶아둔 수육을 넣은 이날의 주메뉴 수육곰탕을 비롯해 미역·고사리나물을 비롯해 당근 김치, 러시아식 토마토 반찬, 만두, 과일, 빵 등 각종 후식까지 가득 올랐다. 준비한 음식은 100인분에 달했다. 모두 같은 고려인 동포들이 나흘 전부터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해 직접 만든 음식들이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지하 강당에서 진행된 노래교실에서 김마리따씨가 우리나라 전통 민요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강주비 기자찹쌀떡을 직접 빚어 고물을 묻히는 모습은, 음식만 다를 뿐 여느 한국 가정의 설 준비와 다르지 않았다.우즈베키스탄 국적 박실바(74)씨는 “집에서는 만들기 어려워 자주 못 먹는 음식들이 있다. 명절만큼은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원하는 음식을 이웃들에게 물어보며 메뉴를 골랐다”며 “무려 나흘 전부터 장을 보고, 음식 손질을 하며 준비했다. 힘들어도 다 같이 둘러앉아 웃으며 준비해 먹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웃어 보였다.같은 시각 센터 지하 강당에서는 또 다른 설맞이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50여명의 고려인들은 책상에 둘러앉아 ‘우리나라 전통공예 체험’에 참여했다. 검은색 손거울 위에 자개 스티커를 붙이며 나전칠기를 배우는 시간이었다.숨을 참으며 조심스럽게 스티커를 붙이던 이들은 이내 완성된 거울을 들여다보며 서로의 작품을 비교했다. “예쁘다”는 감탄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이들도 있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지하 강당에서 진행된 전통공예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려인들이 자개 스티커로 꾸민 손거울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주비 기자이어, 강당에 전통 민요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를 든 김마리따(70)씨는 가사를 보지 않고 능숙하게 노래를 이어갔다. 손뼉을 치며 호응하던 고려인들은 이내 후렴구를 함께 따라 불렀다. 이어진 ‘남행열차’ 무대에서는 어깨를 들썩이며 박자를 맞추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서툰 발음이었지만, 누구보다 흥겹고 열정 가득한 노랫소리가 강당을 가득 채웠다.김씨는 “우즈베키스탄에 있을 때 합창단 활동을 하며 아리랑과 남행열차를 배웠다”며 “한국에 설을 지내며 이 노래를 부르니 고향 생각도 나고 더 뜻깊다. 이렇게 동포들과 함께하니 외롭지 않다”고 전했다.프로그램이 끝나자, 고려인들은 일제히 1층으로 향했다. 빈틈이 없을 만큼 각종 음식으로 가득 채워진 상에 둘러앉아 서로의 그릇에 수육을 덜어주고 반찬을 권하는 따뜻한 풍경이 펼쳐졌다. 러시아어와 한국어가 섞인 대화 속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고향에서의 추억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고, 한국에서의 생활을 공유하기도 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 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들이 함께 먹을 음식들을 준비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이날 2월에 생일인 7명을 위한 작은 생일파티도 마련됐다. 러시아 생일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고, 케이크에 꽂힌 초를 함께 불었다. 생일자들은 쑥스러운 듯 웃었고, 주변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생일 선물로 마련된 칫솔·치약 세트와 마스크, 상비약 등 생필품 꾸러미도 전달됐다.매주 센터를 찾는다는 최벨라(71)씨는 “평소에도 이곳에 오면 늘 기분이 좋은데, 명절에 이렇게 모여 노래하고 음식을 나누니 더 행복하다”며 “남편과 딸, 손자와 함께 이 마을에서 10년째 살고 있다. 올해도 가족 모두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러시아에 있을 때는 설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한국에 와서 설 문화를 배웠고, 이제는 우리들도 매년 집이나 식당에서 잔칫상을 차리고 춤추고 노래하며 우리만의 설을 보낸다. 러시아에서는 명절에 물만두를 먹지만, 이제는 한국 문화를 따라 떡국도 함께 먹는다”며 “동포들이 이곳에 와서 맛있게 먹고 즐기며 웃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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