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쌈지쉼터 조성 시민 공간 전환
역사 증축·광장 확장 등 시너지 기대

광주송정역 일대를 통합특별시에 걸맞은 대표 관문으로 재편하려는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광산구가 역 맞은편에 장기간 방치돼 온 폐유흥가 밀집 지역 정비에 본격 착수한다. 광산구는 역사를 넓히고 광장을 확장하더라도 건너편 공간이 방치되면 이미지 개선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주차장과 쉼터가 결합된 시민 공간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3일 광산구는 송정역 건너편 유흥시설 밀집 지역인 일명 ‘1003번지’를 대상으로 ‘송정역 폐유흥가 정비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장기간 방치돼 온 폐유흥가를 철거하고 공영주차장과 쌈지쉼터(공원)를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노후 건축물로 인한 안전 취약 요소를 제거하고 공공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송정역 일대 주차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광산구는 토지 15필지를 보상하고 노후 건축물 11동을 철거한 뒤, 토지·건물 보상비와 철거비, 조성 공사비 등 총사업비 66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900㎡, 지평식 35면 규모의 주차장과 585㎡ 쌈지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광산구는 주차 기능에 그치지 않고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주간에는 주차장으로 운영하고, 야간에는 포장마차나 문화 공연 등 시민이 참여하는 ‘열린 공간’으로 활용하는 구상이다.

광산구는 이달부터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해 약 6개월간 기본 구상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주차장 시설로서 도시계획 결정을 거쳐 토지 보상과 건축물 철거를 진행하고, 주차장·쉼터 조성 공사를 시행한다는 로드맵이다. 절차가 원활히 진행될 경우 약 26개월 내 조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소송 등 변수가 발생할 경우 최대 50개월까지 소요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1003번지 일대는 1950년대 교통·군사 요충지의 배후로 형성된 이후 수십 년간 ‘집창촌’으로 고착되며 부정적 이미지를 안아왔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과 2005년 화재 사고 이후 업소들이 급격히 쇠퇴했지만, 뚜렷한 개발 동력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오랜 기간 방치됐다. 이 과정에서 빈 건물과 노후 시설이 남아 도시 미관을 해치고, 범죄 우려와 안전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그간 개선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광산구는 도시재생사업과 빈집 정비 사업, 청년 창업 지원 공간 활용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했으나 제도적 한계와 소유권 문제에 막혀 추진이 쉽지 않았다. 도시재생사업은 마을 단위 면적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빈집 정비 사업은 주거지역만 대상이어서 상업지역인 해당 구역에는 적용할 수 없었다. 민간 개발을 위한 연대 역시 형성되지 않았고, 창업지원센터 등 공공시설 조성도 토지 소유권 확보 가능성이 낮아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했다. 이에 광산구는 공공 주도의 도시계획시설 정비를 해법으로 택한 것이다.

이번 사업은 송정역 KTX 투자선도지구 개발의 시간표와도 맞물린다. 투자선도지구 개발을 통해 약 4천100평 규모로 역 주변 교통 체계 개선과 상업·업무 기능 확충이 이뤄질 예정이며, 준공 시점은 2033년으로 추정된다. 개발이 완료되면 송정역과 건너편 상업지역을 잇는 보행 연결 다리 설치가 추진되고, 택시 승강장도 현행 16면에서 45면으로 확장해 역 건너편으로 이전하는 구상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 이용객 동선이 자연스럽게 ‘역 건너편’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예상되는 만큼, 해당 구간 폐유흥가를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 광산구의 판단이다.
앞서 광산구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인 국가철도공단의 송정역 증축 공사에 맞춰, 역 광장을 현재의 4배 규모로 확대하는 사업을 정부에 건의하기 위한 관련 절차도 진행 중이다. 역사 증축과 광장 확장, KTX 투자선도지구 개발, 그리고 맞은편 폐유흥가 정비까지 마무리될 경우 송정역 일대는 명실상부한 광주·전남의 대표 관문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광주 방문객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공간의 부끄러운 현실은 송정역 일대 대변혁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정비로 송정역 맞은편 공간을 시민이 머물고 싶은 곳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밝혔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
조상 땅에서 맞는 설···음식·노래·웃음 가득한 고려인마을
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 동포들이 명절 음식을 나눠 먹고 있다. 강주비 기자
“설은 가족과 보내는 날이라고 배웠어요. 여기선 우리 모두가 한가족입니다.”설을 앞둔 광주 고려인마을은 고소한 음식 냄새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고향을 떠나 조상의 땅인 한국에 정착한 고려인 동포들은 둥근 상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노래를 부르며 그들만의 명절을 맞고 있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 동포들이 명절 음식을 나눠 먹고 있다. 강주비 기자12일 오전 10시30분께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 1층에 들어서자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곰탕 냄비와 분주히 오가는 손길이 눈에 들어왔다. 고려인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이곳에서 함께 식사를 하지만, 이날은 설을 앞두고 특별한 명절 상이 차려지고 있었다.상 위에는 전날부터 삶아둔 수육을 넣은 이날의 주메뉴 수육곰탕을 비롯해 미역·고사리나물을 비롯해 당근 김치, 러시아식 토마토 반찬, 만두, 과일, 빵 등 각종 후식까지 가득 올랐다. 준비한 음식은 100인분에 달했다. 모두 같은 고려인 동포들이 나흘 전부터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해 직접 만든 음식들이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지하 강당에서 진행된 노래교실에서 김마리따씨가 우리나라 전통 민요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강주비 기자찹쌀떡을 직접 빚어 고물을 묻히는 모습은, 음식만 다를 뿐 여느 한국 가정의 설 준비와 다르지 않았다.우즈베키스탄 국적 박실바(74)씨는 “집에서는 만들기 어려워 자주 못 먹는 음식들이 있다. 명절만큼은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원하는 음식을 이웃들에게 물어보며 메뉴를 골랐다”며 “무려 나흘 전부터 장을 보고, 음식 손질을 하며 준비했다. 힘들어도 다 같이 둘러앉아 웃으며 준비해 먹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웃어 보였다.같은 시각 센터 지하 강당에서는 또 다른 설맞이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50여명의 고려인들은 책상에 둘러앉아 ‘우리나라 전통공예 체험’에 참여했다. 검은색 손거울 위에 자개 스티커를 붙이며 나전칠기를 배우는 시간이었다.숨을 참으며 조심스럽게 스티커를 붙이던 이들은 이내 완성된 거울을 들여다보며 서로의 작품을 비교했다. “예쁘다”는 감탄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이들도 있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지하 강당에서 진행된 전통공예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려인들이 자개 스티커로 꾸민 손거울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주비 기자이어, 강당에 전통 민요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를 든 김마리따(70)씨는 가사를 보지 않고 능숙하게 노래를 이어갔다. 손뼉을 치며 호응하던 고려인들은 이내 후렴구를 함께 따라 불렀다. 이어진 ‘남행열차’ 무대에서는 어깨를 들썩이며 박자를 맞추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서툰 발음이었지만, 누구보다 흥겹고 열정 가득한 노랫소리가 강당을 가득 채웠다.김씨는 “우즈베키스탄에 있을 때 합창단 활동을 하며 아리랑과 남행열차를 배웠다”며 “한국에 설을 지내며 이 노래를 부르니 고향 생각도 나고 더 뜻깊다. 이렇게 동포들과 함께하니 외롭지 않다”고 전했다.프로그램이 끝나자, 고려인들은 일제히 1층으로 향했다. 빈틈이 없을 만큼 각종 음식으로 가득 채워진 상에 둘러앉아 서로의 그릇에 수육을 덜어주고 반찬을 권하는 따뜻한 풍경이 펼쳐졌다. 러시아어와 한국어가 섞인 대화 속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고향에서의 추억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고, 한국에서의 생활을 공유하기도 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 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들이 함께 먹을 음식들을 준비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이날 2월에 생일인 7명을 위한 작은 생일파티도 마련됐다. 러시아 생일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고, 케이크에 꽂힌 초를 함께 불었다. 생일자들은 쑥스러운 듯 웃었고, 주변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생일 선물로 마련된 칫솔·치약 세트와 마스크, 상비약 등 생필품 꾸러미도 전달됐다.매주 센터를 찾는다는 최벨라(71)씨는 “평소에도 이곳에 오면 늘 기분이 좋은데, 명절에 이렇게 모여 노래하고 음식을 나누니 더 행복하다”며 “남편과 딸, 손자와 함께 이 마을에서 10년째 살고 있다. 올해도 가족 모두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러시아에 있을 때는 설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한국에 와서 설 문화를 배웠고, 이제는 우리들도 매년 집이나 식당에서 잔칫상을 차리고 춤추고 노래하며 우리만의 설을 보낸다. 러시아에서는 명절에 물만두를 먹지만, 이제는 한국 문화를 따라 떡국도 함께 먹는다”며 “동포들이 이곳에 와서 맛있게 먹고 즐기며 웃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 · “쥐똥에, 중요 장치 방치까지”...1년 넘게 버려둔 항공기 잔해에 유가족 ‘분통’
- · “베트남 처녀 수입” 진도군수 망언 이후...세대 갈린 진도 민심
- · 광주 아파트서 고양이 토막 사체···잔혹해지는 동물학대
- · 광주역 열차 멈출까···신안철교 재가설에 ‘운행 중단’ 검토, 노조 '반발'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