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증축사업에도 광장은 그대로
교통 혼잡·노후 환경 개선 요구 커져
보행·녹지·환승 기능 갖춘 공간 구상
광산구, 철도공단 주체 국비사업 제안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광주송정역이 통합특별시의 관문 역할을 하기 위해선 광장 확장과 주변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광주 광산구는 교통 혼잡과 주변 지역 노후화 문제를 안고 있는 송정역 일대를 재정비해, '시민이 머물고 도시의 얼굴이 되는 공간'으로 송정역을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20일 광산구에 따르면, 구는 광주송정역 광장 확장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추진해 달라는 건의서를 조만간 국토교통부와 국회에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론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인 국가철도공단의 송정역 증축 공사에 맞춰, 광장을 함께 확장·재설계하지 않으면 늘어나는 이용객과 교통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단순한 환경 개선을 넘어, 송정역을 광주·전남 통합시대를 상징하는 거점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송정역은 1913년 호남선 개통과 함께 문을 연 뒤 2015년 호남고속철도 개통 이후 호남권 철도 교통의 중심지로 기능해 왔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지난해 기준 2만7천 명을 넘어섰으며, 평택~오송 복복선화 공사가 마무리되면 이용객은 3만7천~4만명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시 용역 결과에서도 2035년에는 주중 이용객이 약 4만명, 주말에는 4만6천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문제는 이용객에 비해 광장 규모가 턱없이 협소하다는 점이다. 국가철도공단이 추진 중인 증축 사업이 완료되면 송정역 역사 면적은 현재 5천755㎡에서 1만799㎡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나지만, 광장 면적은 지금과 같은 3천600㎡에 머물게 된다.
광산구는 "이용객 증가에 대비한 역사 증축은 환영할 일이지만, 비좁은 광장을 그대로 둔다면 '반쪽 증축'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현재 송정역 광장은 '광장'이라기보다 '통로'에 가깝다. 또 광장 앞은 택시와 버스, 승용차 하차 공간이 뒤엉켜 상습적인 교통 혼잡이 반복되고 있다. 택시 승강장은 16면, 버스 승강장은 2면에 불과해 이용객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혼란이 커지며, 환승 동선 역시 효율적으로 짜여 있지 않다는 평가다.

광산구는 광장 확장과 함께 승용차·택시·버스 하차 공간을 분리해 교통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타 지역 거점역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광주송정역의 광장 면적은 동대구역의 7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역사 연면적 역시 5분의 1에 불과하다. 광역권 거점역으로서 위상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온 이유다.
이에 광산구는 측면 부지를 활용한 광장 확장을 구상하고 있다. 역 앞 공간은 지하철과 각종 지하 매설물로 확장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송정역에서 광주공항 방향으로 이어지는 측면 부지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일대는 40~50년 된 여인숙과 주차장 등으로 사용되고 있어, 비교적 수월하게 매입·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확장 면적은 9천520㎡로, 기존 면적을 합치면 약 1만3천㎡ 규모의 광장이 된다. 현재의 4배 수준이다. 보행과 녹지 공간을 확보하고, 시민이 머물 수 있는 공공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사업비 부담은 적지 않다. 토지·영업권 보상비 910억과 철거·공사비 50억, 조성비 95억 등을 포함한 총사업비는 약 1천55억 원으로 추산된다. 광산구는 철도시설에 해당하는 역 광장의 특성을 고려해 철도공단을 사업 주체로 한 국비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광산구는 이번 사업을 광주·전남 통합 이후를 대비한 국가적 과제로 보고 있다. 송정역 일대는 KTX 투자 선도지구 개발과 송정역세권 복합문화공간 조성 등 굵직한 도시개발 사업이 예정된 곳이며, 함평으로 이전 예정인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부지와도 인접해 있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역사 증축이 완료되는 시점에 맞춰 광장 확장과 교통체계 개선이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송정역은 스쳐 가는 공간, 늘 교통이 불편한 곳에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송정역이 호남 대표 관문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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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 땅에서 맞는 설···음식·노래·웃음 가득한 고려인마을
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 동포들이 명절 음식을 나눠 먹고 있다. 강주비 기자
“설은 가족과 보내는 날이라고 배웠어요. 여기선 우리 모두가 한가족입니다.”설을 앞둔 광주 고려인마을은 고소한 음식 냄새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고향을 떠나 조상의 땅인 한국에 정착한 고려인 동포들은 둥근 상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노래를 부르며 그들만의 명절을 맞고 있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 동포들이 명절 음식을 나눠 먹고 있다. 강주비 기자12일 오전 10시30분께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 1층에 들어서자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곰탕 냄비와 분주히 오가는 손길이 눈에 들어왔다. 고려인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이곳에서 함께 식사를 하지만, 이날은 설을 앞두고 특별한 명절 상이 차려지고 있었다.상 위에는 전날부터 삶아둔 수육을 넣은 이날의 주메뉴 수육곰탕을 비롯해 미역·고사리나물을 비롯해 당근 김치, 러시아식 토마토 반찬, 만두, 과일, 빵 등 각종 후식까지 가득 올랐다. 준비한 음식은 100인분에 달했다. 모두 같은 고려인 동포들이 나흘 전부터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해 직접 만든 음식들이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지하 강당에서 진행된 노래교실에서 김마리따씨가 우리나라 전통 민요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강주비 기자찹쌀떡을 직접 빚어 고물을 묻히는 모습은, 음식만 다를 뿐 여느 한국 가정의 설 준비와 다르지 않았다.우즈베키스탄 국적 박실바(74)씨는 “집에서는 만들기 어려워 자주 못 먹는 음식들이 있다. 명절만큼은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원하는 음식을 이웃들에게 물어보며 메뉴를 골랐다”며 “무려 나흘 전부터 장을 보고, 음식 손질을 하며 준비했다. 힘들어도 다 같이 둘러앉아 웃으며 준비해 먹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웃어 보였다.같은 시각 센터 지하 강당에서는 또 다른 설맞이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50여명의 고려인들은 책상에 둘러앉아 ‘우리나라 전통공예 체험’에 참여했다. 검은색 손거울 위에 자개 스티커를 붙이며 나전칠기를 배우는 시간이었다.숨을 참으며 조심스럽게 스티커를 붙이던 이들은 이내 완성된 거울을 들여다보며 서로의 작품을 비교했다. “예쁘다”는 감탄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이들도 있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지하 강당에서 진행된 전통공예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려인들이 자개 스티커로 꾸민 손거울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주비 기자이어, 강당에 전통 민요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를 든 김마리따(70)씨는 가사를 보지 않고 능숙하게 노래를 이어갔다. 손뼉을 치며 호응하던 고려인들은 이내 후렴구를 함께 따라 불렀다. 이어진 ‘남행열차’ 무대에서는 어깨를 들썩이며 박자를 맞추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서툰 발음이었지만, 누구보다 흥겹고 열정 가득한 노랫소리가 강당을 가득 채웠다.김씨는 “우즈베키스탄에 있을 때 합창단 활동을 하며 아리랑과 남행열차를 배웠다”며 “한국에 설을 지내며 이 노래를 부르니 고향 생각도 나고 더 뜻깊다. 이렇게 동포들과 함께하니 외롭지 않다”고 전했다.프로그램이 끝나자, 고려인들은 일제히 1층으로 향했다. 빈틈이 없을 만큼 각종 음식으로 가득 채워진 상에 둘러앉아 서로의 그릇에 수육을 덜어주고 반찬을 권하는 따뜻한 풍경이 펼쳐졌다. 러시아어와 한국어가 섞인 대화 속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고향에서의 추억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고, 한국에서의 생활을 공유하기도 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 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들이 함께 먹을 음식들을 준비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이날 2월에 생일인 7명을 위한 작은 생일파티도 마련됐다. 러시아 생일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고, 케이크에 꽂힌 초를 함께 불었다. 생일자들은 쑥스러운 듯 웃었고, 주변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생일 선물로 마련된 칫솔·치약 세트와 마스크, 상비약 등 생필품 꾸러미도 전달됐다.매주 센터를 찾는다는 최벨라(71)씨는 “평소에도 이곳에 오면 늘 기분이 좋은데, 명절에 이렇게 모여 노래하고 음식을 나누니 더 행복하다”며 “남편과 딸, 손자와 함께 이 마을에서 10년째 살고 있다. 올해도 가족 모두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러시아에 있을 때는 설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한국에 와서 설 문화를 배웠고, 이제는 우리들도 매년 집이나 식당에서 잔칫상을 차리고 춤추고 노래하며 우리만의 설을 보낸다. 러시아에서는 명절에 물만두를 먹지만, 이제는 한국 문화를 따라 떡국도 함께 먹는다”며 “동포들이 이곳에 와서 맛있게 먹고 즐기며 웃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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