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사업비는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에서 부담하는 등 특례 가득
중앙기관과 협의해 지원 기준 정하는 등…‘지방 분권’과 다소 거리 우려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 보호무역 강화라는 삼중고 여파로 휘청이던 국내최대 석유화학 생산거점 '여수국가산업단지'가 광주·전남 통합특별법을 계기로 재도약의 전기를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표 석유화학 기업인 여천NCC 등이 부도 위기에 몰리는 등 업계 전반에 위기론이 확산됐지만 통합특별법에 경쟁력 강화지구 지정 등 특례조항이 담길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18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시와 전남도는 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국가기간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내용을 '광주·전남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에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해당 법안 제4장(첨단전략산업)은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행정·재정적 우선 지원을 담고 있다. 국가가 석유화학 산업 등의 경쟁력 강화와 산업구조 전환을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산업전환 특구 지정 관련 조항(제 166조)에서는 석화산업의 구조 전환과 탄소중립 실현, 국가 공급망 안정을 위해 특별시 내 석화산업 집적지역을 산업전환 특구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특구로 지정될 경우 노후 공정의 고도화, 고부가·정밀화학 공정 전환을 비롯해 순환경제·재활용, 바이오 기반 화학기술의 실증 및 상용화 사업이 중점 추진될 수 있다. 운영·지원에 관한 세부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산단 주변 지역에 대한 특례도 포함됐다. 정부와 특별시가 산단 주변 지역의 균형 발전과 주민 복리 증진을 위해 지원에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제170조)됐다. 인근 시·군과 주민을 대상으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주요 사안을 심의하기 위한 '주변지역지원사업 심의위원회' 설치 근거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또 특별시장은 매년 지원사업 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시장·군수는 필요할 경우 특별시장과 협의해 장기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은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법에 따른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에서 부담한다.
아울러 추진이 시급한 산업단지의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 등 관계 부처 장관이 공모 절차 없이 우선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단서 조항도 포함됐다. 이 경우 국가는 기반시설 개선 사업에 국비를 우선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 같은 특례 대부분이 의무조항이 아니라 임의조항이라는 점에서 중앙정부와 지원기준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산단 관계자는 "특별법으로 고무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얼마나 경쟁력 있고 지속 가능한 산단을 조성하는지가 관건"이라며 "특히 영업 적자로 전환한 에틸렌·파라자일렌(PX) 생산업체들의 경우 경쟁력강화사업지구 지정을 통해 회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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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 땅에서 맞는 설···음식·노래·웃음 가득한 고려인마을
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 동포들이 명절 음식을 나눠 먹고 있다. 강주비 기자
“설은 가족과 보내는 날이라고 배웠어요. 여기선 우리 모두가 한가족입니다.”설을 앞둔 광주 고려인마을은 고소한 음식 냄새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고향을 떠나 조상의 땅인 한국에 정착한 고려인 동포들은 둥근 상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노래를 부르며 그들만의 명절을 맞고 있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 동포들이 명절 음식을 나눠 먹고 있다. 강주비 기자12일 오전 10시30분께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 1층에 들어서자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곰탕 냄비와 분주히 오가는 손길이 눈에 들어왔다. 고려인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이곳에서 함께 식사를 하지만, 이날은 설을 앞두고 특별한 명절 상이 차려지고 있었다.상 위에는 전날부터 삶아둔 수육을 넣은 이날의 주메뉴 수육곰탕을 비롯해 미역·고사리나물을 비롯해 당근 김치, 러시아식 토마토 반찬, 만두, 과일, 빵 등 각종 후식까지 가득 올랐다. 준비한 음식은 100인분에 달했다. 모두 같은 고려인 동포들이 나흘 전부터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해 직접 만든 음식들이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지하 강당에서 진행된 노래교실에서 김마리따씨가 우리나라 전통 민요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강주비 기자찹쌀떡을 직접 빚어 고물을 묻히는 모습은, 음식만 다를 뿐 여느 한국 가정의 설 준비와 다르지 않았다.우즈베키스탄 국적 박실바(74)씨는 “집에서는 만들기 어려워 자주 못 먹는 음식들이 있다. 명절만큼은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원하는 음식을 이웃들에게 물어보며 메뉴를 골랐다”며 “무려 나흘 전부터 장을 보고, 음식 손질을 하며 준비했다. 힘들어도 다 같이 둘러앉아 웃으며 준비해 먹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웃어 보였다.같은 시각 센터 지하 강당에서는 또 다른 설맞이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50여명의 고려인들은 책상에 둘러앉아 ‘우리나라 전통공예 체험’에 참여했다. 검은색 손거울 위에 자개 스티커를 붙이며 나전칠기를 배우는 시간이었다.숨을 참으며 조심스럽게 스티커를 붙이던 이들은 이내 완성된 거울을 들여다보며 서로의 작품을 비교했다. “예쁘다”는 감탄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이들도 있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지하 강당에서 진행된 전통공예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려인들이 자개 스티커로 꾸민 손거울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주비 기자이어, 강당에 전통 민요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를 든 김마리따(70)씨는 가사를 보지 않고 능숙하게 노래를 이어갔다. 손뼉을 치며 호응하던 고려인들은 이내 후렴구를 함께 따라 불렀다. 이어진 ‘남행열차’ 무대에서는 어깨를 들썩이며 박자를 맞추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서툰 발음이었지만, 누구보다 흥겹고 열정 가득한 노랫소리가 강당을 가득 채웠다.김씨는 “우즈베키스탄에 있을 때 합창단 활동을 하며 아리랑과 남행열차를 배웠다”며 “한국에 설을 지내며 이 노래를 부르니 고향 생각도 나고 더 뜻깊다. 이렇게 동포들과 함께하니 외롭지 않다”고 전했다.프로그램이 끝나자, 고려인들은 일제히 1층으로 향했다. 빈틈이 없을 만큼 각종 음식으로 가득 채워진 상에 둘러앉아 서로의 그릇에 수육을 덜어주고 반찬을 권하는 따뜻한 풍경이 펼쳐졌다. 러시아어와 한국어가 섞인 대화 속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고향에서의 추억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고, 한국에서의 생활을 공유하기도 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 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들이 함께 먹을 음식들을 준비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이날 2월에 생일인 7명을 위한 작은 생일파티도 마련됐다. 러시아 생일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고, 케이크에 꽂힌 초를 함께 불었다. 생일자들은 쑥스러운 듯 웃었고, 주변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생일 선물로 마련된 칫솔·치약 세트와 마스크, 상비약 등 생필품 꾸러미도 전달됐다.매주 센터를 찾는다는 최벨라(71)씨는 “평소에도 이곳에 오면 늘 기분이 좋은데, 명절에 이렇게 모여 노래하고 음식을 나누니 더 행복하다”며 “남편과 딸, 손자와 함께 이 마을에서 10년째 살고 있다. 올해도 가족 모두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러시아에 있을 때는 설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한국에 와서 설 문화를 배웠고, 이제는 우리들도 매년 집이나 식당에서 잔칫상을 차리고 춤추고 노래하며 우리만의 설을 보낸다. 러시아에서는 명절에 물만두를 먹지만, 이제는 한국 문화를 따라 떡국도 함께 먹는다”며 “동포들이 이곳에 와서 맛있게 먹고 즐기며 웃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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