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빙 사고 최근 5년간 563건
예산 부담으로 확대 설치 한계
"사고 다발 지역부터 확대해야"

서산영덕고속도로에서 블랙아이스로 5명이 숨지면서 도로 결빙 예방의 중요성이 대두된 가운데, 광주·전남 지역의 도로 결빙 예방 시설은 상습 결빙 구간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철마다 반복되는 결빙 사고에도 자동제설장치 확충은 예산 문제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12일 광주시·전남도 등에 따르면 광주시에 설치된 자동염수분사장치는 모두 28개 구간에 불과하다. 도로열선은 동구 필문대로 137번길 일대 50m 구간 1곳에 설치된 것이 전부다. 전남도의 경우 자동염수분사장치가 45개소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도로열선이 설치된 구간은 단 한 곳도 없다.
자동염수분사장치는 도로에 염수를 사전에 분사해 노면 결빙을 예방하는 시설로, 기온과 노면 상태를 감지해 자동 또는 원격으로 작동한다. 도로열선은 노면 아래에 발열 장치를 설치해 얼음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교량이나 급경사로, 터널 진·출입부 등 결빙 위험이 높은 구간에 주로 설치된다. 두 시설 모두 도로 결빙 예방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광주에는 상습 결빙 구간이 50곳, 전남에는 172곳이 지정돼 있다. 이를 고려하면 예방 시설은 태부족한 실정이다.
실제 도로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을 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광주에서 발생한 서리·결빙 교통사고는 총 312건으로, 513명이 부상을 입었다. 연도별로는 2020년 58건, 2021년 82건, 2022년 100건, 2023년 39건, 2024년 33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남에서는 2020년 35건, 2021년 75건, 2022년 57건, 2023년 56건, 2024 28건 등 총 251건의 결빙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466명이 다쳤다.
최근에는 도로 표면에 얇은 얼음막이 형성돼 아스팔트의 검은색이 그대로 비쳐 보이는 결빙 현상인 '블랙아이스'의 위험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운전자가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탓에 제동이나 회피가 늦어지기 쉬워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도로 위의 암살자'로도 불린다.
앞서 지난 10일 서산영덕고속도로 남상주 나들목(IC) 인근 영덕 방향 도로에서는 블랙아이스로 인한 다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승용차 1대가 블랙아이스로 미끄러진 뒤 이를 피하려던 9.5t 화물차가 가드레일을 뚫고 도로 밖으로 추락했고, 이후 차량들이 급정거하면서 4중·5중 추돌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5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지자체는자동염수분사장치와 도로열선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예산 부담으로 인해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1㎞ 기준 설치비는 자동염수분사장치가 약 2억원, 도로열선은 약 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블랙아이스 사고의 특성상 운전자 개인의 주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도로 환경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한다.
손세정 한국도로교통공단 광주전남지북 교수는 "도로열선이나 자동제설장치는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자체 예산 문제도 있어 무조건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다만 아무리 운전자가 조심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블랙아이스는 개인이 대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교량이나 고가도로, 응달 구간, 터널 진·출입부처럼 블랙아이스 사고가 자주 나는 지점들이 있다. 최근 5년간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점을 데이터로 분석해 그런 곳부터 차츰차츰 시설을 늘려가는 방식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밤사이 눈이나 비가 조금이라도 내렸다면 얼어 있는 구간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운전자들은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다는 예보가 있으면 다음 날 아침 도로는 무조건 얼어 있다고 생각하고 운전하는 게 중요하다. 자주 사고가 발생하는 장소에서는 특히 더 속도를 줄이고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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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 땅에서 맞는 설···음식·노래·웃음 가득한 고려인마을
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 동포들이 명절 음식을 나눠 먹고 있다. 강주비 기자
“설은 가족과 보내는 날이라고 배웠어요. 여기선 우리 모두가 한가족입니다.”설을 앞둔 광주 고려인마을은 고소한 음식 냄새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고향을 떠나 조상의 땅인 한국에 정착한 고려인 동포들은 둥근 상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노래를 부르며 그들만의 명절을 맞고 있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 동포들이 명절 음식을 나눠 먹고 있다. 강주비 기자12일 오전 10시30분께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 1층에 들어서자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곰탕 냄비와 분주히 오가는 손길이 눈에 들어왔다. 고려인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이곳에서 함께 식사를 하지만, 이날은 설을 앞두고 특별한 명절 상이 차려지고 있었다.상 위에는 전날부터 삶아둔 수육을 넣은 이날의 주메뉴 수육곰탕을 비롯해 미역·고사리나물을 비롯해 당근 김치, 러시아식 토마토 반찬, 만두, 과일, 빵 등 각종 후식까지 가득 올랐다. 준비한 음식은 100인분에 달했다. 모두 같은 고려인 동포들이 나흘 전부터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해 직접 만든 음식들이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지하 강당에서 진행된 노래교실에서 김마리따씨가 우리나라 전통 민요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강주비 기자찹쌀떡을 직접 빚어 고물을 묻히는 모습은, 음식만 다를 뿐 여느 한국 가정의 설 준비와 다르지 않았다.우즈베키스탄 국적 박실바(74)씨는 “집에서는 만들기 어려워 자주 못 먹는 음식들이 있다. 명절만큼은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원하는 음식을 이웃들에게 물어보며 메뉴를 골랐다”며 “무려 나흘 전부터 장을 보고, 음식 손질을 하며 준비했다. 힘들어도 다 같이 둘러앉아 웃으며 준비해 먹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웃어 보였다.같은 시각 센터 지하 강당에서는 또 다른 설맞이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50여명의 고려인들은 책상에 둘러앉아 ‘우리나라 전통공예 체험’에 참여했다. 검은색 손거울 위에 자개 스티커를 붙이며 나전칠기를 배우는 시간이었다.숨을 참으며 조심스럽게 스티커를 붙이던 이들은 이내 완성된 거울을 들여다보며 서로의 작품을 비교했다. “예쁘다”는 감탄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이들도 있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지하 강당에서 진행된 전통공예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려인들이 자개 스티커로 꾸민 손거울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주비 기자이어, 강당에 전통 민요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를 든 김마리따(70)씨는 가사를 보지 않고 능숙하게 노래를 이어갔다. 손뼉을 치며 호응하던 고려인들은 이내 후렴구를 함께 따라 불렀다. 이어진 ‘남행열차’ 무대에서는 어깨를 들썩이며 박자를 맞추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서툰 발음이었지만, 누구보다 흥겹고 열정 가득한 노랫소리가 강당을 가득 채웠다.김씨는 “우즈베키스탄에 있을 때 합창단 활동을 하며 아리랑과 남행열차를 배웠다”며 “한국에 설을 지내며 이 노래를 부르니 고향 생각도 나고 더 뜻깊다. 이렇게 동포들과 함께하니 외롭지 않다”고 전했다.프로그램이 끝나자, 고려인들은 일제히 1층으로 향했다. 빈틈이 없을 만큼 각종 음식으로 가득 채워진 상에 둘러앉아 서로의 그릇에 수육을 덜어주고 반찬을 권하는 따뜻한 풍경이 펼쳐졌다. 러시아어와 한국어가 섞인 대화 속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고향에서의 추억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고, 한국에서의 생활을 공유하기도 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 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들이 함께 먹을 음식들을 준비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이날 2월에 생일인 7명을 위한 작은 생일파티도 마련됐다. 러시아 생일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고, 케이크에 꽂힌 초를 함께 불었다. 생일자들은 쑥스러운 듯 웃었고, 주변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생일 선물로 마련된 칫솔·치약 세트와 마스크, 상비약 등 생필품 꾸러미도 전달됐다.매주 센터를 찾는다는 최벨라(71)씨는 “평소에도 이곳에 오면 늘 기분이 좋은데, 명절에 이렇게 모여 노래하고 음식을 나누니 더 행복하다”며 “남편과 딸, 손자와 함께 이 마을에서 10년째 살고 있다. 올해도 가족 모두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러시아에 있을 때는 설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한국에 와서 설 문화를 배웠고, 이제는 우리들도 매년 집이나 식당에서 잔칫상을 차리고 춤추고 노래하며 우리만의 설을 보낸다. 러시아에서는 명절에 물만두를 먹지만, 이제는 한국 문화를 따라 떡국도 함께 먹는다”며 “동포들이 이곳에 와서 맛있게 먹고 즐기며 웃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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