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도로 위 암살자' 블랙아이스 예방할 장치 태부족

입력 2026.01.13. 09:30 강주비 기자
도로열선 광주 1곳·전남 0곳
결빙 사고 최근 5년간 563건
예산 부담으로 확대 설치 한계
"사고 다발 지역부터 확대해야"
지난 10일 새벽 6시 10분께 경북 상주시 서산영덕고속도로 남상주 나들목 인근에서 차량 추돌 등 동시다발적 사고가 나 5명이 숨졌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들이 사고가 난 영덕방면 도로 사고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뉴시스

서산영덕고속도로에서 블랙아이스로 5명이 숨지면서 도로 결빙 예방의 중요성이 대두된 가운데, 광주·전남 지역의 도로 결빙 예방 시설은 상습 결빙 구간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철마다 반복되는 결빙 사고에도 자동제설장치 확충은 예산 문제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12일 광주시·전남도 등에 따르면 광주시에 설치된 자동염수분사장치는 모두 28개 구간에 불과하다. 도로열선은 동구 필문대로 137번길 일대 50m 구간 1곳에 설치된 것이 전부다. 전남도의 경우 자동염수분사장치가 45개소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도로열선이 설치된 구간은 단 한 곳도 없다.

자동염수분사장치는 도로에 염수를 사전에 분사해 노면 결빙을 예방하는 시설로, 기온과 노면 상태를 감지해 자동 또는 원격으로 작동한다. 도로열선은 노면 아래에 발열 장치를 설치해 얼음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교량이나 급경사로, 터널 진·출입부 등 결빙 위험이 높은 구간에 주로 설치된다. 두 시설 모두 도로 결빙 예방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광주에는 상습 결빙 구간이 50곳, 전남에는 172곳이 지정돼 있다. 이를 고려하면 예방 시설은 태부족한 실정이다.

실제 도로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을 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광주에서 발생한 서리·결빙 교통사고는 총 312건으로, 513명이 부상을 입었다. 연도별로는 2020년 58건, 2021년 82건, 2022년 100건, 2023년 39건, 2024년 33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남에서는 2020년 35건, 2021년 75건, 2022년 57건, 2023년 56건, 2024 28건 등 총 251건의 결빙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466명이 다쳤다.

최근에는 도로 표면에 얇은 얼음막이 형성돼 아스팔트의 검은색이 그대로 비쳐 보이는 결빙 현상인 '블랙아이스'의 위험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운전자가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탓에 제동이나 회피가 늦어지기 쉬워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도로 위의 암살자'로도 불린다.

앞서 지난 10일 서산영덕고속도로 남상주 나들목(IC) 인근 영덕 방향 도로에서는 블랙아이스로 인한 다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승용차 1대가 블랙아이스로 미끄러진 뒤 이를 피하려던 9.5t 화물차가 가드레일을 뚫고 도로 밖으로 추락했고, 이후 차량들이 급정거하면서 4중·5중 추돌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5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지자체는자동염수분사장치와 도로열선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예산 부담으로 인해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1㎞ 기준 설치비는 자동염수분사장치가 약 2억원, 도로열선은 약 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블랙아이스 사고의 특성상 운전자 개인의 주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도로 환경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한다.

손세정 한국도로교통공단 광주전남지북 교수는 "도로열선이나 자동제설장치는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자체 예산 문제도 있어 무조건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다만 아무리 운전자가 조심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블랙아이스는 개인이 대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교량이나 고가도로, 응달 구간, 터널 진·출입부처럼 블랙아이스 사고가 자주 나는 지점들이 있다. 최근 5년간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점을 데이터로 분석해 그런 곳부터 차츰차츰 시설을 늘려가는 방식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밤사이 눈이나 비가 조금이라도 내렸다면 얼어 있는 구간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운전자들은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다는 예보가 있으면 다음 날 아침 도로는 무조건 얼어 있다고 생각하고 운전하는 게 중요하다. 자주 사고가 발생하는 장소에서는 특히 더 속도를 줄이고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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