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해결한다는 거짓말"...화정동 아이파크 참사 4주기 추모식 거행

입력 2026.01.11. 18:38 박소영 기자
참사 현장인 201동 인근서
유가족, 정계 등 50명 참석
강기정 "추모공간 논의하겠다"
"참사 기억할 추모사업 필요"
11일 오후 3시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참사 현장 인근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참사 4주기 추모식을 진행하고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딸아이 졸업식, 수능…. 이럴 때 많이 생각나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그리워요."

6명의 희생자를 낸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참사 4주기 추모식이 11일 참사 현장 인근에서 엄수됐다. 희생자들을 기리고 참사의 책임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이어진 이날 자리에서 유가족들은 추모공간 마련 약속 이행과 행정의 책임 있는 중재를 다시 촉구했다.

이날 추모식은 사고 현장인 아이파크 201호 앞 금호하이빌 1층 상가에서 진행됐다. 오전 10시 위령제를 시작으로 오후 3시 추모식까지 이어졌으며 유가족과 시민단체, 정치권 인사,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유가족 등 50여명이 참석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위령제에는 강기정 광주시장, 김이강 서구청장, 조인철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이 분향소를 찾았다. 강 시장은 유가족 건의 사항인 추모공간 마련에 관해 "아파트 내는 어렵더라도 인근 도로나 공공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서구청과 논의해보겠다"고 답했다.

추모식은 '설동주·오갑환·김상현·김호성·김인태·유길성' 등 6명의 희생자 이름이 차례로 호명되며 시작됐다. 짧지 않은 4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추모식에 참석한 유가족들의 얼굴에는 여전히 깊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격한 감정 대신 꾹 눌러 참는 표정, 먼저 떠난 가족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고개를 떨구는 모습이 추모식 내내 이어졌다.

11일 오후 3시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참사 현장 인근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참사 4주기 추모식을 진행된 가운데 광주대표도서관 유가족이 분향하고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2022년 1월11일 참사 당일을 떠올리게 하는 추운 날씨도 당시 기억을 환기했다. 차가운 칼바람이 분향소 앞을 스쳐 지나가는 동안에도 유가족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유가족 A씨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이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더 선명해진다. 너무 보고 싶은 날은 남편한테 문자를 보낸다.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남편 전화번호는 못 없애겠더라"며 "화정동 아이파크 참사 이후 연이어 붕괴 사고들이 발생했다. 광주는 도대체 왜 이럴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한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이런 사고는 더이상 일어나선 안된다"고 씁쓸해 했다.

희생자의 제자인 김모(26)씨는 "참사 희생자 분 중에 제가 다녔던 합기도 관장님이 계셨다. 사고 당시에는 붕괴 현장에 관장님이 있으리라는 생각은 전혀하지 않았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수색이 길어지면서 저에게도 관장님 소식이 전해졌는데 누가 머리 한대를 때린듯한 충격이었다. 관장님의 가르침과 관장님을 잊지 않는 게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해 나왔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추모사에 나선 안정호 희생자가족협의회 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사라지고, 우리는 또다시 같은 아픔의 역사 앞에 서게 된다"며 "4년 전 텐트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시간이 이 자리에 서니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전대미문의 붕괴 사고를 내고도 가해 기업은 흔적을 지우고 잊으라 강요하고 있다"며 "그러나 지운다고 해서 사라지지는 않는다. 우리는 떠나지 않고 이 자리에 남아 감시하고 반성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유가족의 요구는 단 하나, 참사를 기억하고 기록하자는 아주 소박한 바람뿐"이라며 "HDC현대산업개발은 화정동과 학동, 서동 등 앞으로도 광주에서 향후 10년간 아파트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는 유가족만의 일이 아니라 광주 시민사회 모두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11일 오후 3시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참사 현장 인근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참사 4주기 추모식을 진행된 가운데 안정호 희생자가족협의회 대표가 참사 현장을 둘러보며 설명하고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이날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참사 4주기 추모식에는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유가족도 참석해 힘을 보탰다.

마지막으로 발견된 희생자의 사위인 유가족 B씨는 "광주대표도서관처럼 화정동 아이파크도 완공된 후에 사고가 일어났으면 더 큰 사고로 이어졌겠나. 애초에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광주시는 공개해야 할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고 앞으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전국적으로 선례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울먹였다.

이번 4주기 추모식은 사고 현장인 아이파크 201호 앞까지 이어진 짧은 행진으로 마무리됐다.

화정 아이파크 붕괴 참사는 지난 2022년 1월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201동 신축 공사 현장에서 39층 옥상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바닥과 외벽 등 구조물이 무너지며 16개 층이 연쇄 붕괴된 사고다. 이 사고로 작업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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