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광주대표도서관 참사 막으려면 발주 책임 강화해야"

입력 2026.01.08. 20:12 박소영 기자
민주노총 '건설사고 근본원인 토론회'
한국 건설 구조 발주자 책임 최소화
안전 하류로 전가 '하방 악순화 구조'
"건안법 제정 올해 반드시 이뤄져야"
유가족, 광주시에 책임 있는 대응 주문
8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건설지부가 주최한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참사 근본원인 토론회가 진행된 가운데 유가족이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장의 발제를 듣고 있다.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건설현장에서 발주자의 안전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8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는 '광주대표도서관 참사 건설사고의 근본 원인과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건설지부가 주관하고, 정의당·녹색당 등 정당 관계자와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 등 시민단체가 공동 주최해 건설사고의 구조적 원인과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장은 "우리나라 건설사고는 기술이 없어서 발생하는 사고가 아니라, 기술이 작동할 수 없는 조건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구조에서 발생한다"며 "공사 기간과 공사비가 발주 단계에서 과도하게 압축된 상태로 결정되고, 그 부담이 설계·시공·감리·현장으로 연쇄 전가되는 구조가 사고 위험을 상시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발주자가 공기(工期)와 공사비, 설계 변경 여부 등 핵심적인 결정을 주도하면서도 사고 발생 시 책임에서는 한발 물러나 있는 현행 구조를 근본 문제로 지적했다.

안 회장은 "발주자는 낮은 수준의 시공 역량을 전제로 업체를 선정해 놓고, 감리 담당자에게는 과도한 감독 책임을 요구하는 구조"라며 "감리가 현장에서 역할을 다하려 하면 공사 지연과 비용 문제로 배제되는 현실에서 안전을 우선하는 의사결정은 구조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역시 이러한 구조 속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안 회장은 "설계 변경과 공정 압박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시공 단계의 구조 안전 검토와 관리가 충분히 작동했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사고 원인을 특정 공정 하나로 좁히는 접근은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 발주 공사에서도 공기와 예산 압박이 우선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2년 주기로 순환하는 공무원 개인의 책임 문제가 아니라, 발주와 관리 체계 전반이 안전을 우선하도록 설계돼 있는지를 되묻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또 안 회장은 "도산에 내몰린 기업일수록 저가 수주에 나서고, 그 부담은 하류 단계로 갈수록 집중된다"며 "마지막 단계에 있는 기능 인력이 모든 위험과 손실을 떠안는 하방 악순환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의 시급성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강한수 민주노총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그동안 건설 안전 문제는 사고 이후 처벌과 단속에만 초점이 맞춰져 왔다.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발주 단계에서부터 책임이 작동하는 구조적 예방 체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올해 반드시 제정하지 않으면 또다시 입법 시기를 놓칠 수 있는 만큼, 지금이 제도를 바꿀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승철 민주노총 광주전남건설지부 형틀1분회장도 "안전을 강조할수록 작업이 중단되고 물량이 줄어드는 구조에서, 그 부담은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돌아온다"며 "안전을 지키면 일감이 줄고 임금이 깎이는 모순적인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현장의 안전도 달라지기 어렵다"고 현장 현실을 전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참사 희생자 유가족도 참석했다.

4번째로 발견된 희생자 유가족은 "그저 한명의 국민이자, 두 딸아이의 아빠로서 딸들과 어떤 공간에 가더라도 걱정없이 다니고 싶다"며 "이번 사고에서 광주시는 책임에서 뒤로 물러나있다. 초반 적극적인 협조와 제도마련을 하겠다고 했으나, 현재는 투명하게 공개 되어야 할 사업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등 처음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서운함이 크다. 수사기관이 아니어도 사고조사위원회 등 건설업 종사자들이 해당 사고의 원인을 공부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보공개를 할 것을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광주시는 초반 사고대책위원회 TF구조로 계획을 하고있다고 약속했으나 실행이 되지 않고 있다. 적극적으로 실행해주시고 저희들에게 내용을 잘 공유해주시길 바란다"며 광주시의 책임 있는 대응과 정보 공개를 촉구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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