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또 '창고형 약국' 들어선다

입력 2026.01.08. 17:57 강주비 기자
흑석동 초대형 약국 16일 개점
수완지구 이어 두 번째 사례
소비자 호응 속 약사회 우려
‘광고 규제’ 정부 대응 나서
오는 16일 개점 예정인 광주 광산구 흑석동 창고형 약국 건물에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강주비 기자

광주에 첫 '창고형 약국'이 문을 연 지 3개월여 만에 두 번째 초대형 약국이 들어선다. 저렴한 가격과 접근성을 앞세운 창고형 약국의 확산을 두고 소비자들은 반기는 분위기지만, 약사회는 약물 오남용과 의약품 유통 질서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창고형 약국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규제에 착수했다.

8일 광주 광산구보건소에 따르면 광주 광산구 흑석동에 약 200평(475㎡) 규모의 창고형 약국이 최근 개설 허가를 받았다. 해당 약국은 3천여종 이상의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취급할 예정으로, 오는 16일 개점을 앞두고 있다.

앞서 광주에서는 지난해 10월 광산구 수완동에 첫 창고형 약국이 들어서며 관심을 모았다. 대형 매장에 의약품을 대량 진열하는 방식과 낮은 가격 등 이색적인 운영 형태가 주목받았다.

오는 16일 개점 예정인 광주 광산구 흑석동 창고형 약국. 강주비 기자

창고형 약국이 또 들어선다는 소식에 소비자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가격 부담이 적고 여러 품목을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의성이 높다는 평가다. 하남지구에 거주하는 송연준(34)씨는 "기존에 있던 창고형 약국을 종종 이용했는데 가격이 저렴해 만족했다"며 "집 근처에 비슷한 약국이 하나 더 생긴다니 반갑다"고 말했다. 주부 신모(42)씨도 "감기약이나 상비약을 한 번에 살 수 있어 편리하다"며 "불경기에 약값 부담이 큰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늘어나는 게 긍정적"이라고 했다.

반면 약국가는 신중한 입장이다. 광주시약사회는 창고형 약국 확산이 단순한 업태 변화로 보기 어렵고, 가격 경쟁 심화와 함께 의약품 소비 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를 연상케 하는 판매 방식이 의약품을 일반 소비재처럼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보고 있다.

시약사회 관계자는 "의약품은 가격보다도 복용 방법과 상담이 중요한데, 창고형 약국은 저렴한 가격과 대량 진열이 먼저 부각되는 구조"라며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주변 약국은 '비싸기만 한 곳'이라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고, 이는 지역 약국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실제 수완지구 창고형 약국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 사이에서는 매출 감소를 체감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접 약국에서 근무하는 한 약사는 "창고형 약국 개설 이후 일반의약품과 영양제 매출이 적게는 30%, 많게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가격을 맞추면 수익이 거의 남지 않고, 그렇다고 유지하면 손님이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결국 영양제 등 일부 품목은 가격을 낮추면 오히려 손해가 발생해 취급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약국계는 특히 창고형 약국이 과도한 상업적 홍보를 하는 것이 약사법에도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약사법 시행규칙 제44조는 소비자·환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과도한 홍보나 가격 경쟁을 벌이거나, 실제 구매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의약품을 판매해 시장 질서를 흐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창고형 약국을 둘러싼 논란에 대응해 제도 정비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소비자를 오인·유인할 수 있는 약국 명칭과 광고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있으며, 조만간 본격적인 단속에 나설 전망이다. '최대', '특가', '마트형' 등 과도한 표현을 사용한 약국 명칭과 광고를 제한해 의약품 유통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국회도 입법 대응에 나선 상태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약품 유통·판매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약국 광고를 제한하기 위해 약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약국 광고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팩토리', '창고', '공장' 등 소비자를 혼동시키거나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명칭 사용에 대해 사전 심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광주시약사회 관계자는 "규제를 통해 무분별한 저가 경쟁을 막고, 의약품은 필요한 만큼 정량을 복용하는 물품이라는 인식이 다시 자리 잡아야 한다"며 "지역 실정에 맞는 논의 구조와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4
후속기사 원해요
3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1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