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완지구 이어 두 번째 사례
소비자 호응 속 약사회 우려
‘광고 규제’ 정부 대응 나서

광주에 첫 '창고형 약국'이 문을 연 지 3개월여 만에 두 번째 초대형 약국이 들어선다. 저렴한 가격과 접근성을 앞세운 창고형 약국의 확산을 두고 소비자들은 반기는 분위기지만, 약사회는 약물 오남용과 의약품 유통 질서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창고형 약국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규제에 착수했다.
8일 광주 광산구보건소에 따르면 광주 광산구 흑석동에 약 200평(475㎡) 규모의 창고형 약국이 최근 개설 허가를 받았다. 해당 약국은 3천여종 이상의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취급할 예정으로, 오는 16일 개점을 앞두고 있다.
앞서 광주에서는 지난해 10월 광산구 수완동에 첫 창고형 약국이 들어서며 관심을 모았다. 대형 매장에 의약품을 대량 진열하는 방식과 낮은 가격 등 이색적인 운영 형태가 주목받았다.

창고형 약국이 또 들어선다는 소식에 소비자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가격 부담이 적고 여러 품목을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의성이 높다는 평가다. 하남지구에 거주하는 송연준(34)씨는 "기존에 있던 창고형 약국을 종종 이용했는데 가격이 저렴해 만족했다"며 "집 근처에 비슷한 약국이 하나 더 생긴다니 반갑다"고 말했다. 주부 신모(42)씨도 "감기약이나 상비약을 한 번에 살 수 있어 편리하다"며 "불경기에 약값 부담이 큰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늘어나는 게 긍정적"이라고 했다.
반면 약국가는 신중한 입장이다. 광주시약사회는 창고형 약국 확산이 단순한 업태 변화로 보기 어렵고, 가격 경쟁 심화와 함께 의약품 소비 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를 연상케 하는 판매 방식이 의약품을 일반 소비재처럼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보고 있다.
시약사회 관계자는 "의약품은 가격보다도 복용 방법과 상담이 중요한데, 창고형 약국은 저렴한 가격과 대량 진열이 먼저 부각되는 구조"라며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주변 약국은 '비싸기만 한 곳'이라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고, 이는 지역 약국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실제 수완지구 창고형 약국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 사이에서는 매출 감소를 체감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접 약국에서 근무하는 한 약사는 "창고형 약국 개설 이후 일반의약품과 영양제 매출이 적게는 30%, 많게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가격을 맞추면 수익이 거의 남지 않고, 그렇다고 유지하면 손님이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결국 영양제 등 일부 품목은 가격을 낮추면 오히려 손해가 발생해 취급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약국계는 특히 창고형 약국이 과도한 상업적 홍보를 하는 것이 약사법에도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약사법 시행규칙 제44조는 소비자·환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과도한 홍보나 가격 경쟁을 벌이거나, 실제 구매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의약품을 판매해 시장 질서를 흐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창고형 약국을 둘러싼 논란에 대응해 제도 정비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소비자를 오인·유인할 수 있는 약국 명칭과 광고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있으며, 조만간 본격적인 단속에 나설 전망이다. '최대', '특가', '마트형' 등 과도한 표현을 사용한 약국 명칭과 광고를 제한해 의약품 유통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국회도 입법 대응에 나선 상태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약품 유통·판매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약국 광고를 제한하기 위해 약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약국 광고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팩토리', '창고', '공장' 등 소비자를 혼동시키거나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명칭 사용에 대해 사전 심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광주시약사회 관계자는 "규제를 통해 무분별한 저가 경쟁을 막고, 의약품은 필요한 만큼 정량을 복용하는 물품이라는 인식이 다시 자리 잡아야 한다"며 "지역 실정에 맞는 논의 구조와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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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 땅에서 맞는 설···음식·노래·웃음 가득한 고려인마을
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 동포들이 명절 음식을 나눠 먹고 있다. 강주비 기자
“설은 가족과 보내는 날이라고 배웠어요. 여기선 우리 모두가 한가족입니다.”설을 앞둔 광주 고려인마을은 고소한 음식 냄새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고향을 떠나 조상의 땅인 한국에 정착한 고려인 동포들은 둥근 상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노래를 부르며 그들만의 명절을 맞고 있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 동포들이 명절 음식을 나눠 먹고 있다. 강주비 기자12일 오전 10시30분께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 1층에 들어서자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곰탕 냄비와 분주히 오가는 손길이 눈에 들어왔다. 고려인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이곳에서 함께 식사를 하지만, 이날은 설을 앞두고 특별한 명절 상이 차려지고 있었다.상 위에는 전날부터 삶아둔 수육을 넣은 이날의 주메뉴 수육곰탕을 비롯해 미역·고사리나물을 비롯해 당근 김치, 러시아식 토마토 반찬, 만두, 과일, 빵 등 각종 후식까지 가득 올랐다. 준비한 음식은 100인분에 달했다. 모두 같은 고려인 동포들이 나흘 전부터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해 직접 만든 음식들이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지하 강당에서 진행된 노래교실에서 김마리따씨가 우리나라 전통 민요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강주비 기자찹쌀떡을 직접 빚어 고물을 묻히는 모습은, 음식만 다를 뿐 여느 한국 가정의 설 준비와 다르지 않았다.우즈베키스탄 국적 박실바(74)씨는 “집에서는 만들기 어려워 자주 못 먹는 음식들이 있다. 명절만큼은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원하는 음식을 이웃들에게 물어보며 메뉴를 골랐다”며 “무려 나흘 전부터 장을 보고, 음식 손질을 하며 준비했다. 힘들어도 다 같이 둘러앉아 웃으며 준비해 먹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웃어 보였다.같은 시각 센터 지하 강당에서는 또 다른 설맞이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50여명의 고려인들은 책상에 둘러앉아 ‘우리나라 전통공예 체험’에 참여했다. 검은색 손거울 위에 자개 스티커를 붙이며 나전칠기를 배우는 시간이었다.숨을 참으며 조심스럽게 스티커를 붙이던 이들은 이내 완성된 거울을 들여다보며 서로의 작품을 비교했다. “예쁘다”는 감탄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이들도 있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지하 강당에서 진행된 전통공예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려인들이 자개 스티커로 꾸민 손거울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주비 기자이어, 강당에 전통 민요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를 든 김마리따(70)씨는 가사를 보지 않고 능숙하게 노래를 이어갔다. 손뼉을 치며 호응하던 고려인들은 이내 후렴구를 함께 따라 불렀다. 이어진 ‘남행열차’ 무대에서는 어깨를 들썩이며 박자를 맞추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서툰 발음이었지만, 누구보다 흥겹고 열정 가득한 노랫소리가 강당을 가득 채웠다.김씨는 “우즈베키스탄에 있을 때 합창단 활동을 하며 아리랑과 남행열차를 배웠다”며 “한국에 설을 지내며 이 노래를 부르니 고향 생각도 나고 더 뜻깊다. 이렇게 동포들과 함께하니 외롭지 않다”고 전했다.프로그램이 끝나자, 고려인들은 일제히 1층으로 향했다. 빈틈이 없을 만큼 각종 음식으로 가득 채워진 상에 둘러앉아 서로의 그릇에 수육을 덜어주고 반찬을 권하는 따뜻한 풍경이 펼쳐졌다. 러시아어와 한국어가 섞인 대화 속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고향에서의 추억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고, 한국에서의 생활을 공유하기도 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 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들이 함께 먹을 음식들을 준비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이날 2월에 생일인 7명을 위한 작은 생일파티도 마련됐다. 러시아 생일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고, 케이크에 꽂힌 초를 함께 불었다. 생일자들은 쑥스러운 듯 웃었고, 주변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생일 선물로 마련된 칫솔·치약 세트와 마스크, 상비약 등 생필품 꾸러미도 전달됐다.매주 센터를 찾는다는 최벨라(71)씨는 “평소에도 이곳에 오면 늘 기분이 좋은데, 명절에 이렇게 모여 노래하고 음식을 나누니 더 행복하다”며 “남편과 딸, 손자와 함께 이 마을에서 10년째 살고 있다. 올해도 가족 모두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러시아에 있을 때는 설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한국에 와서 설 문화를 배웠고, 이제는 우리들도 매년 집이나 식당에서 잔칫상을 차리고 춤추고 노래하며 우리만의 설을 보낸다. 러시아에서는 명절에 물만두를 먹지만, 이제는 한국 문화를 따라 떡국도 함께 먹는다”며 “동포들이 이곳에 와서 맛있게 먹고 즐기며 웃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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