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차별 심화, 피해는 아동에” 현장 불만 폭발 시위도
시의회 계수조정소위원회 예산 심사 '원안 유지'

정부 인건비 인상과 광주시의 시비 감액이 충돌, 실질적인 인상이 불가능해지면서 광주 아동그룹홈 종사자 처우를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내년 그룹홈 종사자 인건비 기준 단가를 20% 올렸음에도, 광주시는 시비 부담금 일부를 줄이면서 "누적된 차별 위에 예산 후퇴까지 겹쳤다"는 현장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수욕구 아동 중심의 고강도 돌봄 구조에서 인건비 축소는 곧 인력 이탈과 돌봄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광주시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에 따르면 광주에는 34개 그룹홈에서 182명의 아동이 생활하고 있으며, 시설장과 종사자 139명이 근무 중이다. 이 가운데 72명은 ADHD, 자폐, 경계선 지능 등 특수욕구 아동으로 돌봄 난도가 높다. 표면적으로는 보육사 1명당 아동 1.3명 수준이지만, 교대 인력이 부족해 야간·주말 1인 전담(5∼6명) 비율이 80%를 넘는다. 지역 종사자 퇴사율도 19%에 달한다.
광주 서구의 한 시설장 A씨는 "한 아이가 흥분하면 칼과 가위를 숨기고, 다른 아이들을 방 안에 넣어 지킨 적도 있다"며 "낮은 임금과 높은 소진도로 신규 인력이 들어오지 않는 구조에서 예산까지 줄면 아동 돌봄은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의 핵심은 정부 인건비 인상분이 종사자에게 실질 인상으로 돌아가지 않는 구조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 인건비 기준 단가를 3천494만7천원에서 4천201만4천원으로 인상했다. 이는 1인당 1년간 약 700만원 상승한 금액이다. 이를 광주 종사자 139명에게 적용하면 인건비 총액은 약 79억2천만원 규모가 된다.
그러나 광주시는 내년도 인건비 시비 충당금을 올해보다 4억8천만원(26.6%) 감액했다. 인건비는 국비 40%, 시비 60% 매칭 방식으로 구성되는데, 국비가 인상되면 시비도 늘어야 전체 인건비 총액이 증가한다. 시비가 줄면서 국비 인상분 700만원이 급여 인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물가상승분 외 사실상 체감 인상 효과가 0에 가까워 진 것이다.
임금 격차는 이미 구조화돼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광주시는 지난해 자체 호봉제를 도입했지만, 시설장은 16호봉(기본급 약 264만~273만원), 종사자는 20호봉(약 280만~295만원)까지만 인정된다. 반면 아동양육시설(보육원) 원장은 '원장급' 대우를 적용받고, 생활지도원 역시 더 높은 기준과 폭넓은 경력 인정을 받는다. 협회는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24시간 아동을 돌보는 그룹홈이 오히려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이상윤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고문은 "광주 지역 임금 처우는 과거 전국 17개 시·군 기준 2∼3위였지만 지금은 뒤에서 다섯 번째 수준"이라며 "대구 등 일부 지자체는 국비 인상분을 전액 처우개선비에 반영하기로 했다. 광주의 감액은 명백한 후퇴"라고 말했다.
협회는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도 다시 상기했다. 당시 인권위는 그룹홈 종사자 임금이 양육시설 대비 낮아 평등권 침해라고 판단했고, 보상체계 개선을 복지부와 지자체에 권고했다. 협회는 "광주시 예산안은 인권위 권고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른다"며 시비 26.6% 전액 복구, 국비 인상분 20.2% 전액 반영, 처우개선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했다.
반면 광주시는 한정적인 예산으로 인해 복지부의 인상분을 충족시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복지부가 사전 협의 없이 기준 단가를 20% 넘게 인상했지만, 인상액을 어떤 항목에 적용해야 하는지 '세부 산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전국 17개 시도가 모두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다"며 "현재 복지부에 해당 기준을 공식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도 기본급과 4대 보험 기관부담금만 계산해도 국비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 시비로 보전해 왔다"며 "지침이 확정되면 매칭 예산에서 필수경비를 우선 정리하고 부족한 부분은 추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갈등 해소 전까지 내년 1월4일까지 시청 앞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종사자들은 "퇴사율이 더 높아지면 아이들과의 애착 형성과 정서 안정이 가장 먼저 흔들린다"며 시의 결단을 촉구했다.
한편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는 지난 9일 아동그룹홈 인건비 시비 충당금에 대해 '조정 없음'으로 원안 유지했다. 시비 감액분이 복구되지 않으면서 종사자 처우를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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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 땅에서 맞는 설···음식·노래·웃음 가득한 고려인마을
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 동포들이 명절 음식을 나눠 먹고 있다. 강주비 기자
“설은 가족과 보내는 날이라고 배웠어요. 여기선 우리 모두가 한가족입니다.”설을 앞둔 광주 고려인마을은 고소한 음식 냄새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고향을 떠나 조상의 땅인 한국에 정착한 고려인 동포들은 둥근 상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노래를 부르며 그들만의 명절을 맞고 있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 동포들이 명절 음식을 나눠 먹고 있다. 강주비 기자12일 오전 10시30분께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 1층에 들어서자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곰탕 냄비와 분주히 오가는 손길이 눈에 들어왔다. 고려인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이곳에서 함께 식사를 하지만, 이날은 설을 앞두고 특별한 명절 상이 차려지고 있었다.상 위에는 전날부터 삶아둔 수육을 넣은 이날의 주메뉴 수육곰탕을 비롯해 미역·고사리나물을 비롯해 당근 김치, 러시아식 토마토 반찬, 만두, 과일, 빵 등 각종 후식까지 가득 올랐다. 준비한 음식은 100인분에 달했다. 모두 같은 고려인 동포들이 나흘 전부터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해 직접 만든 음식들이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지하 강당에서 진행된 노래교실에서 김마리따씨가 우리나라 전통 민요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강주비 기자찹쌀떡을 직접 빚어 고물을 묻히는 모습은, 음식만 다를 뿐 여느 한국 가정의 설 준비와 다르지 않았다.우즈베키스탄 국적 박실바(74)씨는 “집에서는 만들기 어려워 자주 못 먹는 음식들이 있다. 명절만큼은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원하는 음식을 이웃들에게 물어보며 메뉴를 골랐다”며 “무려 나흘 전부터 장을 보고, 음식 손질을 하며 준비했다. 힘들어도 다 같이 둘러앉아 웃으며 준비해 먹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웃어 보였다.같은 시각 센터 지하 강당에서는 또 다른 설맞이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50여명의 고려인들은 책상에 둘러앉아 ‘우리나라 전통공예 체험’에 참여했다. 검은색 손거울 위에 자개 스티커를 붙이며 나전칠기를 배우는 시간이었다.숨을 참으며 조심스럽게 스티커를 붙이던 이들은 이내 완성된 거울을 들여다보며 서로의 작품을 비교했다. “예쁘다”는 감탄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이들도 있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지하 강당에서 진행된 전통공예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려인들이 자개 스티커로 꾸민 손거울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주비 기자이어, 강당에 전통 민요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를 든 김마리따(70)씨는 가사를 보지 않고 능숙하게 노래를 이어갔다. 손뼉을 치며 호응하던 고려인들은 이내 후렴구를 함께 따라 불렀다. 이어진 ‘남행열차’ 무대에서는 어깨를 들썩이며 박자를 맞추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서툰 발음이었지만, 누구보다 흥겹고 열정 가득한 노랫소리가 강당을 가득 채웠다.김씨는 “우즈베키스탄에 있을 때 합창단 활동을 하며 아리랑과 남행열차를 배웠다”며 “한국에 설을 지내며 이 노래를 부르니 고향 생각도 나고 더 뜻깊다. 이렇게 동포들과 함께하니 외롭지 않다”고 전했다.프로그램이 끝나자, 고려인들은 일제히 1층으로 향했다. 빈틈이 없을 만큼 각종 음식으로 가득 채워진 상에 둘러앉아 서로의 그릇에 수육을 덜어주고 반찬을 권하는 따뜻한 풍경이 펼쳐졌다. 러시아어와 한국어가 섞인 대화 속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고향에서의 추억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고, 한국에서의 생활을 공유하기도 했다.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설 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고려인들이 함께 먹을 음식들을 준비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이날 2월에 생일인 7명을 위한 작은 생일파티도 마련됐다. 러시아 생일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고, 케이크에 꽂힌 초를 함께 불었다. 생일자들은 쑥스러운 듯 웃었고, 주변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생일 선물로 마련된 칫솔·치약 세트와 마스크, 상비약 등 생필품 꾸러미도 전달됐다.매주 센터를 찾는다는 최벨라(71)씨는 “평소에도 이곳에 오면 늘 기분이 좋은데, 명절에 이렇게 모여 노래하고 음식을 나누니 더 행복하다”며 “남편과 딸, 손자와 함께 이 마을에서 10년째 살고 있다. 올해도 가족 모두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러시아에 있을 때는 설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한국에 와서 설 문화를 배웠고, 이제는 우리들도 매년 집이나 식당에서 잔칫상을 차리고 춤추고 노래하며 우리만의 설을 보낸다. 러시아에서는 명절에 물만두를 먹지만, 이제는 한국 문화를 따라 떡국도 함께 먹는다”며 “동포들이 이곳에 와서 맛있게 먹고 즐기며 웃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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