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93곳 설치 … "보행 안전 위해 확대 필요"

보행 편의와 안전을 높이기 위한 (교차로 개선 필요성)이 커지면서 광주에서도 대각선 횡단보도 확대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사고 감소 효과가 확인된 데다 광주도 설치 지점이 빠르게 늘면서 보행 중심 신호체계 전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대각선 횡단보도가 설치된 217곳의 교차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설치 이후 교통사고가 18.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치 전 377.3건이던 사고는 설치 후 308건으로 줄었고, 차대보행자 사고는 27.3%(99→72건), 횡단 중 사고는 25.8%(66→49건) 감소했다. 보행 신호 시 차량을 전면 중단하는 구조가 충돌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줄였다는 분석이다.
대각선 횡단보도는 보행자가 사방과 대각선 방향으로 한 번에 건널 수 있도록 설계된 방식이다. 기존에는 두 번 이상 신호를 나눠 건너야 해 대기 시간이 길고, 차량과 보행자가 마주치는 위험도 컸지만 보행자 신호가 한 번에 켜지면서 건너는 시간도 줄고, 보행자 신호 때 차량 우회전을 차단해 '녹색 신호 시 우회전'으로 발생하던 사고를 구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효과가 알려지면서 광주에서도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형미 광주 서구의원은 최근 5분 발언에서 "과거에는 차량 흐름이 불편해질 것이라는 우려로 주민들이 부정적이었지만, 다른 도시에서 효과가 확인되면서 광주에서도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며 "보행량이 많은 교차로를 중심으로 서구 역시 확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상가·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서구 일부 교차로에서 우회전 대기와 보행 동선 충돌 문제가 반복돼 왔다며 대각선 방식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광주시도 지난해부터 보행 중심 체계를 본격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23년 기준 광주에 설치된 대각선 횡단보도 57곳 중 36곳이 어린이보호구역에 위치했다.
2년이 지난 올해는 총 105곳에서 대각선 횡단보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93곳은 설치 완료돼 운영 중이다. 자치구별 운영 지점은 동구 10곳, 서구 22곳, 남구 15곳, 북구 26곳, 광산구 20곳이다.
운영 중인 대각선 횡단보도 93곳 중 47곳은 어린이보호구역이다. 절반이 넘는 수치로, 학교 주변 통학 동선에서 차량 우회전과 보행자 충돌 위험이 빈번했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보호구역 중심으로 설치가 집중됐다. 또 원도심 상권, 아파트 단지 밀집지 등 보행량이 많은 지역을 우선해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
사고 예방 효과도 확인되고 있다.
대각선 횡단보도가 설치된 구간에서 우회전 차량에 의한 보행자 충돌 사고는 일반도로보다 약 25% 감소했고,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것이 광주시 설명이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대각선 횡단보도의 신호 운영은 '올 레드(ALL-RED) 시스템'으로,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신호 방식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며 "보행 신호 때 동·서·남·북 모든 차량 흐름을 동시에 멈추기 때문에 사고 위험을 구조적으로 차단한다. 이 방식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효과가 이미 검증된 신호 운영 방식이다. 다만 모든 방향의 차량을 동시에 멈추는 만큼, 교통량과 교차로 특성을 정밀하게 검토한 뒤 설치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교통정책은 안전과 소통이 충돌할 경우 원칙적으로 안전을 우선하는 만큼, 보행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대각선 횡단보도 확대가 필요하다. 광주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보행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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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불덩이가···" 광양 산불에 뜬눈으로 지새운 밤
22일 오전 광양 옥곡면사무소에 마련된 산불 대피소에 주민들이 모여있다.
"커다란 불덩이가 짚 앞마당에 떨어지더니 순식간에 잔디가 다 타버렸어. 얼마나 놀랐던지… 하마터면 통나무로 된 우리 집도 잿더미가 될 뻔했다니까."국가소방동원령까지 발령됐던 광양 산불은 이틀 만에 완전히 진화됐지만, 화마가 스치고 지나간 마을에는 당시의 긴박함이 여전히 짙게 남아 있었다.22일 오전 광양 옥곡면사무소에 마련된 산불 대피소의 모습.22일 오후 찾은 광양시 옥곡면 점터마을. 전날 거센 불길이 휩쓸고 간 마을 산자락 곳곳은 타다 남은 나무와 검게 그을린 재로 뒤덮여 있었다. 붉게 치솟던 불길은 사라졌지만, 매캐한 연기 냄새는 아직도 마을 골목과 집 안 곳곳에 배어 있었다.산불이 시작된 지점 바로 앞에 살던 주민 A씨는 대피소에서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밤을 보낸 뒤, 대피 명령이 해제되자마자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주택은 큰 피해를 면했지만, 정성껏 가꿔오던 밤 산과 고사리밭은 흔적도 없이 타버렸다.A씨는 "불난 산이 집 바로 코앞이라 조금만 더 바람이 불었으면 집까지 홀라당 탈 뻔했다"며 "눈앞에서 그렇게 큰불을 보니 손이 벌벌 떨리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집이 계속 마음에 걸려 대피소에서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대피 명령이 해제되자마자 돌아와 보니 집 안 가득 연기가 차 있어 빼내느라 애를 먹었다"며 "사람이 다치지 않은 건 그나마 다행이지만, 생계 수단이던 고사리밭과 밤 산이 모두 타버려 앞으로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앞서 이날 오전 옥곡면사무소 대피소에는 하룻밤을 불안 속에서 떨어야 했던 마을 주민들이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었다. '여성 침구실'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은 노란 천막 앞에는 대한적십자사의 응급구호세트 박스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고, 봉사자들은 주민들을 살피며 식사를 챙기는 데 분주했다.22일 광양시 옥곡면 한 야산에서 전날부터 이어진 불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주민들은 대부분 연기와 불길 속에서 경황없이 집을 뛰쳐나오느라 옷가지나 생필품은 물론, 평소 복용하던 약조차 챙기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주민 김인옥(65)씨는 "평소처럼 운동을 하려고 밖에 나왔는데, 마을이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며 "잠시 뒤 하늘에서 불덩이가 떨어져 집 앞마당 잔디가 순식간에 다 탔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불이 이렇게 무서운 건지 그때 처음 알았다"며 "그 상황을 말로 옮기기도 어려울 만큼 정신이 없었다. 옆집 할머니도 울고, 나도 울고… 밤새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날이 밝자마자 집에 있던 강아지를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박정희(77)씨도 "집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아들이 '산불이 났다'고 전화해 놀라 뛰쳐나왔다. 불덩이가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 옮겨붙는 모습을 보는데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며 "전등도 끄지 못하고, 매일 먹는 약도 챙기지 못한 채 나왔다. 걱정이 계속돼 몸까지 안 좋아진 상태로 밤을 보냈다"고 하소연했다.22일 오전 광양시 옥곡면 한 야산에 불이 나 한때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된 가운데, 현장통합지휘본부가 꾸려진 옥곡중학교 운동장에서 관계당국이 산불 진화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대피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건너편 마을 주민들도 안절부절못하긴 마찬가지였다.이웃들을 돕기 위해 봉사에 나선 광양동부농협 농가주부모임 회원 정현순(62)씨는 "골짜기 하나 차이로 우리 집까지 불이 번지지 않았다"며 "이장들이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대피를 알리던 긴박한 장면이 아직도 또렷하다"고 말했다. 정씨는 "회오리바람이 불지 않아 면 전체로 피해가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불 냄새와 연기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상황은 우리 마을도 마찬가지였다"며 "옥곡면 사람들은 서로 다 아는 가족 같은 사이다. 내 집이 불탄 것처럼 마음이 쓰여 새벽 5시30분부터 봉사나왔다"고 말했다.22일 오후 광양시 옥곡면 점터마을 한 주민이 전날 발생한 불로 모두 타버린 집 앞 산을 가리키고 있다.이번 산불로 옥곡면과 진상면 일대 5개 마을 주민 601명이 면사무소와 마을회관, 경모정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산불은 전날 오후 3시2분께 광양시 옥곡면의 한 주택에서 발생한 불이 강풍을 타고 인근 야산으로 번지면서 확산됐다. 당국은 헬기 48대와 장비 421대, 인력 4천300여명을 투입해 밤샘 진화 작업을 벌인 끝에 18시간 59분 만인 이날 오전 10시30분 진화율 100%를 선언했다. 불에 탄 산림 면적은 48㏊로 추정되며, 이는 축구장(0.714㏊) 약 67개에 달하는 규모다.주불 진화 이후 당국은 잔불 정리와 뒷불 감시 체제로 전환하고, 산불조사감식반을 투입해 정확한 발생 원인과 피해 면적, 재산 피해 규모를 조사할 방침이다.김영록 전남지사는 "강풍과 야간 산불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산림청 소속 특수진화대를 비롯한 민관군의 공조와 총력 대응 덕분에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었던 상황을 빠른 시간 안에 진화할 수 있었다"며 "갑작스러운 산불로 큰 불편과 불안을 겪은 주민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광양=이승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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