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월IC·송전탑 이설 공사로 1년 째 방치돼
산책로, 공사차량 이동에 쓰여…내년 3월 개장

광주 남구 진월동 수변공원이 준공 이후 마무리 작업만 남겨 둔 채 1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다. 주민들의 휴식·산책 공간으로 기대를 모았던 공원이 잡초와 이끼로 뒤덮이면서 오히려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남구에 따르면, 구는 사업비 7억여원을 투입해 진월복합운동장 인근에 수변공원을 조성했다. 데크길과 쉼터(파고라), 폭기 분수 등 주요 시설 설치는 마무리됐고, 산책로 주변을 정비하는 마지막 공정만 남아 있다.
공원이 정식 개장하면 남구다목적체육관에서 국제테니스경기장까지 순환형 산책로가 연결돼 진월·노대동 주민들의 대표적인 여가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실제 현장은 기대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최근 찾은 수변공원은 준공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설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데크길 초입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고, 바닥에는 흙과 돌이 널려 공사 현장을 연상케 했다. 시멘트 포장 구간 곳곳엔 넝쿨이 뒤덮여 있었으며, 나무 기둥에 밧줄을 연결한 형태인 난간도 풀더미에 가려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공원 곳곳에도 공사에 사용됐던 것으로 보이는 플라스틱 바리케이드와 목재 조각도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저수지 수질도 심각한 모습이었다. 초록색 이끼가 수면에 넓게 번져 있었고, 갈색 줄기 식물들이 수면 위를 빽빽하게 덮어 공원의 미관을 크게 해쳤다.
수변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진월동 주민 40대 곽모씨는 "겉보기에 공원이 완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사 차량이 드나들고 풀이 허리까지 자라있어 이용하기 어렵다"며 "행정에서 관리를 제대로 해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남구다목적체육관에서 운동을 한다는 심승호(56)씨는 "주변에 산책할 곳이 마땅치 않아 공원 개장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거의 다 만들어 놓고 방치된 모습이 더 아쉽다"고 말했다.
공원이 이 같은 상태로 방치된 것은 진월IC 진출입로 공사와 한전 송전탑 지중화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가 추진하는 진월IC 공사로 기존 농로가 차단되자, 이를 대체할 임시 도로가 수변공원 바로 옆 산책로 예정지에 조성됐다. 현재 이 길은 송전탑 지중화 공사를 위한 한전 차량의 우회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공원 조성 공사는 지난해 12월 기준 대부분 마무리됐다. 다만 우회도로 역할을 하고 있는 콘크리트 포장 구간을 철거한 뒤 흙길·수목 식재 등을 통해 산책로로 정비하는 최종 공정은 진월IC 공사와 송전탑 이설이 끝난 뒤에야 착수할 수 있다. 예초·수질 정비 등도 이 공정과 연계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남구는 설명했다.

남구 관계자는 "수변공원 조성 공사 자체는 완료됐지만 공원 내 일부 구간이 공사 차량 통행로로 쓰이면서 계획된 마무리 정비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식 개장은 아니지만 임시 이용은 가능한 상태다. 다만 한전 공사 차량이 수시로 통행하기 때문에 안전 안내문을 설치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3월께 수변공원을 정식 개장할 계획이다"며 "내년부터는 관리 예산을 확보해 예초와 수질 정비를 병행하고, 주민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공원 이용 환경을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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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불덩이가···" 광양 산불에 뜬눈으로 지새운 밤
22일 오전 광양 옥곡면사무소에 마련된 산불 대피소에 주민들이 모여있다.
"커다란 불덩이가 짚 앞마당에 떨어지더니 순식간에 잔디가 다 타버렸어. 얼마나 놀랐던지… 하마터면 통나무로 된 우리 집도 잿더미가 될 뻔했다니까."국가소방동원령까지 발령됐던 광양 산불은 이틀 만에 완전히 진화됐지만, 화마가 스치고 지나간 마을에는 당시의 긴박함이 여전히 짙게 남아 있었다.22일 오전 광양 옥곡면사무소에 마련된 산불 대피소의 모습.22일 오후 찾은 광양시 옥곡면 점터마을. 전날 거센 불길이 휩쓸고 간 마을 산자락 곳곳은 타다 남은 나무와 검게 그을린 재로 뒤덮여 있었다. 붉게 치솟던 불길은 사라졌지만, 매캐한 연기 냄새는 아직도 마을 골목과 집 안 곳곳에 배어 있었다.산불이 시작된 지점 바로 앞에 살던 주민 A씨는 대피소에서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밤을 보낸 뒤, 대피 명령이 해제되자마자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주택은 큰 피해를 면했지만, 정성껏 가꿔오던 밤 산과 고사리밭은 흔적도 없이 타버렸다.A씨는 "불난 산이 집 바로 코앞이라 조금만 더 바람이 불었으면 집까지 홀라당 탈 뻔했다"며 "눈앞에서 그렇게 큰불을 보니 손이 벌벌 떨리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집이 계속 마음에 걸려 대피소에서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대피 명령이 해제되자마자 돌아와 보니 집 안 가득 연기가 차 있어 빼내느라 애를 먹었다"며 "사람이 다치지 않은 건 그나마 다행이지만, 생계 수단이던 고사리밭과 밤 산이 모두 타버려 앞으로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앞서 이날 오전 옥곡면사무소 대피소에는 하룻밤을 불안 속에서 떨어야 했던 마을 주민들이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었다. '여성 침구실'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은 노란 천막 앞에는 대한적십자사의 응급구호세트 박스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고, 봉사자들은 주민들을 살피며 식사를 챙기는 데 분주했다.22일 광양시 옥곡면 한 야산에서 전날부터 이어진 불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주민들은 대부분 연기와 불길 속에서 경황없이 집을 뛰쳐나오느라 옷가지나 생필품은 물론, 평소 복용하던 약조차 챙기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주민 김인옥(65)씨는 "평소처럼 운동을 하려고 밖에 나왔는데, 마을이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며 "잠시 뒤 하늘에서 불덩이가 떨어져 집 앞마당 잔디가 순식간에 다 탔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불이 이렇게 무서운 건지 그때 처음 알았다"며 "그 상황을 말로 옮기기도 어려울 만큼 정신이 없었다. 옆집 할머니도 울고, 나도 울고… 밤새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날이 밝자마자 집에 있던 강아지를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박정희(77)씨도 "집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아들이 '산불이 났다'고 전화해 놀라 뛰쳐나왔다. 불덩이가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 옮겨붙는 모습을 보는데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며 "전등도 끄지 못하고, 매일 먹는 약도 챙기지 못한 채 나왔다. 걱정이 계속돼 몸까지 안 좋아진 상태로 밤을 보냈다"고 하소연했다.22일 오전 광양시 옥곡면 한 야산에 불이 나 한때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된 가운데, 현장통합지휘본부가 꾸려진 옥곡중학교 운동장에서 관계당국이 산불 진화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대피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건너편 마을 주민들도 안절부절못하긴 마찬가지였다.이웃들을 돕기 위해 봉사에 나선 광양동부농협 농가주부모임 회원 정현순(62)씨는 "골짜기 하나 차이로 우리 집까지 불이 번지지 않았다"며 "이장들이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대피를 알리던 긴박한 장면이 아직도 또렷하다"고 말했다. 정씨는 "회오리바람이 불지 않아 면 전체로 피해가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불 냄새와 연기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상황은 우리 마을도 마찬가지였다"며 "옥곡면 사람들은 서로 다 아는 가족 같은 사이다. 내 집이 불탄 것처럼 마음이 쓰여 새벽 5시30분부터 봉사나왔다"고 말했다.22일 오후 광양시 옥곡면 점터마을 한 주민이 전날 발생한 불로 모두 타버린 집 앞 산을 가리키고 있다.이번 산불로 옥곡면과 진상면 일대 5개 마을 주민 601명이 면사무소와 마을회관, 경모정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산불은 전날 오후 3시2분께 광양시 옥곡면의 한 주택에서 발생한 불이 강풍을 타고 인근 야산으로 번지면서 확산됐다. 당국은 헬기 48대와 장비 421대, 인력 4천300여명을 투입해 밤샘 진화 작업을 벌인 끝에 18시간 59분 만인 이날 오전 10시30분 진화율 100%를 선언했다. 불에 탄 산림 면적은 48㏊로 추정되며, 이는 축구장(0.714㏊) 약 67개에 달하는 규모다.주불 진화 이후 당국은 잔불 정리와 뒷불 감시 체제로 전환하고, 산불조사감식반을 투입해 정확한 발생 원인과 피해 면적, 재산 피해 규모를 조사할 방침이다.김영록 전남지사는 "강풍과 야간 산불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산림청 소속 특수진화대를 비롯한 민관군의 공조와 총력 대응 덕분에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었던 상황을 빠른 시간 안에 진화할 수 있었다"며 "갑작스러운 산불로 큰 불편과 불안을 겪은 주민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광양=이승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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