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대기실 꽉 찼다"···광주·전남도 독감 등 호흡기 환자 급증

입력 2025.11.10. 18:14 박소영 기자
진료 전부터 차량 행렬, '오픈런' 1천명 대기
전국 독감 의심환자 전주 대비 67.6%↑
광주 의심환자 3주새 12명→61명 증가
10일 오전 광주 서구의 한 아동병원 대기실이 감기·독감 등 호흡기질환 의심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은 보호자와 아이들이 진료 순서를 기다리며 대기실을 가득 메운 모습

"병원 오는 게 더 걱정돼요. 애가 열이 나서 왔는데, 아픈 환자들이 많다보니 병원에 와서 더 옮을까 봐 겁나네요."

10일 오전 8시50분께 광주 서구의 한 아동병원 앞. 진료 시작을 앞둔 시간이었지만 병원 진입로는 차량으로 가득했다. 주차타워로 진입하려는 차들이 한 대씩 빠질 때마다 새로운 차량이 이어졌다. 아이를 안은 부모들이 급히 내리며 병원 내부로 뛰어들었고, 진료가 시작되기도 전이었지만 병원은 이른 아침부터 부모들의 '오픈런'으로 가득찼다.

5살 아이의 아버지 이모(34)씨는 오전 6시부터 대기표를 받으러 나왔다. 이씨는 "대기표 발부는 오전 7시부터 시작인데 1시간 일찍 와서 6번을 받았다. 육아휴직 중이라 가능했지만, 직장 다니는 부모들은 쉽지 않았을 거다"며 "날씨가 아침엔 추웠다가 낮에는 또 따뜻한 날이 반복되다 보니 아이가 외투를 잘 입지 않으려 해 감기에 걸린 것 같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이 병원은 오전 9시 진료가 시작된다. 이미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발부된 대기표는 56번까지로, 진료 시작 10분도 채 안 돼 대기 순번은 1천번대를 넘어섰다. 주말 야간을 제외하곤 평일 늦은 저녁까지 진료가 이어지는 곳이지만, 갑작스러운 한파와 함께 감기·독감 등 호흡기질환 의심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것이 병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기실 안은 기침과 울음소리가 뒤섞였다. 보호자들은 손으로 아이의 열을 재거나, 마스크를 벗으려는 아이에게 다시 씌워주기를 반복했다.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대기실 끝에서 끝까지 안고 걷는 보호자도 있었다. 북적이는 공간 속에서 한숨과 걱정이 교차했다.

손수건으로 아이의 땀을 닦아주던 김모(40)씨는 "초등학교에서 단체활동을 하고 돌아온 뒤부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며 "요즘 유행이 심하다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미리 예방접종을 시킬 걸 그랬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44주차(10월26일~11월1일) 의원급 의료기관 외래환자 1천명당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는 22.8명으로, 전주(13.6명)보다 67.6%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9명)에 비해 5배 이상 많은 수치다. 병원급 입원환자 수도 43주차(10월19일~25일) 98명에서 44주차 175명으로 늘었다. 질병청은 이번 절기의 독감이 예년보다 두 달 빠르게 시작됐으며, 최근 10년 중 가장 큰 규모의 유행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광주보건환경연구원 감시 결과, 지역 협력병원에서 독감 '의심 환자'는 41주차(10월5일~11일) 12명, 42주차(10월12일~18일) 52명, 46주차 56명으로 늘었고 44주차에는 61명이 검사를 받았다. 같은 기간 '독감(인플루엔자) 검출 건수'는 41주 1건, 42주 3건, 43주 0건, 44주 6건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건)보다 5건 증가한 수치다. 전남보건환경연구원 감시 결과, 44주차 인플루엔자 검출 건수는 12건으로 약 10주 만에 처음 확인됐다.

질병관리청은 "올해는 예년보다 유행 시기가 두 달 앞서고 정점 규모 또한 높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유행이 짧은 기간 내 끝나지 않고 올겨울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소아·청소년에서 시작된 감염이 성인층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고위험군은 지금이 예방접종 적기"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사업을 추진 중이다. 생후 6개월에서 13세 이하 어린이, 임신부, 65세 이상 고령층은 전국 지정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서 내년 4월30일까지 무료로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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