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쌓이고 곳곳 파여···맨발산책로 관리는 뒷전인 광주

입력 2025.10.16. 17:24 강주비 기자
어싱 열풍에 광주 맨발길 100여 곳 조성
푸른길·농성공원 등 낙엽·돌부리…관리 부실
사업비 한곳당 1억 "관리 강화 혈세낭비 막아야"
광주 남구 푸른길공원에 조성된 맨발산책로의 모습. 강주비 기자
13일 오전 찾은 광주 남구 푸른길공원 맨발산책로에 낙엽이 쌓여있다. 강주비 기자

광주 지자체가 '맨발걷기 유행'에 발맞춰 앞다퉈 조성했던 맨발산책로(맨발길)가 시민들의 이용이 시들해지자 관리 부실로 이어지는 등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걷기 좋은 가을철을 맞아 시민들의 이용 수요가 다시 높아질 것으로 보이면서 환경 점검과 유지관리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광주시와 5개 자치구에 따르면 현재 광주 지역에는 ▲동구 5개소 ▲서구 32개소 ▲남구 10개소 ▲북구 13개소 ▲광산구 38개소 등 총 98개소의 맨발길이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광산구는 올해 준공을 목표로 평동 옥동1근린공원과 인근 녹지에 2개소를 추가로 조성 중이며, 남구도 빛고을노인건강타운, 효천근린공원 등에 신규 맨발길 5개소를 조성하고 있다. 광주시는 내년 5·18기념공원 무각사 부근에 맨발길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혈액순환과 피로회복에 좋다는 입소문으로 2023년께부터 전국적으로 맨발 걷기 열풍이 불자, 지자체들도 '힐링 명소' 조성을 내세워 경쟁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조성만 잇따랐을 뿐, 사후관리는 뒷전으로 밀리면서 이용객이 거의 없는 곳도 많다.

16일 오전 찾은 광주 남구 푸른길공원 맨발산책로 곳곳이 파인 채 방치돼 있다. 강주비 기자

이날 오전 찾은 남구 푸른길공원 맨발길 일부 구간은 낙엽이 겹겹이 쌓이고 토사가 유실돼 바닥의 돌부리들이 드러나 있었다. 눈에 잘 띄지 않아 맨발로 걷다 발을 다칠 위험도 커 보였다. 일부 구간은 누군가 임의로 물을 부어 '진흙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공식적으로 조성된 구간이 아닌 탓에 물웅덩이가 생겨 있었다.

푸른길을 산책하던 심창현(52)씨는 "맨발길이 처음 만들어졌을 땐 몇 번 이용했지만, 나뭇잎이나 자갈이 그대로 밟혀 불편하다"며 "지금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구 홈페이지 '구청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에는 "푸른길 맨발길이 앙질의 흙을 넉넉히 깔지 않아 바닥이 거칠고 알갱이가 커 발바닥이 아프다"는 내용의 민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16일 오전 찾은 광주 서구 농성어린이공원 맨발산책로가 사람의 발길이 오래 닿지 않은 듯 잡초가 나 있다. 강주비 기자

서구 농성어린이공원 맨발길도 사정은 비슷했다. 흙이 굳어 모래알이 얹힌 바닥은 맨발로 걷기 힘들 정도로 딱딱해 보였다. 길이는 100m도 채 되지 않고 폭도 좁아 성인 한 명이 겨우 걸을 수 있었다. 곳곳이 잡초와 이끼가 무성해 실제 오랜기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듯했다.

13일 오전 찾은 광주 서구 농성어린이공원 맨발산책로가 메말라 있다. 곳곳에 작은 모래알과 은행열매가 떨어져 있어 맨발로 걷기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강주비 기자

이 공원을 자주 휴식을 취한다는 주민 오순회(68)씨는 "흙이 너무 거칠고 은행열매까지 떨어져 밟을 수가 없다"며 "맨발길을 걷는 사람이 없으니 세족장도 손 씻는 용도로 쓴다"고 말했다.

앞으로 맨발 걷기 유행이 사그라들어 이용객이 더 줄면 관리 부실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맨발길 한 곳을 조성하는 데 7천만~1억여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유지관리 부재는 곧 '혈세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광주 각 자치구는 맨발걷기 활성화 관련 조례를 제정했지만, 유지보수나 점검 주기 등 관리 기준은 빠져 있다. 이 때문에 담당 직원이 비정기적으로 현장 점검을 나가거나, 평소 맨발길을 애용하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낙엽을 치우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는 시민들의 관심이 높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용률이 떨어지고 관리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해 점검이 미흡한 실정"이라며 "가을철 이용객이 늘어나는 만큼 낙엽제거와 바닥 보수 등 정기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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