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사태 여파로 11년 이어오던 캄보디아 광주진료소 해외봉사도 취소

입력 2025.10.16. 16:07 강주비 기자
아시아희망나무 23일 출국 예정…여행금지 발령에 취소
"캄보디아 잘못 아냐…교류 위축·혐오·불신 확산 안돼"
경기·인천·수원 등 전국 지자체 파견도 취소 사례 잇따라
지난 2023년 아시아희망나무 해외봉사단이 캄보디아 캄퐁스퓨주 광주진료소에 도착하자 인근 마을 주민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 사태의 여파로 광주 지역 의료봉사단체의 정기 해외 활동에도 제동이 걸렸다.

16일 사단법인 아시아희망나무에 따르면 오는 23일 예정됐던 캄보디아 광주진료소 봉사 일정이 취소됐다. 서정성 아시아희망나무 이사장을 비롯한 의료진 5명은 4박5일 동안 캄보디아 캄퐁스페우 광주진료소를 방문해 주민 진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캄보디아 여행경보 발령지역 지도. 외교부 제공

그러나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취업 사기, 납치·감금 등 범죄가 잇따르며 사망자까지 발생하자 외교부는 이날 0시를 기해 일부 지역에 대해 여행경보 4단계 '여행금지'를 발령했다. 여행금지 지역을 허가 없이 방문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사)아시아희망나무는 전날까지 봉사 강행 여부를 논의했으나, 여행금지 조치가 내려지자 결국 취소를 결정했다. 광주진료소가 위치한 캄퐁스페우는 2단계 '여행자제' 지역으로 방문이 금지된 곳은 아니지만, 의료진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판단이다.

아시아희망나무는 2008년 희망나무로 출발해 2014년 캄보디아에 광주진료소를 개소하며 본격적인 해외 의료봉사를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출국이 어려웠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11년째 두 달에 한 번씩 광주진료소를 방문해, 내과·안과·소아과·치과 등 통합 진료와 재능기부 및 문화·생활 프로그램을 병행해 왔다.

서 이사장은 "캄퐁스페우는 우리가 11년째 드나들며 깊이 인연을 쌓은 마을"이라며 "수년 전부터 중국 자본이 대거 들어오더니 분위기가 달라졌다.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가 늘었다는 이야기를 현지에서 자주 듣는다. 캄보디아 정부가 국가를 위해서라도 이런 범죄를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캄퐁스페우는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긴 하나, 정부 권고를 어기며 논쟁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봉사단의 안전을 우선한 조치"라고 말했다.

의료 공백 우려에 대해서는 "캄보디아 광주진료소에 현지 의사와 직원이 있고, 의약품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진료 차질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되면 12월 예정된 봉사도 취소되는 것은 물론 교류 활동 전반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건은 일부 범죄자들의 일이지 캄보디아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가 전체에 대한 혐오나 불신으로 번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희망나무 서정성 이사장(왼쪽)과 의료진이 지난 2023년 캄보디아 캄퐁스퓨주 광주진료소에서 안과진료를 하고 있다. 뉴시스

현재까지 광주·전남 지역에서 (사)아시아희망나무 외에 캄보디아 사태로 봉사활동이 취소되거나 연기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전국적으로는 봉사활동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11일 경기청년 기후특사단 34명을 여행경보 1단계 지역인 캄보디아 시엠립과 캄퐁스페우에 파견했지만, 최근 조기 귀국 조치를 내렸다. 수원시는 자매결연 도시인 시엠립주로 30일 파견 예정이던 봉사단 일정을 취소했으며, 인천시는 지난달 29일부터 진행하던 '2025 인천 청년 글로벌 의료봉사단' 모집을 중단했다. 충북 제천시 새마을회 역시 매년 11월 진행하던 캄보디아 봉사활동을 취소했고, 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도 내년 2월로 계획했던 캄보디아 해외봉사단 파견을 잠정 보류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는 캄보디아 광주진료소 운영을 위해 일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을 뿐, 봉사단체의 활동에는 직접 관여하거나 연계하지 않는다"며 "현재 시가 관할하는 단체 중 캄보디아 방문을 추진 중인 곳은 없다"고 말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도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확인한 결과 캄보디아 파견 계획이 없다"며 "비영리단체나 민간 봉사단체 등에서도 현지 방문을 검토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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