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지·돌봄 서비스, 의료비 절감·자립 의욕 회복
"취미 생기고 우울증약 끊어" 존엄한 삶위한 통합돌봄 모델

"병원에서는 무기력하기만 했는데, 집이 생기니 다시 뭘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 14일 광주 광산구 우산빛여울채아파트 '중간집'에서 만난 이대성(47)씨는 이렇게 말했다. 2년8개월간 요양병원에 머물던 그는 지난 8월 광산구의 '살던집 주거인프라 지원사업'을 통해 독립생활을 시작했다.
중간집이란 공공임대아파트 공실을 활용한 회복 및 자립 준비 공간이다. 신장 장애가 있는 이씨는 중간집에 입주한 이후 주 3회 투석을 받으면서도 운동과 등산을 즐기게 됐다.

이씨는 "병원에 있을 땐 잠깐의 외출조차 허락이 필요했는데, 지금은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나가고 들어온다. 개인 공간이 있다는 게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씨는 전세 사기와 모친의 갑작스러운 죽음, 사업 실패 등 여러 악재가 잇따라 겹쳐 삶을 포기하려고 했다. 의식 없이 실려 간 병원에서 몇 달을 보냈고, 시력을 잃었던 시절도 있었다.
이씨는 "병원에서 무기력하게 누워있는데 광산구에서 '나올 수 있는 길이 있다'며 분기마다 세 번, 네 번씩 찾아왔다. 처음에는 '내가 나갈 수 있을까' 두려움이 컸는데 덕분에 의욕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 규칙적인 삶을 살고 있다. 주 2회 반찬과 생필품 제공, 관리비 지원 등 덕분에 생활비 부담도 줄었다. 이씨는 "옛날엔 식사든 운동이든 '못 하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할 수 있겠다'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같은 단지의 또 다른 중간집에서 만난 박상록(63)씨의 삶도 달라졌다.
박씨는 뇌경색으로 인한 우측 편마비로 8년 동안 요양병원에서 지냈다.
박씨는 "여럿이 한 병실을 쓰니 불편한 게 많았다. 그래도 갈 데가 없으니 그냥 눌러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아내와 이혼하고, 아들은 경기도에서 일해 돌봄이 필요한 박씨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평생 모은 돈을 병원비로 다 써가며 버텼다.
그러던 그는 지난 7월 광산구의 중간집에 입주했다. 단 3개월여 만에 박씨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파크골프라는 새로운 취미도 생기고, 우울증약도 끊게 됐다.
박씨는 "요양병원에서는 재활실 외엔 휠체어 사용이 제한됐지만, 지금은 자유롭게 운동하고 지역 모임에도 참여한다"며 "여긴 나가고 싶으면 나갈 수 있다. 주말이면 전동휠체어로 첨단체육공원까지 나가 파크골프를 치는 게 삶의 낙"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요양보호사와 함께하는 일상 돌봄, 송광종합복지관의 주 1회 방문 서비스 덕분에 생활 불편도 거의 없다.
의료비도 크게 줄어 경제적 부담도 덜었다. 병원 입원 시절 월 100만원이던 지출이 지금은 통원치료비·교통비를 포함해 수만원 수준에 그친다.

박씨는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이런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살던집 프로젝트'는 광산구가 추진 중인 전국 최초의 주거기반 통합돌봄 모델이다.
노후 공공임대단지의 공실을 리모델링해 중간집(30호 규모)으로 운영하며, 장기입원자나 사회적 입원 환자가 퇴원 뒤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송광종합사회복지관과 광주의료사협, 재가돌봄기관 등이 협력해 식사·간호·이동·심리상담 서비스를 연계한다. 입주자는 건강 상태에 따라 6개월에서 최대 1년 거주할 수 있으며, 이후 계약 연장도 가능하다. 현재 11호가 입주 완료했다.
사업의 가장 큰 성과는 '시설 중심 돌봄에서 주거 중심 돌봄으로의 전환'이다.
광산구는 장기입원자의 퇴원을 통해 월평균 의료급여비를 330만원에서 68만원으로 낮췄다. 78%의 재정 절감 효과다. 요양병원 장기입원 감소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돌봄 일자리와 주거 안전망도 확대됐다. 우산빛여울채 단지 내 케어홈센터에서는 간호·운동·안부 확인 등 120가구에 대한 맞춤형 돌봄이 상시 이뤄지고 있다.
광산구 관계자는 "살던집은 단순한 주거지원이 아니라 지역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통합돌봄 모델"이라며 "입주자들의 자립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복지관·의료기관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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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길 5중 추돌 발생"...도심 폭설 대응력 점검
14일 오후 3시30분께 광산구 무진로~월전동 간 도로에서 광주시, 광산소방서 등 10개 기관이 '2025 겨울철 폭설대응 유관기관 합동훈련'을 진행했다. 사진은 소방관들이 중상자 역할을 한 참여자를 들것에 옮기고 있는 모습.
"갑작스런 폭설로 빙판길이 된 도로에서 5중 추돌사고가 발생합니다. 중상자 1명, 경상자 1명."14일 오후 3시30분께 광산구 무진로~월전동 간 도로. 도로 한복판에 멈춰 선 차량 다섯 대 사이로 흰 연기가 천천히 피어올랐다. 엔진 파손으로 새어 나온 연기가 공기 중에 번지자 순찰차가 경광등을 켜고 진입했고, 뒤이어 구조 장비를 실은 소방 차량이 접근했다. 눈 한 점 오지 않는 11월이지만 '폭설로 인한 5중 추돌사고 발생' 상황이 재현됐다.광주시는 이날 '2025 겨울철 폭설대응 유관기관 합동훈련'을 진행했다. 고광완 행정부시장을 비롯해 김준영 시민안전실장, 정태정 자연재난과장, 김동노 광주시자율방재단연합회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광산경찰서·광산소방서·5개 자치구·종합건설본부·한국공항공사·제2순환도로 등 10개 기관 80여 명이 참여해 사고 발생부터 구조, 견인, 제설, 이면도로 대응까지 전 과정을 점검했다."30cm 이상의 폭설로 도로가 빙판이 되고, 차량 다섯 대가 연쇄 추돌해 1km 정체가 발생했다"라는 상황 개시가 선포되자 재난상황실은 곧바로 '대설경보 발령' 보고를 받고 비상 2단계를 가동했다. 우회 안내 문자 전송, 제설차 투입 준비, 기관 간 상황 공유 등 실제 대응 절차와 동일하게 진행됐다.14일 진행 된 2025 겨울철 폭설대응 유관기관 합동훈련차량 다섯 대가 연쇄 추돌한 상황이 주어지자 가장 먼저 광산경찰서 교통순찰반이 현장에 도착해 제설제를 뿌리고 있다.첫 대응 기관인 광산경찰서 교통순찰반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순찰차는 도로를 가로막고 접근 차량을 통제했으며, 경찰관들은 트렁크에서 꺼낸 소포장 제설제를 사고 주변 노면에 뿌렸다. 기습 강설 시 경찰이 실제 사용하는 장비다.뒤이어 광산소방서 구조·구급대가 연기 사이로 진입했다. 구조대는 조수석 문이 열리지 않는 상황을 가정해 유압장비를 사용해 문을 절단했고, 중상자 1명을 들것에 싣고 구급차로 이송했다. 경상자 1명도 부축을 받아 후속 조치에 들어갔다. 구조·이송까지의 절차는 실제 사고 대응 동선을 그대로 따랐다.14일 진행된 '2025 겨울철 폭설대응 유관기관 합동훈련'에서 대형 제설차 진입이 어려운 주택가 골목을 대응하기 위해 자율방재단이 제설 훈련을 진행 중이다.사고 조치가 마무리되자 동구·서구 견인차량이 차례로 투입됐다. "첫 번째 차량 이동합니다." 무전 지시에 맞춰 파손 차량 두 대가 도로 밖으로 옮겨졌다. 뒤이어 거대한 제설차량 10대가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종합건설본부 2대, 5개 자치구 차량, 제2순환도로 2대, 한국공항공사 1대 등 1톤부터 15톤까지 다양한 규모의 차량이 줄지어 도로를 통과했다. 제설차 앞쪽 살포 장치에서 습염식 제설제(염수·염화칼슘·고체 제설제 혼합)가 양옆으로 흩뿌려졌고, 노면엔 염수 특유의 냄새가 퍼졌다.이어 자율방재단의 이면도로 대응이 진행됐다. 블로워·브러시·넉가래·개인용 살포기가 등장해 좁은 골목길을 정리하는 시연이 펼쳐졌다. 자율방재단 관계자는 "대형 제설차 진입이 어려운 주택가 골목은 적설 시 민원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지역"이라며 "마을제설반의 빠른 투입이 전체 제설 속도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14일 오후 3시30분께 광산구 무진로~월전동 간 도로에서 광주시, 광산소방서 등 10개 기관이 '2025 겨울철 폭설대응 유관기관 합동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에는 고광완 행정부시장을 비롯해 김준영 시민안전실장, 정태정 자연재난과장, 김동노 광주시자율방재단연합회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정태정 광주시 자연재난과장은 "기습 폭설은 예측이 어려워 초기 대응이 늦으면 연쇄 사고로 번질 위험이 크다"며 "과거 10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는데, 관할이 다른 구간이라 대응 공백이 생겼다. 이런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상시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데 이번 훈련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광주시는 오는 11월 15일부터 내년 3월 15일까지를 겨울철 자연재난 대책기간으로 설정하고 제설차량 GPS 관리, 재난문자 발송 시점, 결빙 취약지 우선 대응 순위 등을 재정비해 올겨울 도심 대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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