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인들 매년 열던 추석 광주 행사 취소

입력 2025.10.15. 19:00 박승환 기자
고국서 한국인 납치·감금 사태 여파
당초 축소 진행 계획서 없던일로
"범죄 피해 사망 한국 청년들 위로"

캄보디아의 추석' 프춤벤(Pchum Ben)'을 맞아 매년 광주에서 열리던 행사가 올해는 최근 현지에서 이어지고 있는 한국인 납치·감금 사태 여파로 취소됐다.

캄보디아 결혼이민자와 근로자를 비롯해 광주·전남 지역에 거주하는 캄보디아인들은 이번 사태로 이주민들이 위축되고, 매년 열리던 행사가 취소되자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15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0여년 전부터 해마다 광주 광산구에서 캄보디아의 추석 프춤벤을 기념하는 문화행사가 열렸다.

프춤벤은 가족들이 함께 모여 조상에게 음식을 바치며 공양하는 불교식 명절로 과거에는 스님들이 우기 동안 사찰에 머무는 '안거' 기간인 음력 7월부터 10월까지 석 달가량 진행됐으나 현재는 음력 8월 16일부터 30일까지 15일간만 열리고 있다. 마지막 날인 8월 30일에는 가장 큰 행사가 치러진다.

캄보디아를 떠나 타국에 있는 캄보디아인들도 이 시기에는 한 곳에 모여 불교 의식 등 고향 문화를 기리곤 한다.

광주에서도 매년 광주·전남 캄보디아공동체가 주한캄보디아대사관과 함께 프춤벤 기간 중 하루를 선정해 캄보디아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광산구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에는 캄보디아 이주민 500~700명이 모인다. 주한캄보디아 대사도 참석한다.

올해도 음력 8월 28일에 해당하는 오는 19일 광산구 옥동2공원에서 행사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자국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발생한 납치·감금·살인 등 강력범죄 여파로 취소했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광주·전남지역 캄보디아 실종 신고 건수는 광주 5건(서구 1건·북구 1건·광산구 3건), 전남 3건(광양 2건·여수 1건)에 달한다.

애초 광주·전남 캄보디아공동체는 행사 때 예년처럼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지 않고, 한국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지는 등 행사를 축소해 진행하는 것으로 계획하기도 했지만 논의 끝에 올해는 행사 자체를 취소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2년 전 한국으로 온 유학생 소린씨는 "한 번씩 모일 때마다 가족처럼 마음을 나누며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못하게 돼 안타깝다"며 "이번 일로 한국인들이 캄보디아를 위험한 나라라고 인식하게 된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광주·전남 캄보디아공동체 관계자는 "광주·전남지역에 거주하는 캄보디아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의미있는 행사인 만큼 진행하려고 했으나 국가적 관심이 쏠려 있어 취소하게 됐다"며 "이주 생활에 어려운 점은 없는지 소통하는 등 먼 타국에서 건너온 같은 동포들과 프춤벤을 함께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캄보디아에서 범죄 피해로 사망한 한국 청년들과 그 유가족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감금된 한국 청년들도 하루 빨리 안전하게 돌아오길 바란다"며 "캄보디아가 범죄소굴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 안타깝다. 캄보디아 정부에서 범죄조직을 강하게 잡고 처벌해야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광주·전남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캄보디아인은 광주 1천421명, 전남 3천219명으로 집계됐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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