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들인 광주 '한강 북카페' 부지···1년째 방치 중

입력 2025.10.14. 18:43 차솔빈 기자
주민 주차장으로 사용돼
현재까지 활용 계획 無
성급히 추진하다 역효과
13일 광주 북구 중흥동 한강북카페 부지, 벽에 걸린 현수막만이 이곳이 사업 부지였음을 알렸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추진된 골목길 문화사랑방, 일명 '한강 북카페 사업'이 중단되면서 4억8천만원을 들인 부지가 1년째 방치되고 있다.

특히 2차 추가 경정 예산안이 통과될 것인지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부지가 전혀 관리되지 않고 사실상 버려진 상태가 이어지면서 전형적인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전띠가 둘둘 감긴 채 방치돼 있는 '소년이 오다' 조형물

지난 13일 무등일보 취재진이 방문한 광주 북구 중흥동 599-20번지 일원은 언뜻 보기에 일반 공영 주차장을 보는 듯했다. 공터에는 잡초가 우거져 있었고, 인근 주민들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벽에 걸려 있는 한강 작가 소개 현수막이 아니었다면 이곳이 관련된 부지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안전띠에 둘둘 감긴 채 방치돼 있는 '2025. 12 소년이 오다' 조형물만이 이곳이 한강 북카페를 위한 부지였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당초 목표였던 한강 작가의 전 생가 자리

148㎡ 에 달하는 해당 부지는 지난해 11월 광주시가 시비 4억8천만원을 들여 매입했다. 초기에는 길 건너편에 위치한 한강 작가의 전 생가 건물을 매입하려 했지만 소유주와의 협의 문제로 무산됐고 예비비를 투입해 인근 대체부지를 매입한 것이다.

시는 이곳에 지상 4층 규모의 '골목길 문화사랑방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북카페를 조성하고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과 광주 문학을 기념하는 관광명소를 만들 계획이었다.

시는 지난 5월 착공 후 오는 12월까지 개관할 예정을 목표로 했으나, 한강 작가의 반대 의사 표명과 시의회의 예산 삭감이라는 벽에 부딪히며 발이 묶였다. 시가 예산 10억5천만원을 추가경정예산안에 포함해 광주시의회에 제출했지만 사업효과와 독창성 면에서 지적받으면서 전액 삭감된 것이다.

지난 6월26일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서 이명노 시의원은 "전국 지자체가 천편일률적으로 '한강의 도시' 이미지를 소비하는데 급급하다"며 "광주시는 이보다 더 깊은 고민,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골목길 문화사랑방 조성사업은 전면 중단됐고, 그 뒤로 부지는 수개월째 방치되고 있다. 지난 7월까지는 인문학 산책길 사업과 연계된 

지난 7월까지 아트컨테이너가 설치돼 각종 영상을 송출했으나, 현재는 그마저도 철거된 상태다.

'아트 컨테이너'를 배치해 노벨문학상 기념 영상, 동호의 편지, 한강 작가 소개 등 영상을 송출하고 부지 바닥에도 매트를 깔아 관리했지만 현재는 이마저도 하지 않고 있다.

시는 현재까지도 해당 부지에 대한 명확한 활용안을 세우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인근 주민들 역시 해당 부지의 사용처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13일 광주 북구 중흥동 한강북카페 부지, 공터처럼 방치돼 차량들이 주차돼 있었다.

오세영(71)씨는 "작년부터 뭔가를 하긴 했는데, 시설도 금방 철거되고 이후로는 공터가 돼 사람들이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벽에 현수막 때문에 한강 작가 관련된 무언가가 아닐까 하고 짐작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특색 없이 선점효과만 노리다 큰 코 다친 격'이라고 꼬집었다.

조선익 참여자치21 공동대표는 "천편일률적인 기념시설이 특색이 부족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선점을 위해 성급히 사업을 추진한 결과"라며 "충분히 공을 들이고 인근 지자체들과 역할을 분담해 추진했다면 오히려 사업적 성과가 충분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골목길 문화사랑방 조성사업의 예산이 삭감되면서 다음 추경예산이 편성되기 전까지는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상태"라면서 "인문학 산책길 사업과 연계해 산책길 코스에 편입시키는 등 대안을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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