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방제 5차례에도 ‘속수무책’
2만평 중 90% 감염…생계 막막
“하루 빨리 조사해야 보상 가능”
병에 강한 종자 보급이 근본 대책

"벼농사 지은 지 20년인데 이런 피해는 처음입니다."
벼깨씨무늬병이 전남을 덮쳤다. 수확철 황금빛으로 물들어야 할 들녘은 온통 흑갈색으로 변했다. 벼도 잎도 쓸만한 것이 거의 남지 않았다. 정부가 뒤늦게 농업재해로 인정했지만 구체적 피해 조사와 보상안은 아직 없다. 벼를 베지도, 기다리지도 못하는 농민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14일 오후 찾은 화순 사평면의 한 벼 농가. 노랗게 익어야 할 논밭 대부분이 어두운 갈색빛을 띠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벼잎과 줄기는 검은깨를 뿌린 듯 흑갈색 반점으로 뒤덮여 있었고, 일부는 썩어 회색으로 변해 있었다. 벼알은 텅 비거나 얼룩진 채 말라 있었다.
논 앞에 쭈그려 앉은 강기원(60)씨는 시든 벼잎을 쓰다듬으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자식같이 키운 벼가 다 병들어 고사 직전이니 속이 상하죠. 지금 벼를 베어봤자 수확량은 10%도 안 될 겁니다. 그나마 푸릇한 벼들도 일주일이면 병균이 다 퍼져 똑같이 썩을 거예요."

강씨의 '자식 같은 벼'들이 얼룩투성이가 된 건 벼깨씨무늬병 때문이다. 잎과 줄기, 벼알에 깨씨 같은 흑갈색 반점이 생겨 알이 제대로 영글지 못하고 생산량과 품질을 떨어뜨리는 병이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번성하는데,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며 피해가 전례 없이 확산됐다.
강씨는 "병균이 바람과 물을 따라 번지는데, 앞으로도 비 예보가 계속 있어 더 퍼질까 걱정된다"고 했다.
벼깨씨무늬병은 지난 8월 말부터 본격 확산했다. 강씨는 "보통 병이 돌아도 논의 5% 정도만 피해를 봤는데 이번엔 한 달 새 논 전체가 감염됐다"고 말했다. 그가 일구는 2만평 논 가운데 90%가 이미 감염된 상태다.

강씨는 "농협에서 드론으로 다섯 차례나 방제했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약도 없는 '불치병'이라 막막하다"며 "사평면 주민 2천500명 대부분이 벼농사로 생계를 꾸리는데 거의 모두 피해를 봤다. 서로 어떤 심정인지 너무 잘 알아 위로의 말조차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씨는 지난 3일 결국 논 600평을 갈아엎었다. 정부의 대책이 나오지 않자 절박함을 알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같은 날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과 (사)전국쌀생산자협회 광주전남본부 회원 30여명도 벼깨씨무늬병 전수조사와 농업재해 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씨는 "정부가 아무 대책을 안 내놓으니, 농민들이 직접 논을 갈아엎으며 항의한 거다. 이 벼를 수확해 1년을 먹고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정부가 이날 벼깨씨무늬병을 농업재해로 공식 인정하고 피해 벼 전량을 매입하기로 했지만, 농민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병이 번지는데 피해조사가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강씨는 "늦어도 일주일 안에는 벼를 베야 멀쩡한 것이라도 건질 수 있다. 벼를 다 베고 나서 조사하러 온다면 피해 규모를 어떻게 입증하겠나"라며 "정부 조사가 오래 걸릴 것 같으면 마을 이장단을 통해서라도 하루빨리 조사를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농민들은 근본적인 대응책으로 기후 변화에 맞는 종자 개량과 보급을 요구한다. 현재 정부가 수매하는 새청무 품종은 대부분 병에 약하기 때문이다.
강씨는 "정부가 전량 매입해도 수확량이 워낙 줄어 당장 생계가 위태롭다.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계속 이런 피해가 반복되면 버틸 수가 없다"며 "이상고온에도 견디고 병에 강한 종자를 서둘러 개발·보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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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길 5중 추돌 발생"...도심 폭설 대응력 점검
14일 오후 3시30분께 광산구 무진로~월전동 간 도로에서 광주시, 광산소방서 등 10개 기관이 '2025 겨울철 폭설대응 유관기관 합동훈련'을 진행했다. 사진은 소방관들이 중상자 역할을 한 참여자를 들것에 옮기고 있는 모습.
"갑작스런 폭설로 빙판길이 된 도로에서 5중 추돌사고가 발생합니다. 중상자 1명, 경상자 1명."14일 오후 3시30분께 광산구 무진로~월전동 간 도로. 도로 한복판에 멈춰 선 차량 다섯 대 사이로 흰 연기가 천천히 피어올랐다. 엔진 파손으로 새어 나온 연기가 공기 중에 번지자 순찰차가 경광등을 켜고 진입했고, 뒤이어 구조 장비를 실은 소방 차량이 접근했다. 눈 한 점 오지 않는 11월이지만 '폭설로 인한 5중 추돌사고 발생' 상황이 재현됐다.광주시는 이날 '2025 겨울철 폭설대응 유관기관 합동훈련'을 진행했다. 고광완 행정부시장을 비롯해 김준영 시민안전실장, 정태정 자연재난과장, 김동노 광주시자율방재단연합회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광산경찰서·광산소방서·5개 자치구·종합건설본부·한국공항공사·제2순환도로 등 10개 기관 80여 명이 참여해 사고 발생부터 구조, 견인, 제설, 이면도로 대응까지 전 과정을 점검했다."30cm 이상의 폭설로 도로가 빙판이 되고, 차량 다섯 대가 연쇄 추돌해 1km 정체가 발생했다"라는 상황 개시가 선포되자 재난상황실은 곧바로 '대설경보 발령' 보고를 받고 비상 2단계를 가동했다. 우회 안내 문자 전송, 제설차 투입 준비, 기관 간 상황 공유 등 실제 대응 절차와 동일하게 진행됐다.14일 진행 된 2025 겨울철 폭설대응 유관기관 합동훈련차량 다섯 대가 연쇄 추돌한 상황이 주어지자 가장 먼저 광산경찰서 교통순찰반이 현장에 도착해 제설제를 뿌리고 있다.첫 대응 기관인 광산경찰서 교통순찰반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순찰차는 도로를 가로막고 접근 차량을 통제했으며, 경찰관들은 트렁크에서 꺼낸 소포장 제설제를 사고 주변 노면에 뿌렸다. 기습 강설 시 경찰이 실제 사용하는 장비다.뒤이어 광산소방서 구조·구급대가 연기 사이로 진입했다. 구조대는 조수석 문이 열리지 않는 상황을 가정해 유압장비를 사용해 문을 절단했고, 중상자 1명을 들것에 싣고 구급차로 이송했다. 경상자 1명도 부축을 받아 후속 조치에 들어갔다. 구조·이송까지의 절차는 실제 사고 대응 동선을 그대로 따랐다.14일 진행된 '2025 겨울철 폭설대응 유관기관 합동훈련'에서 대형 제설차 진입이 어려운 주택가 골목을 대응하기 위해 자율방재단이 제설 훈련을 진행 중이다.사고 조치가 마무리되자 동구·서구 견인차량이 차례로 투입됐다. "첫 번째 차량 이동합니다." 무전 지시에 맞춰 파손 차량 두 대가 도로 밖으로 옮겨졌다. 뒤이어 거대한 제설차량 10대가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종합건설본부 2대, 5개 자치구 차량, 제2순환도로 2대, 한국공항공사 1대 등 1톤부터 15톤까지 다양한 규모의 차량이 줄지어 도로를 통과했다. 제설차 앞쪽 살포 장치에서 습염식 제설제(염수·염화칼슘·고체 제설제 혼합)가 양옆으로 흩뿌려졌고, 노면엔 염수 특유의 냄새가 퍼졌다.이어 자율방재단의 이면도로 대응이 진행됐다. 블로워·브러시·넉가래·개인용 살포기가 등장해 좁은 골목길을 정리하는 시연이 펼쳐졌다. 자율방재단 관계자는 "대형 제설차 진입이 어려운 주택가 골목은 적설 시 민원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지역"이라며 "마을제설반의 빠른 투입이 전체 제설 속도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14일 오후 3시30분께 광산구 무진로~월전동 간 도로에서 광주시, 광산소방서 등 10개 기관이 '2025 겨울철 폭설대응 유관기관 합동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에는 고광완 행정부시장을 비롯해 김준영 시민안전실장, 정태정 자연재난과장, 김동노 광주시자율방재단연합회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정태정 광주시 자연재난과장은 "기습 폭설은 예측이 어려워 초기 대응이 늦으면 연쇄 사고로 번질 위험이 크다"며 "과거 10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는데, 관할이 다른 구간이라 대응 공백이 생겼다. 이런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상시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데 이번 훈련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광주시는 오는 11월 15일부터 내년 3월 15일까지를 겨울철 자연재난 대책기간으로 설정하고 제설차량 GPS 관리, 재난문자 발송 시점, 결빙 취약지 우선 대응 순위 등을 재정비해 올겨울 도심 대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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