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장립 개량종 ‘프로틴 라이스’ 심겨, 침수 생존하는 내재해성
국내 재배 면적 100ha…내년 2~300ha로 늘리고 상업종 확대 목표

"베트남·태국·인도 등 적도 부근의 아시아에서 주로 재배되는 쌀이 길쭉하고 찰기가 없는 장립형 인디카 쌀이에요. 이 벼의 우리나라 1호 개량종이 지금 키우고 있는 '프로틴 라이스(IPS)'죠."
윤영식(57) 땅끝황토친환경영농법인 대표의 말이다. 그는 전라남도 해남군 현산면에서 인디카 쌀을 개량해 국내에서 재배하고 있다. 아열대화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내산 쌀 자포니카는 밥을 지었을 때 찰기가 강하다. 세포막이 얇아서 낱알 속에 있는 전분이 밖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반면 인디카는 전분 배출이 잘 되지 않아 밥을 지어도 찰기가 없는 '날리는 쌀'이 된다.
윤 대표가 해남 일대에 '인디카 쌀 수출 전문생산단지'를 조성한 건 2022년부터다. 전남도·농어촌공사 등과 함께다. 10㏊에서 시작해 2023년 15㏊, 2024년 21㏊, 올해는 100㏊로 늘었다. 12일 해남군 현산면에서 만난 윤 대표는 "프로틴 라이스는 20일 이상 물에 잠겨도 새싹이 올라오고, 일반 벼보다 비료 흡수 능력도 뛰어나다"면서 "아열대 기후로 변해가는 우리나라의 미래 식량자원으로서 가치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폭염 등 이상기후에 발맞춰 생산 작물의 품종을 다변화하면서 인디카 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전남도로부터 예산과 시장 개척·판로 지원 등도 지원 받았다.
윤 대표는 "마산·산이·계곡·송지면 등 해남 전역에서 재배 중인 인디카 벼는 아밀로스 함량이 높아 밥이 덜 찰지고 식감이 건조하다"며 "주로 볶음밥이나 필라프 등 가공식에 활용되며, 최근 국내 다문화가정 증가로 수요마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벼는 날씨에 민감하다. 아열대 기후에 적응하는 만큼 일조량이 더 많이 필요하고 냉해에는 취약하다. 윤 대표는 "국내에서 5~6월에 기온이 12도까지 내려가는 경우가 있고, 10~11월에는 서리가 내리기도 한다"면서 "여기에 맞춰 품종을 개량했으며 현재는 6월 5일께 파종해 10월 15일정도에 수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2021년부터 세종대와 함께 국내 인디카 개량을 시작하면서 전남도 등과 협업했고, 작황이 좋아 내년에는 200~300ha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품종 개량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이후 침수·염해 등 '비생물학적 스트레스'에 강한 종자 개발을 이어갔다. 윤 대표는 자신이 개발한 'IPS'는 비료(인산) 흡수 능력이 뛰어난 'PUB1' 유전자와 침수 내성을 지닌 'SUB1' 유전자를 결합해 탄생했다고 했다.
특히 인산 흡수 능력은 쌀알 결실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최근엔 AI 시스템을 활용한 지도화 작업 등을 통해 품종 적응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에 매진하는가 하면, 벼 산업의 중앙 종속의 고리를 끊기 위해 힘쓰는 중이다.

이날 논에서 IPS 이삭 몇 개를 세어보니 낱알 수는 적게는 140개, 많게는 150여개에 달했다. 일반 벼가 이삭당 100여 개, 전남 대표 품종 새청무가 140여개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윤 대표는 "초기에는 IPS를 포함해 10여 품종을 시험했는데 지금은 200여 종을 실험용으로 심어 뒀다"며 "그중 상업화가 가능한 건 IPS와 프로자스민(CJ6종) 정도지만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표와 함께 현산면 일대 논을 둘러보니 고현리에는 자포니카 계열의 벼가, 산이면 금송리에는 인디카 개량종인 바스마티·IPS-A·세복 등이 구분돼 심겨 있었다. 윤 대표는 "국내 최초 장립형 벼는 농촌진흥원이 자포니카와 인디카를 교배해 만든 '통일벼'였지만 기후 위기에 취약해 사라졌다. 찰기가 부족하고 인디카 고유 맛도 못 살려 국제 경쟁력마저 부족했다"고 말했다.
판매망 확보는 남겨진 과제다. 아직 유통망이 안정적이지 않다보니, 식당 납품이나 개별 소비자에게 1㎏당 4천~5천 원에 판매하고 있지만 향후 거래처는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벼 품종 개발을 중앙 농촌진흥원에만 의존하다 보니 침수피해 대응, 산업 구조에 문제가 발생했다"며 "앞으로는 전남이 중심을 잡고 생산 품종을 다변화해 '지역형 농작물 생태계'를 구축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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