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괜찮을까” 광주·전남 식수원 주암호 녹조에 주민들 한숨

입력 2025.09.02. 13:52 강주비 기자
지난달 전 채수 지점서
최대 3천셀 남조류 검출
영산강청, 관심 경보 발령
"혼탁한 호수…식수 불안"
"조류 증식 억제 조치 중"
고수온 지속 격상 가능성
1일 조류경보가 발령된 순천 송광면 주암호 신평교 지점의 호수가 녹조로 짙게 물들어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호수 색이 이렇게 짙은 녹색으로 변한 건 처음 봤습니다. 수돗물은 괜찮은 건지 걱정이 되네요."

1일 오후 찾은 순천 송광면 신평교 인근 주암호. 한낮 뜨거운 햇볕을 받은 호수는 투명한 물빛 대신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짙게 물들어 있었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초록 물결이 일렁이며 흙내와 비릿한 냄새가 섞여 코끝을 찔렀다.

멀리서 보면 마치 산의 초록빛이 비친 듯 착각할 정도로 호수 전체가 녹조로 뒤덮인 모습이었다. 수심이 얕아 바닥이 훤히 보이는 지점조차 짙은 녹색으로 변해 있었다.

이곳을 지나던 인근 마을 주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호수를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주암호는 광주와 순천, 화순 등지의 생활용수를 책임지는 핵심 식수원이다.

30년째 이곳에 산다는 이모(64)씨는 "집 앞이라 매일 보는데 이렇게까지 물빛이 혼탁해진 건 처음"이라며 "수돗물을 마셔도 괜찮을지 걱정된다"고 불안해했다. 또 다른 주민 박모(50)씨도 "호수가 녹색으로 변하니 괜히 겁난다. 더위가 계속되면 녹조가 더 심해질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달 21일 신평교 지점에 이어 28일 주암댐 앞 지점에도 '관심 단계' 조류경보를 발령했다. 주암호 채수 지점 두 곳 모두에서 경보가 내려지며 사실상 호수 전 구간에 녹조가 확산된 셈이다. 주암호에 조류경보가 발령된 것은 2011년 이후 14년 만이다.

관심 단계는 2회 연속 시료 채취에서 남조류 세포 수가 1㎖당 1천셀 이상일 때 발령된다. 신평교 지점은 지난달 18일 2천130셀에서 25일 3천80셀로 일주일 만에 1천여셀이 늘었다. 주암댐 앞 지점도 같은 기간 1천575셀과 1천510셀로 기준치를 넘겼다.

순천 주암댐 인근에 조류차단막이 설치된 모습. 한국수자원공사 주암댐지사 제공

관계 당국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물순환 장치를 기존 19대에서 26대로 늘려 가동하고, 주 2회 선박을 투입해 수면을 휘저으며 조류 증식을 억제하고 있다. 부유물 수거 작업과 함께 취수구 앞 차단막도 설치해 정수장 유입을 막는 중이다.

한국수자원공사 주암댐지사 관계자는 "취수는 수심 20m 지점에서 이뤄지고 있어 수면 5m 이내에서 활동하는 남조류가 정수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낮다"며 "특히 하류인 댐 앞은 수심이 깊어 상대적으로 녹조가 덜한 지역이고, 저수율도 72.7%로 예년보다 높아 식수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상 조건은 녹조 확산에 유리해 경보가 격상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8월 내내 30도를 웃도는 수온이 이어졌고, 집중호우로 유입된 영양염류가 남조류 번식을 돕고 있다.

주암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 전북 옥정호에도 관심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대청호·보령호와 낙동강 강정고령·칠서·물금매리 지점에는 '경계 단계' 경보가 발령 중이다.

순천 주암댐 인근에 물순환장치가 운영되고 있는 모습. 한국수자원공사 주암댐지사 제공

환경 당국은 주암호에 대해 주 1회 시료 채취를 이어가며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남조류 세포 수가 1만 셀 이상으로 급증하면 '경계 단계'로 격상돼 추가 조치가 시행된다.

영산강청 관계자는 "폭염이 이어지면 남조류가 더 늘 수 있지만, 반대로 비가 내려 수온이 떨어지면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수돗물 안전과 식수원 관리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사링크: 식수에 녹조가 번질 가능성?···광주 주암호 14년 만에 '관심 단계'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2
후속기사 원해요
2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