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 사상' 광주 학동 참사 책임자 유죄 확정···유족 "솜방망이 처벌"

입력 2025.08.14. 18:22 김종찬 기자
관계자 2명 징역형…해체 감리 등 집유
피해자연대 "강력한 처벌 체계 구축해야"
철거건물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시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지의 붕괴참사 현장 전경. 무등일보DB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재개발 4구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 관련 피고인 전원에 대한 형사처벌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러나 유족과 시민단체는 "참사의 무게에 비해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다"며 강한 아쉬움을 표했다.

14일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 법인과 하청·재하청사 임직원, 감리 등 7명의 상고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와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하청업체 백솔 대표와 굴착기 기사 조모씨는 징역 2년6개월, 하청사 한솔 현장소장 강모씨는 징역 2년, 해체 감리 차모씨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현산 학동 4구역 현장소장 서모씨는 징역 2년·집행유예 3년과 벌금 500만원, 공무부장 노모씨와 안전부장 김모씨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하청사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김모씨는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 현산 법인은 벌금 2천만원이 확정됐다.

참사는 2021년 6월9일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4구역 철거 건물이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철거 중이던 지하 1층·지상 5층 건물이 붕괴해 인근 정류장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쳤고, 버스 안에 있던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1·2심 재판부는 위층부터 해체하도록 한 계획을 지키지 않은 점, 성토체 건물 전체와 하부에 지지대를 설치하지 않은 점, 안전성 검토를 소홀히 한 점, 버스 승강장 이전 조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주요 원인으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사업주가 해야 할 안전·보건 조치를 정한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9조는 원칙적으로 제63조 본문에 따른 도급인의 안전·보건 조치에 관해서도 적용된다"며 "다만 제63조 단서에 따라 도급인의 책임 영역에 속하지 않는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근로자의 작업 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된다"고 판시했다.

판결 이후 재난참사피해자연대는 성명을 내고 "대법원이 원청업체인 현산의 안전조치 의무를 인정하고 그 책임을 명확히 한 것은 건설업계의 안전불감증과 하청업체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판결"이라면서도 "현산 법인에 대한 벌금은 2천만원에 그쳤고, 개인 최고형은 징역 2년6개월에 불과했다. 이는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상을 입은 중대재난에 대한 처벌로는 심각하게 부족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산은 2021년 학동 참사에 이어 2022년 광주 화정아이파트 붕괴사고까지 연이어 발생시켰음에도 여전히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이는 현행처벌 체계가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경각심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중대재해에 대한 강력한 처벌 체계 구축, 재개발·건설 현장에 대한 구조적 개혁과 책임 강화, 기업의 진정한 사과와 책임 이행 등을 촉구했다.

또 현산에 대해 "희생자와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트라우마 치료센터 설립, 추모사업 추진,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안전관리 방안 제시를 이행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이 끝이 아니라 진정한 변화의 시작이 돼야 한다"며 "기업이 이윤보다 생명을 우선시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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