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농업인들 "전남은 농업의 최전선…협상서 농업 팔지 말아야"

한미 통상회담이 취소된 가운데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농작물 등이 개방 품목으로 다뤄져서는 안된다'는 지역 농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쌀과 30개월 이상 소 등에 대해서는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최근 일본이 미국과 관세 협상을 하는데 농산물 개방이 주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이 우리 정부에도 비슷한 수준의 농산물 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24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재무부는 이날 오전 9시쯤 이메일을 통해 25일 예정됐던 '2+2 통상협의'를 연기하자고 통보했다.
앞서 일본은 지난 22일(현지 시간)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 합의를 체결하면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0%p 낮아진 15%로 확정했다. 아시아 국가로는 네 번째이자 미국의 주요 무역국 가운데는 처음이다.
일본은 합의에 따라 향후 미국에 5천500억 달러(약 759조8천250억원)를 투자하게 된다. 특히 일본은 자동차, 트럭, 쌀과 특정 농산물 등을 개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일본이 기존 관세율 25%에서 15%로 낮춘 데는 막대한 미국 현지 투자와 쌀 등 농산물 개방 등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전국 쌀 생산량의 19.8%, 한우 사육의 18%를 차지하는 등 대한민국 농축산물 최대 공급지인 전남 농민들은 "미국과 협상에서 농업을 팔지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전남연합회는 이날 오후 전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남 농업과 농촌, 그리고 22개 시군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농업인의 삶이 무책임한 통상정책으로 또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 상황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며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정부는 단 한 차례도 농업계와의 의견 조율이나 설명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는 단순한 소통 부족이 아니라 대한민국 농업을 통상부처가 철저히 배제한 것이며, 국내 농정의 일방성과 무책임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며 "전남은 말 그대로 농업의 최전선이다. 쌀, 소고기, 사과 등 전남 주력 품목이 미국 측이 요구하는 개방 타겟으로 거론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또다시 생존권을 전 싸움 앞에 서게 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재 대한민국은 미국산 농축산물의 세계 5위 수입국이다. 한미FTA 체결 이후 15년간 수입은 무려 56.6% 증가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촌과 농민에게 돌아왔다"며 "만약 이번 협상에서 추가적인 관세 철폐나 수입 물량 증대가 이루어진다면 농업 생산 기반은 무너지고, 이는 단지 농민의 손해가 아니라 전 국민의 식량 주권을 스스로 내어주는 결과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는 지난 22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쌀과 소고기 시장 개방을 이번 통상 협상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는 두 품목이 국내 농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민감도가 높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는 우리 정부가 배제한 것일 뿐 사실상 협상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 자국산 쌀 수입 확대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허용을 협상 테이블에 다시금 올린다면 또 다시 논란이 될 수 있다.
또 미국이 앞으로의 협상에서 일본과의 합의 내용을 기준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 요소는 존재한다.
실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각)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일본이 시장을 개방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시장 개방에 동의하는 나라에만 관세를 내리고, 그렇지 않으면 훨씬 더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유럽연합(EU)도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남도 역시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미국의 압박이 백지화될 때까지 대응한다고 밝혔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최근 성명을 내고 "농업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근본 산업으로 미국의 통상 이익을 위한 협상의 도구가 될 수 없다"며 "정부에서도 미국의 부당한 압박에 굴복하지 말고, 국민의 건강과 식량 주권, 우리 농업인의 생존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글·사진=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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