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회에서 지원받은 만큼 주는 사람 될 것"

입력 2025.06.24. 20:01 박승환 기자
■ 광주 서구 고액 후원자 모임 ‘서구아너스’ 가입 송순희씨
30년 가량 기초생활수급자 생활 이겨내고 후원으로 보답
선행 베풀면 언젠가 돌고 돌아온다는 모친 가르침 영향
“새 삶 살게 해준 모든 이들께 감사…꾸준히 나눔 할동"
광주 서구의 고액 후원자 모임인 '서구아너스'에 가입한 송순희(56·여)씨.

"제가 그동안 사회로부터 '억소리' 나게 받았는데, 받은 만큼은 못 하더라도 꼭 나눔을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광주 서구의 고액 후원자 모임인 '서구아너스'에 가입한 송순희(56·여)씨가 24일 오후 무등일보 취재진과 만나서 한 말이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새로운 삶을 살기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도움을 받은 만큼 이제는 자신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도울 차례라는 것이다.

송씨는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 고등학교까지만 졸업하고 바로 생계에 뛰어들었다.

당시 광주의 한 제조업체 비서실에 취직한 갓 스무살이던 송씨의 유일한 목표는 하루빨리 돈을 모아 가정을 이끄는 것이었다.

하지만 송씨의 그런 꿈은 얼마 가지 않아 꺾이고 말았다. 퇴근길 불의의 사고로 장애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송씨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오랜 시간 치료를 받았다"며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가 말끔히 사라졌다면 거짓말일 정도로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고 어렵게 회상했다.

송씨는 사고로 인해 생계를 이어갈 수 없다 보니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세월이 지나 어느덧 불혹의 나이를 지나다 보니 용기를 갖게 됐고, 2011년이 돼서야 송씨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소득이 생겨 자연스레 수급자에서도 탈락했다.

광주 서구의 고액 후원자 모임인 '서구아너스'에 가입한 송순희(56·여)씨가 지난 2015년부터 최근까지 후원한 기록을 휴대전화 메모장에 기록한 내용.

이듬해 추석 때 송씨는 어려운 가정을 위해 처음으로 나눔을 결심했다. 자신이 어려울 때 앞장서 도와줬던 서구청 복지과 담당과장을 찾아 20㎏ 쌀 3포대를 사 오겠다고 말하자 그 과장은 나중에 돈을 더 많이 벌어서 지정 후원을 하라며 말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나이가 어리니 공부를 한 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했다. 바로 현재 송씨의 직업인 주택관리사 자격증이었다. 공부를 하려면 지속적으로 드는 돈이 많아 복지과 과장의 도움을 받아 조건부 수급자로 다시 등록됐다. 전등도 없는 어두컴컴한 곳에서 공부할 때 LED 전등을 설치해준 것도 그 과장이었다. 송씨는 "그 LED 전등은 제 인생의 빛이나 다름 없었다"고 말했다.

송씨는 지난 2019년 12월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듬해 9월에는 다시 수급자에서 탈락했다. 총 30여년 가량의 수급자 생활을 이겨낸 것이었다.

사실 송씨는 수급자 신분이던 2015년 12월부터 나눔을 시작했다.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컵라면 22박스를 시작으로 1년 뒤에는 컵라면 50박스, 그 후에는 컵라면 100박스, 200박스, 300박스 순으로 점차 늘려갔다.

송씨가 이처럼 나눔을 실천하게 된 데에는 모친의 가르침의 영향도 컸다. 송씨는 "어릴 때 엄마가 음식을 열 집 이상 나눠줘야 할 정도로 많이 했다. 그때는 맨날 음식을 배달해야 하니 투덜댔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일을 먼저 해야 돌고 돌아온다는 의미였다"며 "엄마의 가르침을 살아오며 피부로 느꼈고 지금은 그 가르침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중이다"고 말했다.

이제는 아파트 관리소장이 된 송씨는 위기가구 발굴에도 힘쓰는 중이다.

송씨는 "옛말에 '냉수 한 컵도 서로 나눠 마시라는 말이 있다.' 홀로 많이 먹어서 좋은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며 "아무리 요즘 사회가 각박해졌다고 하지만 혼자서는 절대 살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송씨는 "후원은 많이 한다고 해서 후원이 아니다. 자신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할 수 있는 선에서 후원을 해야 나도 좋고 받는 사람도 좋다"며 "받은 만큼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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