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량 기초생활수급자 생활 이겨내고 후원으로 보답
선행 베풀면 언젠가 돌고 돌아온다는 모친 가르침 영향
“새 삶 살게 해준 모든 이들께 감사…꾸준히 나눔 할동"

"제가 그동안 사회로부터 '억소리' 나게 받았는데, 받은 만큼은 못 하더라도 꼭 나눔을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광주 서구의 고액 후원자 모임인 '서구아너스'에 가입한 송순희(56·여)씨가 24일 오후 무등일보 취재진과 만나서 한 말이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새로운 삶을 살기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도움을 받은 만큼 이제는 자신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도울 차례라는 것이다.
송씨는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 고등학교까지만 졸업하고 바로 생계에 뛰어들었다.
당시 광주의 한 제조업체 비서실에 취직한 갓 스무살이던 송씨의 유일한 목표는 하루빨리 돈을 모아 가정을 이끄는 것이었다.
하지만 송씨의 그런 꿈은 얼마 가지 않아 꺾이고 말았다. 퇴근길 불의의 사고로 장애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송씨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오랜 시간 치료를 받았다"며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가 말끔히 사라졌다면 거짓말일 정도로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고 어렵게 회상했다.
송씨는 사고로 인해 생계를 이어갈 수 없다 보니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세월이 지나 어느덧 불혹의 나이를 지나다 보니 용기를 갖게 됐고, 2011년이 돼서야 송씨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소득이 생겨 자연스레 수급자에서도 탈락했다.

이듬해 추석 때 송씨는 어려운 가정을 위해 처음으로 나눔을 결심했다. 자신이 어려울 때 앞장서 도와줬던 서구청 복지과 담당과장을 찾아 20㎏ 쌀 3포대를 사 오겠다고 말하자 그 과장은 나중에 돈을 더 많이 벌어서 지정 후원을 하라며 말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나이가 어리니 공부를 한 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했다. 바로 현재 송씨의 직업인 주택관리사 자격증이었다. 공부를 하려면 지속적으로 드는 돈이 많아 복지과 과장의 도움을 받아 조건부 수급자로 다시 등록됐다. 전등도 없는 어두컴컴한 곳에서 공부할 때 LED 전등을 설치해준 것도 그 과장이었다. 송씨는 "그 LED 전등은 제 인생의 빛이나 다름 없었다"고 말했다.
송씨는 지난 2019년 12월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듬해 9월에는 다시 수급자에서 탈락했다. 총 30여년 가량의 수급자 생활을 이겨낸 것이었다.
사실 송씨는 수급자 신분이던 2015년 12월부터 나눔을 시작했다.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컵라면 22박스를 시작으로 1년 뒤에는 컵라면 50박스, 그 후에는 컵라면 100박스, 200박스, 300박스 순으로 점차 늘려갔다.
송씨가 이처럼 나눔을 실천하게 된 데에는 모친의 가르침의 영향도 컸다. 송씨는 "어릴 때 엄마가 음식을 열 집 이상 나눠줘야 할 정도로 많이 했다. 그때는 맨날 음식을 배달해야 하니 투덜댔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일을 먼저 해야 돌고 돌아온다는 의미였다"며 "엄마의 가르침을 살아오며 피부로 느꼈고 지금은 그 가르침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중이다"고 말했다.
이제는 아파트 관리소장이 된 송씨는 위기가구 발굴에도 힘쓰는 중이다.
송씨는 "옛말에 '냉수 한 컵도 서로 나눠 마시라는 말이 있다.' 홀로 많이 먹어서 좋은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며 "아무리 요즘 사회가 각박해졌다고 하지만 혼자서는 절대 살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송씨는 "후원은 많이 한다고 해서 후원이 아니다. 자신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할 수 있는 선에서 후원을 해야 나도 좋고 받는 사람도 좋다"며 "받은 만큼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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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추락사' 광주 제석산 구름다리 폐쇄 요구 높아져 9일 오전 광주 남구 봉선동 제석산 구름다리의 모습. 이 다리에서 지난 2017년부터 최근까지 9건의 추락사고가 발생, 8명이 숨졌다. 강주비 기자 올해에만 3명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잇따른 광주 제석산 구름다리를 두고, 해당 시설을 임시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행정당국이 추락 방지망 등 안전 시설을 설치 중이지만, 공사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사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진입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9일 광주 남구 등에 따르면, 남구 봉선동 제석산 구름다리에서는 2017년부터 최근까지 총 9건의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8명이 숨지고 1명은 중상을 입었다.특히 올해 들어서만 4건의 추락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가장 최근 사고는 지난 8일 오후 2시25분께 발생했다. 40대 남성 A씨가 구름다리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불과 18일 전인 지난 6월 20일에도 40대 남성 B씨가 추락해 중상을 입었고, 지난 4월과 2월에도 각각 30대 남성과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잇따른 사고에 남구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올해 첫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 2월말 남구는 2억원 규모의 특별조정교부금을 투입해 구름다리 안전 시설 설치를 위한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했다. 현재 방범용 CCTV, 경관 조명, 추락방지망 설치 등을 포함한 공사를 추진 중이다. 최근 착공에 들어간 추락방지망은 오는 8월13일까지 설치될 예정이다. 상단에는 길이 47m·폭 20m의 대형 그물망이, 하단에는 길이 28m·폭 10m 규모의 그물망 2개가 각각 설치된다.하지만 이러한 공사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지역 사회에서는 사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공사 완료 전까지 구름다리 진입을 임시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추락방지망 준공까지 최소 한 달가량이 남은 만큼, 사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구름다리 진입 자체를 일시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남구에 거주하는 박모(43)씨는 "올해에만 벌써 세 번째 사고라고 들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개방돼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안전망 설치가 늦어지는 상황이라면 그때까지만이라도 출입을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주월동 주민 차규환(36)씨는 "사람 목숨이 오가는 문제인데 시설 공사만 기다리는 건 너무 안일한 대응"이라며 "사고 가능성이 뻔히 보이는데 방치하는 건 행정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하지만 남구는 다리의 '임시 폐쇄'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9일 오전 광주 남구 봉선동 제석산 구름다리로 이어지는 진입로 계단 옆에 24시간 위기상담 등 전화번호가 적힌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제석산 구름다리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최근까지 9건의 추락사고가 발생, 8명이 숨졌다. 강주비 기자남구 관계자는 "공사는 자재 확보와 장비 수배 등 시공업체 측 준비로 아직 본격 착공 전"이라며 "일주일 뒤쯤 본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라며 "구름다리는 회전형 원통 난간 구조에 높이가 2m여서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넘어가기 어렵다. 이번 사고 역시 다리 시작 부분 경사면 펜스를 넘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중 군부대용 철조망을 펜스에 추가 설치해 경사면 진입을 막을 계획"이라고 전했다.그러나 철조망 또한 모포를 덮거나 훼손하면 무력화될 수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정창수 남구의원은 "지금까지 사고 양상을 보면 단순히 안전시설을 늘린다고 사고를 완전히 막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그물망 설치까지는 시간적 공백이 존재하는 만큼, 이 기간만이라도 구름다리나 제석산 진입을 임시로 제한하는 것이 가장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강조했다.이어 "다만 폐쇄 범위와 기간 등은 담당 부서와 의회가 긴급히 협의해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한편, 남구는 추락방지망 설치와 함께 올해 하반기까지 CCTV 및 자살예방 전화 설치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구름다리 밑 생태터널 복원사업 추진을 위해 관련 예산 약 50억원을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에 지속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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