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내버스 파업 시민 피로도 '한계'···광주시는 관망만

입력 2025.06.16. 17:34 강주비 기자
사측 2.5% vs 노조 8.2%
지노위 사후 조정도 결렬
"환승·막차 못타 택시행"
"광주시, 적극 중재해야"
광주 시내버스 파업 재개 8일째인 16일 오전 7시30분께 광주 서구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강주비 기자

광주 시내버스 파업이 장기화되며 시민 불편이 극에 달했지만, 광주시는 여전히 중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파업이 재개된 지 8일째인 16일 오전 7시30분께 광주 서구 유스퀘어(광주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 지난 주말 운행률이 60%대까지 떨어지자 광주시는 이날부터 순환01번과 봉선37번 등 2개 노선에 전세버스 6대를 긴급 투입했다. 순환01번은 이 정류장을 지나는 주요 노선 중 하나다.

그러나 전세버스 투입에도 안내 단말기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도착까지 '5분' 남았다는 순환01번 버스가 갑자기 정류장에 도착하자, 휴대전화를 보며 기다리던 시민들이 황급히 뛰어갔지만 이미 만차 상태였다. 결국 몇몇 시민은 탑승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지원56, 송암31, 문흥39, 좌석03번 등 다른 노선들도 배차 간격이 30~40분을 훌쩍 넘겼다. 함평500번 버스는 도착까지 1시간 가까이 남았다는 안내가 표시됐다.

특히 고령층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 제약은 더욱 두드러졌다.

정류장에서 만난 김춘호(72)씨는 "매일 복지관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는데, 노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노선에는 전세버스를 왜 안 넣는지 모르겠다"며 "차가 없는 노인들은 외출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긴 배차 간격에 환승 시간을 넘겨 교통비가 증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학생 허소정(24)씨는 "30분 안에 환승하면 요금을 한 번만 내는데, 지난주엔 환승하려던 버스가 40분 만에 와서 요금을 두 번 냈다"며 "파업 기간만이라도 환승 유예 시간을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막차 시간 조정으로 인한 불편도 컸다.

광주 시내버스 파업 재개 8일째인 16일 오전 7시30분께 광주 서구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강주비 기자

직장인 지성경(31)씨는 "지난주 회식 후 막차를 타려다 평소보다 막차 시간이 2시간 당겨진 걸 그제야 알았다"며 "결국 택시를 탔는데 요금이 버스의 10배 이상 나왔다. 주말에도 약속이 있어 택시를 계속 타다 보니 교통비 지출이 평소보다 훨씬 많아 경제적으로 부담이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시 전체 시내버스 1천대 중 실제 운행된 차량은 792대로, 운행률은 79.2%에 그쳤다.

시민들의 피로도가 한계치에 다다랐지만, 버스 노사 간 협상은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전남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의 사후 조정이 열렸으나 사측은 임금 인상률 2.5%, 노조는 기존 요구안인 8.2%를 고수하며 협상은 결렬됐다. 조정위원 일부가 3% 인상안을 제안했으나, 노조가 입장을 굽히지 않아 협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지노위의 2차 사후 조정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광주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사측은 2.5% 인상을 제안했으나 노조가 8.2%를 그대로 고수해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며 "광주는 임금 8.78%를 인상한 부산 등과 상황이 다르다. 타 지자체는 통상임금 포함 여부가 쟁점이었고,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기본급은 동결된 셈이다. 반면 광주는 2014년에 이미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한 상태로, 기본급 8.2% 인상 요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2.5% 이상은 제안할 계획이 없다"며 "노조도 시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준공영제 구조 속에 있는 만큼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업 장기화에 대한 광주시의 미온적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파업 재개 일주일 만인 지난 15일에서야 첫 공식 담화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원만한 협상'을 당부하는 수준에 그쳐, 시가 보다 적극적인 중재나 실질적 대책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광주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을 통해 해마다 1천400억원대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협상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파업 문제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박필순 시의원(광산구3·더불어민주당)은 "시내버스 준공영제 문제는 광주시, 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문제이자 광주시의 책임"이라며 "광주시가 중립적인 행정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갈등의 한 가운데로 뛰어들어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시장은 "이미 안이 다 제시된 만큼 노조가 결단하면 된다. 노조가 (지노위의) 3%안을 받을 건지 말 건지, 시민 불편을 가중시킬 건지 말 건지 판단해야 한다"며 "파업 전부터 현재까지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법과 절차의 문제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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