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관 설립해 기록 보존 必
전일방직 부지 활용 제안도

광복 8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의 역사를 보존하고 교육할 '기억의 공간'을 광주에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생존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으로 생을 마감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와 행정이 협력해 '강제동원 시민역사관' 건립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오후 2시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 4층 대회의실에서는 '광복 80주년, 식민지 역사의 기억 계승 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현재 개발이 추진 중인 옛 전남·일신방직 부지를 중심으로 일제 수탈과 산업화의 흔적이 남은 공간을 어떻게 보존하고 시민사회와 공유할지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이날 발제를 맡은 노성태 남도역사연구원장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는 중복 포함 약 780만명으로 추정되며, 이 중 국외 동원자만도 100만명을 훌쩍 넘는다"며 "2025년 현재 정부에 등록된 국외 동원 생존자는 640명에 불과하다. 이들 대부분이 100세에 가까운 고령으로, 역사의 진실을 증언할 수 있는 당사자들은 이제 사라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원장은 특히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를 이끌며 대일소송 7건을 주도했던 고(故) 이금주 회장에 대한 방대한 기록의 보존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수천 건에 달하는 진술서와 소송 문서, 영상 등은 국내 유일의 강제동원 관련 소송 자료"라며 "이 같은 기록물은 반드시 역사관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전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역사관 입지로는 광주 북구 임동 일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부지가 제안됐다. 이곳은 일제 시기 미쓰이 계열 '가네보' 방적공장이 위치했던 자리로, 해방 이후에는 전남방직·일신방직으로 이어져 지역 섬유산업을 이끈 산업현장으로 기능했다. 오랜 세월 노동과 생산의 역사가 축적된 이 부지는 식민지 수탈과 산업화를 함께 증언하는 장소로, 공간 자체가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다는 평가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이 부지에서 동원된 피해자 8명의 구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이사장은 "조사 대상자의 대부분이 12세 안팎의 미성년자였고, 최연소는 7세에 불과했다"며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은 물론 일본 국내 법령조차 위반한 명백한 아동 노동 착취였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도망치거나 거부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일부는 공장 내 사고로 손가락이 절단되거나, 강압적 노동과 폭력에 평생 시달렸다"며 "이들의 생생한 증언과 기록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보존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혜경 일제전쟁유적네트워크 대표는 "보존의 주체를 정부나 지자체 중심에서 벗어나,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보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적 활용 방안으로 전수조사와 기록화, 건축자산제도 및 문화재 등록제도 적용 등을 제시했다.
광주시의 관련 사업 추진 현황도 공유됐다. 강은순 광주시 민주보훈과장은 "그간 시는 피해자 고발대회, 구술자료집 발간, 기록물 전시 등을 통해 기억 계승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며 "현재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보관 중인 기록물만 1천200여점에 달하지만, 전용 보존공간이 없어 사무실 일부에서 관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 과장은 "기록물의 안정적인 보관을 위해 시 유휴 공간 확보를 검토했으나, 적절한 장소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장기적으로는 부산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의 분관 형태로 광주에 역사관을 설립하는 방안을 중앙정부에 건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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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상무역 침수로 농성~광주송정간 운행 중단 광주도시철도1호선 상무역이 17일 오후 6기 기준 침수된 모습. 광주시 제공광주지역에 발생한 집중 호우로 인해 광주도시철도 1호선 상무역이 침수되면서 무정차 통과 중이다. 이에 따라 농성역~광주송정역 구간은 운행하지 않는다.광주시와 광주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으로 광주도시철도 1호선 상무역 역사 내부에 빗물이 대량으로 흘러들어오는 침수 피해를 입었다. 그러면서 안전상의 이유로 열차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이날 광주시는 최대 시간당 80㎜에 이르는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현재 시민들이 진입할 수 없게 직원들이 안내 중이다.이에 따라 도시철도 1호선은 ▲소태역~농성역 구간 ▲광주송정역~평동역 구간으로 나뉘어 '구간 운행' 체제로 전환됐다. 지하철 운행이 멈춘 곳은 화정역, 쌍촌역, 운천역, 상무역, 김대중컨벤션센터역, 공항역, 송정공원역 등 7개 역이다.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재 상무역에는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며, 출입구 앞에 직원들이 배치돼 안내하고 있다"며 "역사 내부에 유입된 물을 정리 중이지만, 정확한 복구 시간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추가 점검 후 운행 재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현재 광주에는 호우경보가 발효 중이며 각지에서 침수와 낙하물 등 피해가 접수되고 있다. 특히 이번 침수로 인해 상무역 인근 상무지구 일대 교통 혼잡과 시민 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도시철도공사는 향후 운행 재개와 노선 조정 등 변동 사항이 생길 경우 별도 공지를 통해 신속히 알릴 방침이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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