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방송 없었다' 의혹에 "3차례 진행"
핵심 공정 전소…"납품 차질 불가피"
"재가동 예측 어려워…시민께 송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가 고무 가열 장비 내부 이물질로 인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물질에 의한 스파크 등은 이전에도 간헐적으로 발생해왔던 만큼, 자동 소화설비와 점검 체계가 가동되고 있었지만 대형 화재를 막지는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호타이어(금타)는 22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공장 면회실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정련공정에 설치된 고무 가열 장비인 마이크로웨이브오븐(산업용 전자레인지) 내부에 천연 고무 원료에 섞인 나무 조각 등 이물질이 들어가면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금타에 따르면 화재 당시 공장에는 500여명이 근무 중이었으며 발화 지점인 정련공정에는 34명이 있었다. 불이 난 직후 공장에 설치된 화재 자동감지기와 자동 CO₂ 소화약재 분사장치가 작동했고, 직원들도 소화전을 이용해 진화를 시도했으나 초기 진화에 실패했다는 게 금타 측의 설명이다.
금타 측은 "초기 진화에 실패하고 연기가 급격히 확산하자 인명피해 최소화가 우선이라는 판단 하에 모든 직원을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제기된 '화재 당시 대피 방송이 없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금타 측은 "화재 직후 방제센터 직원이 '현장을 즉시 이탈하라'는 방송을 세 차례 실시했다"며 "해당 방송을 들었다는 직원들의 진술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마이크로웨이브오븐은 공장에 총 4대가 설치돼 있으며, 이물질 유입으로 인한 소규모 발화는 연간 수차례 발생해왔다. 이에 대비해 금타는 자동 소화설비를 갖추고, 매달 안전 점검도 실시해왔다고 설명했다.
금타 측은 "소방 점검은 소방, 설비, 방제센터 관계자 등 12명이 참여한 가운데 매달 시행되고 있으며, 지난 4월 점검에서도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면서도 "화재 당시 방화문이 실제로 정상 작동했는지는 향후 조사를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화재 피해는 생산 라인의 핵심 공정에 집중됐다. 다만, 공장 내부는 완진 이후에도 연기가 계속 남아 있어 진입이 불가능해 정확한 피해 규모 책정은 어려운 상황이다.
금타 측은 "정련, 압연, 압출, 재단 등 초기 4개 공정이 대부분 손실됐고, 특히 고무 배합을 담당하는 정련공정과 반제품 공정이 전소됐다"며 "후속 공정 역시 가동이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생산 중단은 완성차 업체에 대한 납품 차질로도 이어지고 있다.
금타 측은 "광주공장을 제외한 나머지 7개 공장에서 타이어를 대체 생산하고 있다. 공동 납품 제품의 경우 넥센타이어, 한국타이어 등에도 협조를 요청한 상태"라며 "핵심 공정이 소실된 만큼, 정확한 생산 재개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화재로 피해를 겪은 광주 시민과 걱정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예기치 못한 사고였지만, 지역 주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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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난동 막은 경찰관 끝내 숨져...트라우마에 무너진 ‘치안 최전선’
19일 광주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서구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A 경감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광주 남구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당시 피의자를 제압하다 크게 다친 50대 경찰관이 끝내 숨을 거뒀다.지난 2024년 사건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불면, 기억장애 등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력 사건 현장에 반복 노출되는 현장 경찰관들에 대한 장기적 정신 치료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19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광주 서부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A 경감은 전날 광주 한 병원에서 숨졌다. A 경감은 2024년 4월19일 사건 당시 광주 남부경찰서 효덕지구대 소속으로 동료 경찰관 2명과 함께 광주 남구 송하동에서 행인을 폭행하고 흉기를 휘두르던 50대 난동범을 제압하다 길이 25㎝가량의 톱에 머리와 팔 등을 다쳐 약 두 달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유족들에 따르면 사건 당시 A 경감은 단기 기억 상실 판단을 받았으며 최근까지도 당시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불면과 불안 증세가 이어지던 중 지난해 10월 남구 한 대학교 사건 현장에 출동한 이후 트라우마가 재발해 열흘 가까이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A 경감은 올해 2월24일 남부경찰서 효덕지구대에서 서부경찰서 소속 지구대로 발령받았지만 정상적인 업무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령 이후 몇 차례 연가를 사용했고 4월부터는 병가와 연가를 반복해 업무에 복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가족들은 상태가 악화되자 지난 13일부터 A 경감을 입원 치료하도록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19일 광주 한 장례식장에서 흉기 피습 트라우마로 지난 18일 사망한 광주 서부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A 경감 유가족들이 일선 경찰관들의 트라우마 치료 체계를 제대로 마련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A 경감의 부인 양모(50)씨는 “남편이 사건 이후 매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기억력도 점점 흐려지고 판단도 어려워했다. 일상 생활 중에서 혹시라도 자기가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았을까 봐 차량 블랙박스를 하루 종일 반복해서 돌려보기도 했다”며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다는 죄책감이 굉장히 심했다. 2월 인사 발령 이후 제대로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스스로 더 힘들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이어 “현장 경찰관들이 사건 이후 정신적으로 무너져도 장기적으로 관리받거나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는 부족한 것 같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공무상 트라우마 치료 체계를 제대로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실제 현장 경찰관들의 정신건강 악화 문제는 전국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23년 8월 전남 여수의 한 파출소 소속 50대 경찰관이 바다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2024년 충남 아산에서는 현직 경찰관이 자신이 근무하던 파출소 직원휴게실에서 권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경찰청은 경찰관들의 PTSD와 직무 스트레스 등을 관리하기 위해 전국에 ‘마음동행센터’를 운영 중이다. 광주 마음동행센터는 지난 2014년 문을 열어 현재 상담사 2명이 근무하고 있다.경찰관 상담은 ▲지정상담 ▲자발상담 ▲긴급상담 등으로 나뉘는데 긴급상담은 강력 사건이나 충격 사건을 경험한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의무 상담이다. A 경감은 2024년 흉기 피습 사건 이후 4차례 긴급상담을 받았고 이후 자발적으로 1차례 추가 상담을 진행해 총 5차례 상담을 받았다.다만 이후 추가 상담은 본인 의지에 따라 진행되는 구조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광주경찰청 마음동행센터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편이다. 조직 특성상 스스로 상담을 요청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실제로 광주 마음동행센터는 2023년 993명, 2024년 725명, 2025년 705명을 상담했다. 최근 3년간 상담 인원은 총 2천423명, 상담 횟수는 7천235회에 달하지만 이중 60% 이상은 본청이 특정 직무나 연령대를 지정해 실시하는 지정상담이였다.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상담을 받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분위기가 여전히 존재한다. 동료들에게 근무 부담을 준다는 죄책감 때문에 치료가 필요해도 스스로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현재 경찰 마음동행센터 프로그램은 충격 사건 직후 단기 상담이나 이벤트성 대응에 머무르는 측면이 있다. PTSD는 시간이 지난 뒤 불면과 불안, 죄책감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장기 추적 관리 체계와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광주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A 경감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경찰은 A 경감의 공무상 재해와 순직 인정 여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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