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소금 이어 김·전복도? 미국 실태조사 소식에 전남 '긴장'

입력 2025.04.25. 17:51 강주비 기자
美 외국인 계절노동자 인권 조사
도 "공식 확인 안돼…자체 조사 중"
법무부 등과 간담회·종합대책 수립
"정치적 이용…경제 타격 불가피"
최근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에서 신안 태평염전의 해염제품에 대한 인도보류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지역 염전주와 근로자들이 할 일을 잃고 근심하고 있다. 사진은 9일 오전 신안 증도면 태평염전 일대에서 한 근로자가 작업장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무등일보DB

미국 정부가 최근 강제노동을 이유로 신안 태평염전의 소금 수입을 금지한 가운데, 전국 외국인 계절근로자에 대한 인신매매 실태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남 지역 김·전복 등 주요 양식 산업의 추가 금수조치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25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국무부는 지난 1월 한국을 방문해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들과 면담을 갖고, 국내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했다. 이후에도 해당 단체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국내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 관세 압박 정책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은 지난 3일 신안군 태평염전에서 강제노동으로 생산됐다고 의심되는 천일염 제품에 대해 수입보류명령(WRO)을 내린 바 있다.

미국의 실태조사가 공식화될 경우, 국내 인권 상황이 수출 판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지자체 모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수산 1번지'로 불리는 전남 지역의 경우 우려가 더욱 크다.

지난해 전남도 수산물 생산액은 총 3조5천298억원으로, 지역 어업인 수(3만3천272명)를 감안하면 1인당 연평균 1억원 이상의 고소득을 기록했다. 또 현재 김·전복 양식장 등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 1천853명이, 농업 분야에서는 4천670명이 근무 중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미국 국무부의 실태조사 착수 소식을 최근 뉴스 보도를 통해 인지했다"며 "아직 공식 확인된 내용은 없으나, 실제 인권 침해 여부와 지역 어민들의 피해 가능성에 대비해 도 차원에서 별도의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남도는 지난 22일 법무부, 해수부, 김 양식장에서 착취 피해가 있었던 고흥·완도군 등과 함께 외국인 근로자 인권 강화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는 시군별 외국인 노동자 관련 현황 공유 및 계절근로제 법제화, 브로커 처벌 근거 마련, 공공형 계절근로제 도입 등의 대응책이 검토됐다.

더불어 전남도는 외국인 근로자의 사회적 고립 해소, 고용주 및 근로자 인식 개선, 노동인권 실태조사, 사회안전망 구축, 지역사회 정착 지원 등 5대 분야 17개 과제로 구성된 '취약 분야 외국인 근로자 노동인권 보호 종합대책'도 수립한 상태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실태조사 자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미국이 강제노동 및 인신매매 문제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국내에서는 그동안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인권 문제에 소홀했던 점을 되짚어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조창익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인권 개선은 당연히 이뤄져야 하지만, 미국이 관세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느낌도 있다"며 "태평염전 소금 금수조치로 인해 전남 전체에 부정적 이미지가 씌워지고 있으며, 만약 김·전복 등 다른 산업으로까지 확산된다면 경제적 타격은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 노동 관련 센터 관계자는 "미국의 조치가 과도하게 느껴질 수는 있으나, 우리 역시 계절근로제 시행 10년이 넘도록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은 점은 분명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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