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희생자 이름 호명에 울컥
국화·교정 벚꽃 바다에 던져 애도
"여전히 힘들어…안전사회 염원"


"이제 네 목소리가 기억이 나지 않아. 어쩌면 좋니…."
16일 오전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남쪽 해역. 세월호 침몰 지점을 알리는 노란 부표가 모습을 드러내자, 갑판 위에 있던 유가족들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어머니는 바다를 향해 울부짖었고, 아버지는 난간을 꼭 잡은 채 고개를 떨궜다.
"얼마나 추웠을까…" 한 유족은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등을 돌렸다. 그 뒤로 바다 위에 띄워진 노란 부표가 흐느끼듯 천천히 출렁였다.
이날 오전 10시30분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아 유가족 27명을 비롯해 4·16재단, 안산마음건강센터 관계자 등 80여명이 목포해경 경비함 3015함을 타고 사고 해역으로 향했다.
안산에서 목포, 그리고 다시 목포에서 진도까지. 8시간 넘는 긴 항해 끝에 도착한 그 바다엔, 보고 싶은 얼굴 대신 고요한 파도 소리만이 가득했다.

세 차례 울린 뱃고동 소리가 선상 추모식의 시작을 알리자 배 위의 공기는 순식간에 무겁게 가라앉았다.
짧은 묵념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한 유가족들은 벚나무 조형물에 노란 리본을 하나씩 정성스레 매달았다.
'벌써 11년, 지지 않는 꽃.' '사랑하는 딸 향매야. 영원히 잊지 않고 있어.' '성빈아 보고싶다. 사랑해.' 리본에 적힌 짧은 글귀마다 세월을 건너온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어 단원고 희생자 250명의 이름이 차례로 호명됐다. 유족들은 눈을 질끈 감은 채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한 유족은 손에 얼굴을 묻은 채 흐느끼며 자녀의 이름을 연거푸 되뇌었다.

유가족들은 준비해온 국화와 단원고 교정에서 가져온 벚꽃을 바다에 던지며 각자의 언어로 아이들을 불렀다.
"꿈에서라도 만나자." "너무 보고싶어." 꽃 던질게 잘 받아가라." "네가 좋아하던 벚꽃이야. 친구들이랑 사진 찍어." 간절하고 애통한 목소리는 바람을 타고 수면 위로 길게 퍼져나갔다.
11년이 지났지만 유족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의 아픔이다.
김정화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위원장은 "10년 전 교복 입은 아이들을 보면 혹시 우리 아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눈을 떼지 못했고, 이제는 장성한 청년들을 보면 우리 아이도 저렇게 자랐을까 많은 생각이 든다"며 "겉으로는 웃지만 속은 늘 먹먹한 우리 부모님들, 정말 잘 견뎌주셨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대한민국이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울먹였다.

고 김빛나라양의 아버지 김병권씨는 "11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힘들다. 몸이 아프거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면 더욱 아이가 생각난다"며 "4·16생명안전공원이 이제야 첫 삽을 떴는데, 그 오랜 시간 유족들과 아이들은 큰 고통을 받았다. 대통령 기록물도 공개돼 더 이상 유족들이 상처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또 "이태원 참사, 제주항공 참사처럼 대형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책임자 처벌도, 진상규명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태원과 제주항공 참사 역시 하루빨리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연대의 마음을 전했다.
선상 추모식을 마친 유족들은 오후 3시께 목포신항으로 이동해 세월호 선체 앞에서 열린 '목포 기억식'에 참석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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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말부터 '여름'···평년보다 덥고 습할 듯 태풍 종다리의 북상으로 무더위 속 소나기가 내린 가운데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시민들이 광주 북구 일곡동 한 공원 평상에 앉아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올여름 더위는 예년보다 빠르게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6월 초부터 평년 기온을 웃도는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보건 당국은 온열질환 예방 체계 가동에 들어갔다.15일 광주지방기상청이 발표한 '1개월 전망'에 따르면 이동식 고기압과 남서쪽 저기압의 영향으로 오는 5월26일부터 6월15일까지 3주 연속 광주·전남 지역 기온이 평년(18.3~21.7도)보다 높을 확률이 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강수량은 대체로 평년(5~20㎜) 수준이거나 다소 많은 편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고온이 이어지면서 체감 더위는 더욱 심할 전망이다.더위가 앞당겨지면서 질병관리청은 지난해보다 닷새 빠른 15일부터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을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전국 500여개 응급의료기관과 보건소, 지자체가 참여해 열사병과 열탈진 등 온열질환자 발생 현황을 매일 실시간으로 수집·공유하는 방식이다. 올해 감시체계는 9월 30일까지 유지된다.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기상청과 협업해 개발한 '온열질환 예측 정보'도 시범 제공된다. 최고기온과 체감온도, 습도 등을 분석해 전국과 시도별 온열질환 위험도를 4단계로 구분해 예보한다.한편, 지난해 여름 온열질환자는 3천704명으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34명이 사망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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