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고령운전자 34만명···표지 제도 활용은 '미미'

입력 2025.04.13. 22:40 강주비 기자
고령운전자 비율 광주 13%·전남 19%
2년 전 표지제도 도입…'무시할까' 부착 꺼려
"법적 배려 의무화 검토해야"
고령운전자 표지 부착 차량 모습. 뉴시스

지난 2월18일, 70대 남성 전진 기어 넣은 상태에서 후진하려다 행인 2명 부상. 지난 2월19일, 60대 여성 운전자 운전 미숙으로 병원 1층 카페로 돌진해 1명 부상.

이처럼 광주·전남 지역의 고령운전자의 판단 미숙 등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고령운전자 표지(스티커)'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광주·전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광주지역 운전면허 소지자 95만8천105명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는 12만2천485명으로 전체의 12.8%를 차지했다. 전남은 고령운전자 비율이 18.6%(21만5천80명)로, 전국 평균인 14.9%를 웃돌았다.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광주의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2020년 994건, 2021년 1천27건, 2022년 1천87건, 2023년 1천295건, 2024년 1천426건으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전남 역시 같은 기간 2020년 1천957건, 2021년 1천910건 , 2022년 1천905건, 2023년 2천167건, 2024년 2천202건으로 증가했다. 전남 지역 최근 3년간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683명 중 고령 운전자가 57.2%인 391명이었다.

정부는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증가에 대응해 2023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하고 '고령운전자 표지 제도'를 도입했다. 도로교통법 제7조의2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고령운전자의 안전운전 및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고령운전자가 운전하는 차임을 나타내는 표지를 제작·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스티커는 가로 30㎝, 세로 10㎝ 크기에 파란색 바탕과 흰색 글씨로 '어르신 운전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차량 뒷부분에 부착해 주변 운전자들의 배려를 유도하고, 교통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자율 부착 방식이다 보니 현장에서는 도입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활용률이 낮은 상황이다.

지자체·경찰서에서 대한노인회를 통해 배부하거나 도로교통공단 광주전남지부가 면허 갱신 교육 대상자 등에게 배포하고 있지만, 대다수 고령운전자가 부착을 꺼린다.

도로교통공단 광주전남지부 관계자는 "스티커를 받으신 분들이 '나이 들었다고 무시당할까 봐'라며 부착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며 "면허 갱신 교육 등을 통해 불규칙적으로 배부하고 있어 정확한 배포 수량도 집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남도 관계자는 "지난해 시범적으로 스티커 500장을 제작해 대한노인회에 배부했지만, 이후 별다른 추가 요청이 없어 제작을 중단한 상태"라며 "초보운전자들이 초보 스티커 부착을 꺼리는 것처럼, 어르신들도 유사한 거부감을 보이는 것 같다. 추가로 제작하더라도 실제 부착률이 낮을 것으로 보여 현재로선 추가 제작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티커를 부착한 고령운전자 대부분이 배려를 체감해 제도의 효과성은 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한국교통안전공단 부산본부가 고령운전자 95명과 일반 시민 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스티커를 부착한 고령자의 65%가 '운전 안정성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고, 67%가 '타 운전자의 배려를 느꼈다'고 답했다. 일반 응답자의 93%도 '표지를 부착한 차량에 대해 배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제도 활성화를 위한 홍보 강화와 함께, 스티커 부착 차량에 대한 사회적 배려 문화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심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표지 부착 차량에 대한 일정 수준의 법적 배려 의무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제도 취지 자체는 좋지만, 어르신들께서 스티커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경우가 많아 활성화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운전자들 간에 배려 문화가 확산되도록 지역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법적 배려 의무 부과 부분도 장기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경찰도 제도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홍보 등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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