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표지제도 도입…'무시할까' 부착 꺼려
"법적 배려 의무화 검토해야"

지난 2월18일, 70대 남성 전진 기어 넣은 상태에서 후진하려다 행인 2명 부상. 지난 2월19일, 60대 여성 운전자 운전 미숙으로 병원 1층 카페로 돌진해 1명 부상.
이처럼 광주·전남 지역의 고령운전자의 판단 미숙 등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고령운전자 표지(스티커)'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광주·전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광주지역 운전면허 소지자 95만8천105명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는 12만2천485명으로 전체의 12.8%를 차지했다. 전남은 고령운전자 비율이 18.6%(21만5천80명)로, 전국 평균인 14.9%를 웃돌았다.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광주의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2020년 994건, 2021년 1천27건, 2022년 1천87건, 2023년 1천295건, 2024년 1천426건으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전남 역시 같은 기간 2020년 1천957건, 2021년 1천910건 , 2022년 1천905건, 2023년 2천167건, 2024년 2천202건으로 증가했다. 전남 지역 최근 3년간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683명 중 고령 운전자가 57.2%인 391명이었다.
정부는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증가에 대응해 2023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하고 '고령운전자 표지 제도'를 도입했다. 도로교통법 제7조의2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고령운전자의 안전운전 및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고령운전자가 운전하는 차임을 나타내는 표지를 제작·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스티커는 가로 30㎝, 세로 10㎝ 크기에 파란색 바탕과 흰색 글씨로 '어르신 운전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차량 뒷부분에 부착해 주변 운전자들의 배려를 유도하고, 교통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자율 부착 방식이다 보니 현장에서는 도입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활용률이 낮은 상황이다.
지자체·경찰서에서 대한노인회를 통해 배부하거나 도로교통공단 광주전남지부가 면허 갱신 교육 대상자 등에게 배포하고 있지만, 대다수 고령운전자가 부착을 꺼린다.
도로교통공단 광주전남지부 관계자는 "스티커를 받으신 분들이 '나이 들었다고 무시당할까 봐'라며 부착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며 "면허 갱신 교육 등을 통해 불규칙적으로 배부하고 있어 정확한 배포 수량도 집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남도 관계자는 "지난해 시범적으로 스티커 500장을 제작해 대한노인회에 배부했지만, 이후 별다른 추가 요청이 없어 제작을 중단한 상태"라며 "초보운전자들이 초보 스티커 부착을 꺼리는 것처럼, 어르신들도 유사한 거부감을 보이는 것 같다. 추가로 제작하더라도 실제 부착률이 낮을 것으로 보여 현재로선 추가 제작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티커를 부착한 고령운전자 대부분이 배려를 체감해 제도의 효과성은 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한국교통안전공단 부산본부가 고령운전자 95명과 일반 시민 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스티커를 부착한 고령자의 65%가 '운전 안정성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고, 67%가 '타 운전자의 배려를 느꼈다'고 답했다. 일반 응답자의 93%도 '표지를 부착한 차량에 대해 배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제도 활성화를 위한 홍보 강화와 함께, 스티커 부착 차량에 대한 사회적 배려 문화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심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표지 부착 차량에 대한 일정 수준의 법적 배려 의무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제도 취지 자체는 좋지만, 어르신들께서 스티커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경우가 많아 활성화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운전자들 간에 배려 문화가 확산되도록 지역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법적 배려 의무 부과 부분도 장기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경찰도 제도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홍보 등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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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난동 막은 경찰관 끝내 숨져...트라우마에 무너진 ‘치안 최전선’
19일 광주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서구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A 경감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광주 남구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당시 피의자를 제압하다 크게 다친 50대 경찰관이 끝내 숨을 거뒀다.지난 2024년 사건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불면, 기억장애 등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력 사건 현장에 반복 노출되는 현장 경찰관들에 대한 장기적 정신 치료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19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광주 서부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A 경감은 전날 광주 한 병원에서 숨졌다. A 경감은 2024년 4월19일 사건 당시 광주 남부경찰서 효덕지구대 소속으로 동료 경찰관 2명과 함께 광주 남구 송하동에서 행인을 폭행하고 흉기를 휘두르던 50대 난동범을 제압하다 길이 25㎝가량의 톱에 머리와 팔 등을 다쳐 약 두 달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유족들에 따르면 사건 당시 A 경감은 단기 기억 상실 판단을 받았으며 최근까지도 당시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불면과 불안 증세가 이어지던 중 지난해 10월 남구 한 대학교 사건 현장에 출동한 이후 트라우마가 재발해 열흘 가까이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A 경감은 올해 2월24일 남부경찰서 효덕지구대에서 서부경찰서 소속 지구대로 발령받았지만 정상적인 업무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령 이후 몇 차례 연가를 사용했고 4월부터는 병가와 연가를 반복해 업무에 복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가족들은 상태가 악화되자 지난 13일부터 A 경감을 입원 치료하도록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19일 광주 한 장례식장에서 흉기 피습 트라우마로 지난 18일 사망한 광주 서부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A 경감 유가족들이 일선 경찰관들의 트라우마 치료 체계를 제대로 마련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A 경감의 부인 양모(50)씨는 “남편이 사건 이후 매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기억력도 점점 흐려지고 판단도 어려워했다. 일상 생활 중에서 혹시라도 자기가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았을까 봐 차량 블랙박스를 하루 종일 반복해서 돌려보기도 했다”며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다는 죄책감이 굉장히 심했다. 2월 인사 발령 이후 제대로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스스로 더 힘들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이어 “현장 경찰관들이 사건 이후 정신적으로 무너져도 장기적으로 관리받거나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는 부족한 것 같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공무상 트라우마 치료 체계를 제대로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실제 현장 경찰관들의 정신건강 악화 문제는 전국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23년 8월 전남 여수의 한 파출소 소속 50대 경찰관이 바다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2024년 충남 아산에서는 현직 경찰관이 자신이 근무하던 파출소 직원휴게실에서 권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경찰청은 경찰관들의 PTSD와 직무 스트레스 등을 관리하기 위해 전국에 ‘마음동행센터’를 운영 중이다. 광주 마음동행센터는 지난 2014년 문을 열어 현재 상담사 2명이 근무하고 있다.경찰관 상담은 ▲지정상담 ▲자발상담 ▲긴급상담 등으로 나뉘는데 긴급상담은 강력 사건이나 충격 사건을 경험한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의무 상담이다. A 경감은 2024년 흉기 피습 사건 이후 4차례 긴급상담을 받았고 이후 자발적으로 1차례 추가 상담을 진행해 총 5차례 상담을 받았다.다만 이후 추가 상담은 본인 의지에 따라 진행되는 구조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광주경찰청 마음동행센터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편이다. 조직 특성상 스스로 상담을 요청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실제로 광주 마음동행센터는 2023년 993명, 2024년 725명, 2025년 705명을 상담했다. 최근 3년간 상담 인원은 총 2천423명, 상담 횟수는 7천235회에 달하지만 이중 60% 이상은 본청이 특정 직무나 연령대를 지정해 실시하는 지정상담이였다.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상담을 받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분위기가 여전히 존재한다. 동료들에게 근무 부담을 준다는 죄책감 때문에 치료가 필요해도 스스로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현재 경찰 마음동행센터 프로그램은 충격 사건 직후 단기 상담이나 이벤트성 대응에 머무르는 측면이 있다. PTSD는 시간이 지난 뒤 불면과 불안, 죄책감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장기 추적 관리 체계와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광주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A 경감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경찰은 A 경감의 공무상 재해와 순직 인정 여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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