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은 시작…하루빨리 나라 정상화되길

"오래 걸렸지만 민주주의가 이겼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시민 모두의 승리입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 122일 만에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가 확정되자 광주 도심 곳곳에서 눈물의 환호성이 쏟아졌다.
거리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과 TV 앞에 모인 시민들은 피로 세운 민주주의가 다시는 위협받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과 시민 등 천여명이 운집한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는 헌재에서 진행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보기 위한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다.
이 자리에는 부모님 손을 잡고 나온 어린아이들부터 대학생 등 앳된 얼굴의 20대, 강기정 광주시장을 비롯한 정치인, 고령의 어르신까지 광장에 모인 1천500여명의 시민들이 헌재의 선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11시 선고 시간이 되고 스크린에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22분간의 결정 이유 설명 끝에 시간을 확인한 뒤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이 사건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주문을 읽자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고 손이 부르트도록 박수를 치기도 했으며, 한동안 서로를 끌어안은 채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였다.

손에 들고 있던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즉각파면', '내란 종사자, 동조세력 처벌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아이돌 그룹 응원봉, 8대 0을 의미하는 숫자 풍선, 태극기 등을 힘차게 흔들기도 했다.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휴대전화 카메라로 윤 대통령이 파면된 순간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기록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그동안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광장에서 울려 퍼졌던 노래들을 함께 목놓아 부르는 시민들도 있었다.

남원에서 탄핵 선고를 직접 보기 위해 금남로를 방문한 대학생 김채연(20·여)씨와 오은찬(20·여)씨는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아서 광주를 찾았다. 인생에 한 번쯤은 역사적인 현장에 있고 싶었다"며 "비상계엄 선포 이후 그간 많은 사람들이 말도 못 할 정도로 힘들었을텐데 윤석열이 파면됐으니 나라가 하루빨리 회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도 윤 대통령 파면 소식이 전해지자 헌재의 선고를 환호하는 목소리로 가득찼다.
대합실에 설치된 TV 앞에 모여 숨을 죽인 채 화면을 응시하던 시민들은 '윤석열 파면'이라는 자막이 뜨는 순간 일제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기도 했고, 누군가는 기쁨의 눈물과 함께 두 손을 뜨겁게 마주쳤다.
"드디어!"라는 외침과 함께 흥분을 감추지 못한 시민들의 목소리도 터미널을 가득 메웠다. 누군가는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탄핵됐다"며 기쁨을 전하기도 했다.
60대 정용식씨는 탄핵 인용 순간 두 팔을 번쩍 들며 "됐다!"고 외쳤다.
그는 "윤석열 정권 3년 동안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야 정의가 바로 섰다"며 "광주는 민주주의를 지켜온 도시다. 이 순간을 광주에서 맞이한 게 더 뜻깊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버스터미널 한편에서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로를 끌어안고 손뼉을 치며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했다. 어르신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이게 바로 민심이다", "전원일치는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고, 누군가는 "이제 나라가 바뀔 것"이라며 맞장구쳤다.
직장인 서미경(33)씨는 "정치가 이렇게까지 엉망이 될 줄 몰랐다. 나라가 나락으로 가는 걸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던 게 너무 답답했다"며 "이제야 국민이 승리했다는 게 실감난다"고 말했다.
승차장으로 향하던 이들도 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을 꺼내 속보를 확인했다.
대학생 김도윤(23)씨는 "탄핵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제 정치권이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며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대로 변해야 한다. 오늘의 결정이 헛되지 않도록 시민들도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영상=손민아기자 minah868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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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경험 필요한 지·파 '순찰팀장', 필기 선정은 탁상행정" 경찰들 반발 경찰청(이하 본청)이 올해부터 치안을 최일선에서 책임지는 지구대와 파출소 등 지역관서의 순찰팀장이 되려면 평가를 통과해야 하는 자격제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광주·전남경찰 내부도 술렁이고 있다.본청은 순찰팀장의 전문성을 한층 높이기 위함이라고 시행 배경을 설명했지만 일선 지구대·파출소 경찰들은 겉으로 보이는 거로만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회의적인 분위기다.24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본청 범죄예방대응국 지역경찰역량강화과는 지난 21일 내부 게시판에 '순찰팀장 자격제'를 시행한다는 게시글을 올렸다.순찰팀장 자격제의 주요 내용은 지구대·파출소 순찰팀장을 희망하는 경찰들을 대상으로 지역경찰 실무역량 평가를 진행해 통과한 경찰들에게 순찰팀장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평가는 총 326문항(객관식 300문항·주관식 26문항)으로 구성된 문제은행에서 무작위로 출제된다. 문항은 주로 형법과 형사소송법, 지역관서에서 112 신고 출동 비중이 높은 가정폭력 및 교통사고 현장 조치 방안, 피해자 보호 조치, 압수물 관리 지침 등 현장 실무 중심으로 이뤄졌다.응시 대상자는 지구대·파출소에 현재 근무 중인 경찰 중 순찰팀장 자격 취득을 희망하는 경찰로 평가는 분기마다 한 번씩 각 일선 경찰서별로 진행한다.합격 기준은 60점 이상으로 평가 결과는 하반기 정기인사 때부터 바로 적용된다. 다만 올해 정년퇴직 예정인 1965년생은 평가에서 제외된다.본청은 순찰팀장 자격제 시행을 통해 경찰 안팎 일각에서 "전문지식 없어도 할 수 있는 일" 등으로 비춰지는 이미지 개선과 동시에 순찰팀장의 현장 전문성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하지만 일선 지구대·파출소 경찰들은 순찰팀장의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시행 취지에 공감하지만 방법이 잘못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전문성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 오히려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광주의 한 지구대에서 순찰팀장을 맡고 있는 A 경감은 "눈에 보이는 정량평가로 순찰팀장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서 전문성이 향상된다는 근거도 없다"며 "현장에서 오래전부터 요구한 인력 충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새로운 제도를 시행할 때는 공감대조차 형성하지 않고 밀어붙이기만 하는지 답답하다"고 푸념했다.전남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 중인 B 경위는 “순찰팀장은 가장 중요한 능력은 팀원들을 하나로 모아 112 신고 출동 시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능력이다. 순찰팀장 자격제는 그동안 체득한 노하우는 전부 무시하는 제도다”며 “평가도 경찰서별로 따로 진행한다고 하는데 아무리 문제은행 형식으로 출제한다지만 공정성은 어떻게 담보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다. 현직 순찰팀장 대부분 조직에서 오래 근무한 선배들인데 근무 이외의 시간에 평가를 위한 공부를 해야 하는 등 부담이 늘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이에 대해 본청 지역경찰역량강화과 관계자는 "실무역량 평가에 통과했다고 무조건 팀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순찰팀장이 되는 자격요건 중 하나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며 "중·장기적으로 희망하는 근무지로 우선 배정하는 등 인센티브도 검토 중이다. 처음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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