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7월까지 순차적으로 현금함 철거
첫날 불구 불편 호소하는 승객 없어 '합격점'

"이 버스는 오늘부터 현금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시내버스에 탈 때 지폐와 동전 같은 현금 대신 교통카드로만 요금을 내는 '현금 없는 시내버스'가 광주에서도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했다.
그동안 현금 없는 버스 도입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내온 버스 기사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승객들도 사라진 현금 승차에 다소 어색해하긴 했지만 불편을 호소하지는 않았다.
1일 오후 광주 광산구 흑석동 흑석사거리(서) 정류장. 정류장으로 들어오는 간선버스 첨단92번 버스 전면 LED 안내판에 "이 버스는 현금 없는 시내버스입니다"라는 안내가 송출되는 모습이 멀리서부터 눈에 들어왔다.

곧이어 승차문이 열려 버스에 오르는데, 교통카드 승차 단말기 옆에 있어야 할 큼지막한 현금함이 보이지 않았다. 현금함이 있던 자리에는 현금함을 고정하던 못을 빼서 생긴 빈 구멍뿐이었다.
버스 내부 곳곳에도 현금 없는 시내버스 운영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 있었으며, 안내방송도 수시로 나왔다.
또 행여 교통카드가 없는 승객들을 위한 계좌이체 동의서와 판매용 교통카드도 비치돼 있었다.
교통카드엔 2천500원이 충전돼 있는데, 버스 기사에게 카드 구입비 포함 5천원을 내면 구매할 수 있다. 1회용이 아니라서 편의점이나 앱을 통해 추가 충전도 가능하다.
이날 무등일보 취재진이 1시간가량 버스를 타보니 불편을 호소하는 승객들은 한 명도 없었다.
승객 장모(73·여)씨는 "현금함이 사라진 줄도 몰랐다"며 "평소에도 교통카드만 이용해서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광주시는 이날부터 운행 중인 102개 노선 총 1천44대(예비차량 45대)의 시내버스 전체의 현금함을 철거할 계획이다.
현금함을 유지하는 비용이 연간 수억 원씩 드는 데, 시내버스 현금 승차 비율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 2014년 10.5%였던 시내버스 현금 이용률은 2017년 6.18%, 2018년 5.24%, 2019년 4.46%, 2020년 3.8%, 2021년 3.18%, 2022년 2.9%, 2023년 2.3%, 2024년 1.9%, 2025년 1월 기준 1.6%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광주시가 지난 2월 4일부터 9일까지 엿새간 '광주온(광주ON)'을 통해 진행한 현금 없는 시내버스에 대해 묻는 설문조사에서도 시내버스 이용 시 주로 어떤 수단으로 비용을 지불하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 4천963명 중 천780명(96.3%)이 선·후불 교통카드를 선택했다.
현금 승차로 인해 생기는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점도 현금 없는 버스 도입의 이유로 꼽혔다.

광주시는 1~2일 승객 탑승률이 상대적으로 적은 첨단92번, 첨단 94번, 지원 52-1번, 충효 188번 등 4개 간선노선 9대의 현금함 철거를 시작으로 5월까지 순환01번, 수완03번, 진월07번 등 도심 중심 운행노선의 현금함을 모두 철거할 계획이다.
이후 6~7월에는 송정19번, 봉선27번, 일곡38번 등 전통시장이나 도심외곽 및 시계외, 농촌 운행노선의 현금함을 순차적으로 철거한다.
30년 경력 버스 기사 나이주(67)씨는 "외국인 승객들도 많이 타는데 거의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현금 승차로 인해 생기는 승객과의 불필요한 실랑이가 사라지는 등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여경희 광주시 버스운영팀장은 "시행 초기라 혼란이 있을 수 있어 버스 기사분들께 승차 거부 대신 추후 납부 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해달라고 당부했다"며 "시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신경쓰겠다"고 설명했다.
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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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기 전에 기억하자" 광주에 강제동원 역사관 조성 목소리 2일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 4층 대회의실에서 정책토론회 '식민지 역사의 기억 계승 방안'가 진행됐다. 강주비 기자 광복 8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의 역사를 보존하고 교육할 '기억의 공간'을 광주에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생존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으로 생을 마감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와 행정이 협력해 '강제동원 시민역사관' 건립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12일 오후 2시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 4층 대회의실에서는 '광복 80주년, 식민지 역사의 기억 계승 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현재 개발이 추진 중인 옛 전남·일신방직 부지를 중심으로 일제 수탈과 산업화의 흔적이 남은 공간을 어떻게 보존하고 시민사회와 공유할지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이날 발제를 맡은 노성태 남도역사연구원장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는 중복 포함 약 780만명으로 추정되며, 이 중 국외 동원자만도 100만명을 훌쩍 넘는다"며 "2025년 현재 정부에 등록된 국외 동원 생존자는 640명에 불과하다. 이들 대부분이 100세에 가까운 고령으로, 역사의 진실을 증언할 수 있는 당사자들은 이제 사라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노 원장은 특히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를 이끌며 대일소송 7건을 주도했던 고(故) 이금주 회장에 대한 방대한 기록의 보존 필요성을 강조했다.그는 "수천 건에 달하는 진술서와 소송 문서, 영상 등은 국내 유일의 강제동원 관련 소송 자료"라며 "이 같은 기록물은 반드시 역사관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전시돼야 한다"고 밝혔다.역사관 입지로는 광주 북구 임동 일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부지가 제안됐다. 이곳은 일제 시기 미쓰이 계열 '가네보' 방적공장이 위치했던 자리로, 해방 이후에는 전남방직·일신방직으로 이어져 지역 섬유산업을 이끈 산업현장으로 기능했다. 오랜 세월 노동과 생산의 역사가 축적된 이 부지는 식민지 수탈과 산업화를 함께 증언하는 장소로, 공간 자체가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다는 평가다.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이 부지에서 동원된 피해자 8명의 구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이사장은 "조사 대상자의 대부분이 12세 안팎의 미성년자였고, 최연소는 7세에 불과했다"며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은 물론 일본 국내 법령조차 위반한 명백한 아동 노동 착취였다"고 밝혔다.이 이사장은 "도망치거나 거부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일부는 공장 내 사고로 손가락이 절단되거나, 강압적 노동과 폭력에 평생 시달렸다"며 "이들의 생생한 증언과 기록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보존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정혜경 일제전쟁유적네트워크 대표는 "보존의 주체를 정부나 지자체 중심에서 벗어나,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보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적 활용 방안으로 전수조사와 기록화, 건축자산제도 및 문화재 등록제도 적용 등을 제시했다.광주시의 관련 사업 추진 현황도 공유됐다. 강은순 광주시 민주보훈과장은 "그간 시는 피해자 고발대회, 구술자료집 발간, 기록물 전시 등을 통해 기억 계승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며 "현재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보관 중인 기록물만 1천200여점에 달하지만, 전용 보존공간이 없어 사무실 일부에서 관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강 과장은 "기록물의 안정적인 보관을 위해 시 유휴 공간 확보를 검토했으나, 적절한 장소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장기적으로는 부산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의 분관 형태로 광주에 역사관을 설립하는 방안을 중앙정부에 건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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