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에서 공동체로'···고령자 고독사 막는 광산구의 '이웃돌봄'

입력 2025.03.27. 15:34 강주비 기자
주민이 주도하는 고립형 돌봄망 구축
연령·경제적 기준 벗어나 고립감 중심
1년 만에 고위험군 29.4% 감소 성과
지난 19일 오전 광주 광산구 도산동 자원봉사캠프 '들락날락센터'에서 이순철 할머니가 한글 공부를 하고 있다.

고립된 이웃을 지역사회와 연결하는 '1313이웃살핌' 사업이 마을에 따뜻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방문한 광주 광산구 도산동 자원봉사캠프 '들락날락센터'에서는 한글 공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순철(85) 할머니는 공책 네모 칸을 따라 빼곡하게 쓴 글자들을 손으로 짚으며 반복해 읽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흥숙(55) 씨는 이 할머니와 눈을 맞추며 "대단하다"며 연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두 사람은 광산구의 '1313이웃살핌' 사업을 통해 만난 '이웃단짝'이다. 1313이웃살핌은 이웃지기 1명이 위기가구 3세대를 돌보고, 1세대에는 이웃단짝 3명이 함께하는 모델로, 고립 가구를 발굴하고 이웃 관계망을 형성하는 사업이다.

이 할머니는 이 사업 덕분에 난생처음 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 할머니는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이웃단짝인 김 씨가 계속 격려해줬다"며 "진짜 친구가 생긴 기분"이라고 웃어 보였다.

1313이웃살핌은 단순히 후원 물품을 배달하거나 명절 안부 전화를 하는 기존 이웃돌봄과는 다르다. 마을 이웃지기가 살핌이웃을 직접 발굴하고, 관계를 맺어 자연스럽게 사회에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지원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같은 취약계층에 한정되지 않는다. 연령이나 경제적 여건과 상관없이 사회적 고립감이 높은 이들을 포괄한다.

지난 19일 오전 광주 광산구 도산동 자원봉사캠프 '들락날락센터'에서 광산구 1313이웃살핌 사업 살핌이웃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있다.

박인아 1313이웃살핌 지원관은 "이웃지기들은 '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묻는다"며 "그들의 욕구를 존중하며 필요한 지원을 연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웃지기들의 노력 덕분에 살핌이웃의 삶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이웃지기와 만난 뒤 일자리를 찾은 이도 있고, 기타 연주를 배우고 싶어 했던 이는 마을 축제 무대에 오른다. 중장년 살핌이웃 두 명은 서로 친구가 돼 함께 사회활동수당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2년째 이웃지기로 활동 중인 박애심(54)씨는 "몇몇 살핌이웃들은 서로 '언니', '동생' 하며 지내는 막역한 사이가 됐으며, 이웃지기가 된 이들도 있다"며 "드러나지 않았던 고립 가구를 발굴하고, 서로 살피다 보면 모두가 안부를 묻는 따뜻한 마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313이웃살핌의 성과는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광산구가 지난해 살핌이웃 301명을 대상으로 3차례에 걸쳐 사회적 고립감(고독사 위험도)을 측정한 결과, 1차 조사 대비 2차 조사에서 고위험군이 29.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산구는 앞으로 이웃지기 역량 강화 교육과 자조 모임 공모사업 등을 통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신선미 광산구 복지연계팀장은 "현재 1313이웃살핌 사업에 35개 기관과 마을 주민 200여명이 참여하는 등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며 "민관 협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광주시가 지난해 실시한 고독사 위험군 전수조사 결과, 광주 내 고독사 위험군은 4만8천572명, 이 중 고위험군은 783명으로 확인됐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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